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본격 도입해 6년째 운영, 직원들 거리감 극복이 성공의 관건

주5일 근무제가 빠르게 확산돼 들어가는 분위기이다. 금융권에 이어 삼성그룹이 주5일 근무제의 시행을 위해 구체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교육계와 공무원 조직에 대한 본격 도입도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국민들이 ‘삶의 질’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레저 문화생활을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도 커지고 있다.일하기에 훌륭한 기업(Great WorkplaceㆍGWP)을 지향하는 기업이라면 이 같은 변화의 흐름과 구성원들의 욕구를 수수방관할 수 없다. 그렇다고 분출되는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려다 보면 한정된 예산이란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이 같은 상황에서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선택적 복리후생제도(카페테리아 방식)이다. 이는 근무연수, 직급 등에 따라 다양한 복리후생의 항목을 사용할 수 있는 ‘복리 포인트’를 1년 단위로 구성원에게 나눠줘 선택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제도다.예를 들면 자신에게 주어진 복리 포인트란 것을 활용해 여름휴가 때 가족들과 함께 콘도를 이용하고 학원수강증을 끊고 스키장을 다녀오고 부모님께 한약을 지어드릴 수 있는 식이다.CJ(옛 제일제당)는 이 같은 카페테리아식 복리후생제도를 98년에 본격 도입, 6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제도의 도입은 통상 예상치 못했던 반응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CJ의 카페테리아 방식은 이제 시행 초기의 문제점들을 보완, 안정적인 운영의 단계로 접어들었다.회사는 97년 제도도입을 검토하게 된 데는 앞으로의 복리후생제도가 새로운 각도에서 설계돼야 한다는 변화의 인식이 있었다. 과거의 복리후생제도는 급여인상을 억제(보전)하는 수단, 성과와 무관한 획일적이고 무차별적인 제공, 종신고용을 전제로 한 설계가 일반적인 모습이었다.그러나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앞으로의 복리후생제도는 총보상(Total Reward)차원의 접근, 성과에 연동된 복리후생 규모 조절, 개인의 필요에 따른 선택권 강화란 방향에서 이뤄져야 했다.상세한 내용에 있어서는 정형화된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CJ의 경우도 자기 기업에 맞는 형태를 찾아나갔다. CJ는 우선 법적 복리후생을 제외한 기존의 복리후생항목 중에서 카페테리아 방식으로 전환해도 무리가 없는 선택형 항목을 선정했다.예산을 개인별로 나눠줄 수 있고 항목의 선택 여부를 개인이 결정해도 무관한 항목들이었다. 카페테리아 방식으로 전환할 항목이 결정됨에 따라 전체 예산 규모와 개인별 예산 부여 기준도 어느 정도 결정됐다.다음으로는 전환된 항목 이외에 추가로 카페테리아 메뉴로써 제공할 항목을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선정했다. 제도 도입 초기에 제공된 메뉴는 크게 종합검진, 콘도, 선물, 문화생활 지원 및 자기계발 지원의 다섯 가지였다.마지막 준비작업은 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전산 프로그램의 개발이었다. 회사의 관리업무는 최소화하면서 개개인이 메뉴이용의 신청 및 사용실적의 조회 등을 즉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산화의 기본방향이었다.현재는 이러한 도입절차에 따라 설계된 카페테리아 제도하에서는 매년 12월 다음 연도의 제공 메뉴 및 개인예산이 확정, 공지돼 1년간 변함없이 유지된다. 연도 중에는 메뉴의 변화나 개인예산의 가감이 이뤄지지 않는다.6개월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98년 본격 도입된 초기에는 복리후생 항목 중 명절선물, 자기계발비 등의 ‘선택형’ 항목에 국한해 카페테리아 방식을 도입했으나 2001년부터 주택자금대부, 학자금 대출 등 일부 ‘요건형’ 복리후생 항목으로 범위를 넓혀 복리후생 전반을 카페테리아 방식으로 일관하고 있다.최양기 인사팀장은 새로운 제도에 대한 심리적인 거리감을 해소시키는 과정이 초기에 겪게 되는 어려움이라고 지적한다. 순수 복리후생성 경비가 1인당 연간 460여만원에 달하지만 구성원들의 반응은 “내가 정말 연간 460만원이나 복리후생 혜택을 받고 있는가”라는 의구심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았다.회사는 이에 대해 설명회를 비롯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본래의 취지와 제도의 장점을 인식시키는 노력을 기울였다.감성세대로 대변되는 신세대가 본격적으로 회사 구성원층의 저변을 차지하면서 복리후생과 관련한 보다 다양한 니즈가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물론 복리후생비의 적절한 증가도 수반돼야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제한된 경영자원을 통해 다양한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복리후생 항목의 폭을 늘리고 공정함과 만족감을 높이는 방향에서 꾸준히 제도개선을 꾀해야 한다.팀별 카페포인트를 부여, 이를 통해 잦은 성과보상 인정(Recognition) 차원의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엘테크의 브레인스토밍기존의 복리후생제도는 구성원 개개인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주어졌다. 때문에 혜택의 일부만을 사용하고 나머지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카페테리아 방식의 복리후생제도는 74년 미국 자동차부품업체 TRW가 처음 도입했으며 이후 전세계로 확산됐다.포천이 선정하는 미국 500대 기업 중 75% 이상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국내에서는 97년 한국IBM이 처음으로 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으며, 이후 대기업과 일부 공사를 중심으로 퍼져 있다. 정부에서도 카페테리아 방식에 호의적인 정책적 지원들을 강구하고 있다.일하기에 훌륭한 기업들이 추구하는 신뢰경영의 시각에서 볼 때 카페테리아 방식은 개인존중(Respect) 및 공정함(Fairness)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제도다. 개인존중은 시각을 수요자의 입장으로 돌려놓는 데서 출발한다. 시장에서의 수요자인 고객의 관점에 대해서는 많이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부족한 것이 회사정책의 수요자인 구성원의 입장에 대한 배려이다.훌륭한 기업이라면 똑같이 100원을 나눠주더라도 그것이 시혜적인 사은품의 성격을 띠게 하는 것보다 열심히 일한 대가로 받을 권리가 생겨서 받는 것이란 인식을 갖도록 만든다. 일한 보람과 자부심을 함께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다.CJ의 경우도 똑같은 고민의 과정을 거쳤지만 카페테리아 방식을 설계함에 있어서 공정함이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자금, 주택자금 등 ‘요건형’ 선택항목을 설계하는 경우가 그러하다.특히 교육 및 자기계발이나 근무환경 등을 총보상의 개념으로 파악해 제도화하는 것은 한발 앞서가는 접근으로 보이며 핵심인재를 자산으로 끌어들이는 데 유리하다. 카페테리아 방식과 더불어 최근의 경향은 회사와 가정, 일과 생활(Work-Life)의 균형을 지원하는 차원의 복리후생제도라는 개념이 활발히 개발, 적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