김정찬한화종합화학 부장‘걸어다니는 특허’ ‘창호박사’. 한화종합화학 부강공장 창호생산기술팀 김정찬 부장(48)의 별명이다.지난 93년부터 10년 동안 출원한 특허가 2건, 실용신안등록이 10건, 의장등록이 383건이나 된다. 열흘에 1개꼴로 발명기술을 발표한 셈이니 이런 별명을 들을 만도 하다. 이쯤 되면 특허청장도 김부장에게 상을 안 줄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한화그룹에서는 물론 창호관련 분야에선 국내 최다 특허출원자로 손색이 없다.그가 출원한 특허의 백미는 다름 아닌 ‘패션우드새시 가공기술’. 기존 우드새시는 플라스틱새시에 나무무늬시트를 붙이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오래되면 시트가 벗겨지거나 색이 바래는 단점이 있었다.이를 개선하기 위해 그는 아예 새시 제조공정에 나무무늬를 넣는 기술을 생각해낸 것이다. 곧바로 제품생산에 적용됐고, 성과는 눈에 띄게 나타났다. 한화종합화학의 패션우드새시는 경쟁사 제품들을 누르고 시장을 급속도로 압도해 갔다.그의 이런 아이디어는 책상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걸어 다니거나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어김없이 머릿속에 커다란 창틀이 그려진다고 한다. 심지어 꿈속에서도 창문과 씨름하다 잠을 설칠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행여 잊을세라 메모는 기본이고 좀더 구체화되면 스케치까지 그 자리에서 해버리는 것이 이제는 버릇이 됐다.인하대 고분자공학과를 나와 81년 한화종합화학에 입사해 진해공장에서 PVC 파이프 제조를 맡을 때만 해도 지금의 발명가 기질이 있다는 걸 자신도 눈치 채지 못했다. 86년 창호시스템 제조공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3년 후 캐나다 창문공장에서 공장장을 맡으면서 창호 관련 특허출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그후 기회가 주어지면 일본, 중국, 독일, 이탈리아 등지를 돌며 세계 각지의 독특한 창호시스템을 비교 분석해 나갔다. 하루에 절반 이상은 창문을 보고 사는 ‘창속의 남자’가 된 그는 요즘 한국 전통창호에서 아이디어를 구하고 있다.“선진국들이 시스템창호의 이점을 강조하지만 한옥에도 걷어올리면 수납공간이 되는 대청마루 창이 있죠. 우리 조상들도 시스템창호를 개발했다는 얘기죠.”특허출원이 있을 때마다 회사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격려금이 나왔지만 받는 족족 부하직원들과 회식으로 다 써 버렸다.“출원은 제가 했어도 사실 아이디어라는 게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올 수 없죠. 동료들과 함께 작업을 하다가, 대화하다가 생기기 마련이니까 상금도 공유해야 옳지 않을까요.”그는 애써 개발한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으려면 시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 의견과 대리점 직원들로부터 불편사항이나 의견을 들어 이를 해결하려는 끊임없는 시도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