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장이 추천받은 후 시상여부 판단, 본사서만 한 달에 10명 넘게 받아
‘동해물과 백두산이….’애국가가 흘러나오고 엄숙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권위를 상징하는 단상에는 높은 분이 줄지어 서 있다. 호명을 받은 사람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단상에 오른다. 높은 분과 마주 서 있으면 옆에서 시상의 내역이 큰 소리로 낭독된다.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시상식의 느낌은 딱딱함이다. 심한 경우 왕이 하사를 내리는 모양새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기념사진이라도 찍을 때는 정작 주인공인 수상자는 엑스트라가 되고 상을 수여했던 높은 분이 한가운데 위치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시대변화에 따라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역시 크게는 딱딱함을 주는 권위적인 시상식의 모습이 적지 않다.업무성과나 귀감이 되는 행동을 기려 시상을 하는 제도는 어느 회사에나 있다. 그러나 그 시상의 양식이 대개는 천편일률적이다. 마치 국가공인 시상식을 보는 듯해서 각 회사의 특색을 살린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이런 의미에서 한솔제지(대표이사 선우영석)의 ‘바로바로 포상제’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따로 의식 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이뤄지는 시상의 지나친 근엄함을 벗었다는 점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한솔제지 장항공장 이가영 사원은 재활용 전도사로 꼽힌다. 회사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도 그의 손을 거치면 깜찍한 제품이 된다. 최근에는 고철덩어리를 활용해 예쁜 꽃병을 만들어 사무실 분위기를 바꿨다. 이를 지켜본 팀장은 그 자리에서 이씨를 불러 상을 줬다. 부상은 2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 액수는 크지 않지만 상을 받는다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시상의 지나친 근엄함 벗어‘바로바로 포상제’는 2000년 하반기에 도입됐다. 선행을 하거나 경영개선 활동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내 주변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직원들에게 그때그때 상을 주자는 취지였다.그전에는 분기별로 우수사원을 뽑아 시상을 했다. 하지만 이 상은 너무 업적위주로 주어져 눈에 띄지 않게 회사일을 거드는 사원들에게는 수상 기회가 적었다. 형평성의 문제가 있었던 셈이다.특히 시상위원회 등을 열어 포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상을 주는 시점이 업적을 올린 때와 시차가 벌어져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 상 받을 자격이 있다고 직원들이 추천하면 팀장이나 부서장이 자신의 판단 아래 상을 주도록 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바로바로 포상제를 처음 제안안 인력팀의 남상일 과장은 “포상이 너무 정례적으로 이뤄져 형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바로바로 포상을 하게 됨으로써 더욱 큰 동기부여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당초 큰 효과를 바라고 제안한 것도 아니고 포상의 내역이 큰 것도 아니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 행동에 대해 곧바로 피드백이 이뤄지면서 인정을 받는다는 느낌을 좀더 크게 받는 것 같다”고 남과장은 덧붙인다.장항공장 임직원의 30%는 2년째 월급의 1%씩을 떼이고 있다. 샐러리맨들도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며 불우이웃돕기 기금을 조성하자는 경영지원팀 오세안 주임의 제안에 따라 300여명이 ‘1% 나눔운동’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도 선행사례로 뽑혀 상을 받았다.포상의 대상은 높은 업무성과를 낸 사원이나 자신이 가진 업무지식을 타인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사원, 그리고 남모르게 사회봉사 활동을 실천하는 사원 등이다. 추천은 해당부서의 팀장이나 동료들에 의해 이뤄진다. 인력팀의 담당자나 부서의 책임자에게 사내의 전산망을 통해 대상자의 활동상이 전달되면 시상여부가 곧바로 결정되고 포상이 이뤄진다.바로바로 포상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직원간에 칭찬하는 분위기가 번져 임직원의 화합에도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본사에서만 한 달에 12명 정도가 바로바로 포상제에 따라 상을 받는다. 대개는 업무성과가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포상은 성과나 활동에 대한 인정(Recog-nition)의 프로그램 중 하나일 뿐이다. 남과장은 “팀장의 결정에 따라 자율적으로 뷔페식사권을 부여하는 등 크고 작은 인정의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회사 내에 사무공간의 문화적 환경을 개선시켜 서로가 즐겁게 일하는 분위기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매우 쉬워 보이는 단순한 시상제도의 개선이지만 의견이 수렴되고 그것이 제도로 정착될 수 있는 사내의 문화적 정서적 환경이 조성되는 일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한솔은 윤리경영을 통해 “사람을 최고의 가치로 중시하는 인본주의 경영을 추구한다”고 대내외에 선포하고 있다.나아가 △임직원 모두가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자기 성장과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며 △능력과 자질에 따라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고 △업적에 따라 공정한 평가보상을 추구하며 △종교, 성, 신체적 장애, 지역, 학력 등의 요소에 의해 차별과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각오를 비치고 있다.이 같은 이상적인 경영철학이 일상에서 구체적인 제도와 관행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켜보고 평가하는 일은 고객의 몫이다.엘테크의 브레인스토밍“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한다. 비단 회사뿐만이 아니라 어느 조직에서나 인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요체가 되는 것은 마음이다. 즉 귀하의 성과와 행동이 귀감이 된다는 구성원간 마음의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요하다.포상제는 크게 볼 때 인정의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것 중의 하나로, 역시 진솔하게 높이 칭찬한다는 뜻과 마음이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한솔제지의 바로바로 포상제는 포상제도의 형식적 측면을 누그러뜨리면서 행위와 포상간의 시간적인 격차를 줄여 피드백을 빨리 준다는 점에서 개선된 포상제도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훌륭한 일터(Great WorkplaceㆍGWP제)의 하나로 미국에서조차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는 텍트로닉스사에는 ‘참 잘 했어요 상’(You Done Good Award)이라는 게 있다.회사는 ‘You Done Good Award’ 문구를 새겨넣고 기뻐 만세를 부르는 사람의 디자인을 삽입한 증서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칭찬받을 만한 일을 한 동료를 발견하면 이 증서를 준다. 증서를 많이 모은 사람에게 회사는 포상을 한다. 텍트로닉스에는 증서를 주고받는 것이 하나의 기업문화로 자리잡았다.흔히 어린학생에게 상을 주면서 “더 잘하라고 주는 상이다”는 말을 한다. 받는 사람도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고 수상소감을 얘기하고는 한다. 그러나 이는 서로가 좋게 해석을 하고 겸양을 보이기에 나오는 표현이다. 분명히 상은 잘했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해서 주는 것이다.미국 포천 100대 기업의 선정자인 로버트 레버링은 GWP가 되기 위해서는 시상이나 선물을 통한 고용주의 통제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의 요지는 상이나 선물을 줄 때는 반드시 “받을 만하기 때문에 주는 것”이라는 뜻이 전달돼야 한다는 것이다.순간의 성과나 행동을 포상하고 인정해주는 제도와 함께 전통과 권위를 지닌 상을 통해 인정하고 보상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골든글러브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것이 전통과 권위의 상징이며 모두가 받고 싶어 하는 상이기 때문이다. 형식주의를 없앤다고 그저 그런 포상만이 즐비하다면 사내 구성원들에게 사실상 동기부여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포상제는 신뢰경영의 이론에서 비춰볼 때 성과의 보상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제도이며 그 운영이 공정(Fairness)하게 이뤄질 때 의미가 있다. 나아가 가벼운 인정의 프로그램들은 일하는 재미(Fun)를 살리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