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여름. 소재춘 그린케미칼 사장(44)은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 선배를 만났다. 한국에 잠시 쉬러 나왔다는 그 선배의 근황은 이랬다. 세미나에 자주 참석한다는 것. 그리고 세미나의 주제들은 미국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무공해세제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주변 사람들의 냉소 속에서 이뤄진 설탕으로 만든 주방용세제 ‘슈가버블’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선배의 이야기에서 크게 영감을 받았습니다. 환경벤처로 회사를 시작한 만큼 독성과 자극성이 없는 세제 개발에 대한 제 의지는 변함이 없었고요.”1년 6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최근 일궈낸 슈가버블의 성공으로 그는 산업재 위주로 해왔던 사업을 소비재 분야로까지 확장했다. 이 세제는 설탕성분을 계면활성제의 주원료로 사용했다. 계면활성제란 분자 내에 친수성, 즉 물을 좋아하는 성질과 기름을 좋아하는 성질인 친유성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는 화학물질이다. 거품이 생기게 해 세제, 비누, 샴푸 등에 쓰이는데, 슈가버블은 이중 설탕의 친수성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험결과 이 세제에서 환경호르몬을 발생시키는 알킬페놀과 중금속 등이 검출되지 않았고 한국화학시험연구원의 안전마크, 즉 ‘S마크’를 획득했다고 자랑했다. 피부자극시험에서는 자극도가 ‘0’으로 나왔다.요즘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이 세제의 상품화를 위해 유통업체들을 방문하는 일이다. 관계자를 만나 제품을 설명하고 계약조건을 절충한다. 화학박사로서 포항산업과학연구소에서 활동하던 99년 초였다면 그도, 주변 사람들도 상상조차 못했을 일을 업무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이다.“‘소박사 같이 조용한 사람이 어떻게 사업을 하는지 신기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는 오히려 무엇이든 진실 되게 하려는 제 성격이 사업과 잘 맞는 것 같아요.”그의 이런 성격은 때로는 무모한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유통업체와의 미팅에서 상대 관계자가 무해성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자 자신의 눈에 세제를 넣어보기도 했다. 얼마전에는 먹어보기도 했다.“안전하다는 확신이 있으면서도 저 자신은 피하고 다른 직원에게 테스트해 보라고 하는 건 모순된 생각이죠.”진실은 통한다고 믿는 그이기에 소비재 시장에 뛰어든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의 35억원을 훌쩍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그냥 지금처럼 우직하게 일하려고요. 목표요? 코스닥에 등록하는 거죠.”진실과 우직을 강조하는 그의 말투가 오히려 야심 차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