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롤테크’ 소문 타고 매장 연일 인산인해
-한정판 운동화 열풍 30·40까지 번져

[비즈니스 포커스]

#주말인 3월 6일 아침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을 찾았다. 최근 명품 시계 롤렉스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아침부터 줄을 선다는 얘기를 듣고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개장 시간(10시 30분)보다 10분여 정도 일찍 백화점에 도착했는데 이미 정문 앞은 사람들로 붐볐다. 이윽고 휴대전화 시계가 10시 30분을 가리키자 백화점 문이 열렸고 정문 앞에서 대기하던 이들도 분주해졌다.

체온 측정을 마친 사람들은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하나같이 에스컬레이터를 향해 빠르게 뛰어갔다. ‘설마’ 하며 그 뒤를 따라갔는데 잠시 후 펼쳐진 광경에 입이 저절로 딱 벌어졌다. 이들의 발길이 멈춘 곳은 다름 아닌 백화점 2층에 자리한 롤렉스 매장이었다. 시계를 보니 10시 3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개장 3분 만에 3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미 매장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최근 롤렉스 매장은 이른 아침부터 대기줄을 설 정도다. 업계에서는 롤테크가 입소문이 나면서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롤렉스 매장은 이른 아침부터 대기줄을 설 정도다. 업계에서는 롤테크가 입소문이 나면서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리셀(재판매)’ 시장이 폭풍 성장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가격이 올라가는 샤넬 가방을 되팔아 재테크를 한다는 뜻의 ‘샤테크’도 여전하지만 최근에는 특히 롤렉스 시계로 돈을 버는 ‘롤테크’, 한정판 운동화로 쏠쏠한 수익을 내는 ‘스니커테크’가 더 인기다.

시간이 흘러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명품이나 한정판 운동화의 특성을 활용한 ‘신개념 재테크’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1000만원 웃돈에 거래되는 롤렉스 서브마리너

특히 롤렉스는 최근 고수익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운이 좋으면 한 번에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롤렉스 매장 앞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백화점 오픈과 동시에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한 시계업계 관계자는 “롤렉스 인기 제품들을 매장에서 산 뒤 중고 명품 숍이나 구매를 원하는 이들에게 되팔면 수백만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다”며 “실사용을 목적으로 시계를 구매하려는 수요도 원래 많았는데 이런 소문이 알려지다 보니 최근에는 리셀러들까지 몰리며 매장에 들어가는 것조자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롤렉스 매장은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입장이 불가능했다. 3월 8일 월요일 오후 롤렉스가 입점한 강남의 백화점 두 곳을 찾아갔지만 이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매장 앞에는 ‘금일 입장 대기가 종료됐다’는 공지가 걸려 있었다. 이미 구매 상담 예약이 꽉 찼다는 얘기다.

안내 직원은 “현재 키오스크를 비치해 고객들의 전화번호를 찍어 입장 대기를 받고 있다. 백화점 쇼핑을 하다가 구매 상담 차례가 되면 매장 앞으로 오도록 메시지를 보내 알려주는데 보통 ‘금·토·일·월’은 오전에 ‘화·수·목’은 오후 2시 정도에 하루 상담 가능한 예약 고객이 꽉 찬다”고 설명했다.

물론 줄을 일찍 선다고 해서 누구나 원하는 모델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이 언제 입고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롤렉스 직원에 따르면 제품들은 정해진 시간 없이 수시로 입고된다.

앞에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끝까지 차례를 기다리면 원하는 모델을 구입할 수도 있다. 결국 모든 것이 운인 셈이다. 줄은 선다는 것 자체가 기약 없는 기다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 모델을 구매하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이 리셀러들에겐 매력적인 부분이다.
평일 오후에 롤렉스 매장을 찾았는데 이미 웨이팅 접수는 마감된 상태였다.
평일 오후에 롤렉스 매장을 찾았는데 이미 웨이팅 접수는 마감된 상태였다.
실제로 구매 금액보다 1000만원이 넘는 차익을 낼 수 있는 모델도 있다. 서브마리너 제품은 매장에서 1000만원대 초반 가격에 판매되는 제품이다. 하지만 워낙 수요가 많아 입고되는 즉시 팔리며 리셀 시장에선 부르는 게 값이다.

5년 전 서브마리너 제품을 약 1000만원에 구매한 적 있는 자영업자 이민성(40·가명) 씨는 “당시 이 시계를 사두면 오를 것이라는 지인의 얘기를 듣고 구매했다”며 “5년 동안 거의 매일 차고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비슷한 착용감을 가진 모델들이 중고 시장에서 최소 600만원 이상 웃돈이 붙어 판매되고 있다. 새 제품은 더 큰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전했다. 운 좋게 매장에서 이 제품을 구매해 바로 되팔면 1000만원에 달하는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3월 9일 강남에 있는 중고 시계 매장들을 가봤는데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중고 시계 매장을 찾았는데 한눈에 봐도 사용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서브마리너 제품이 무려 2500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달고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롤렉스의 ‘베스트 셀러’로 불리는 데이저스트 모델들도 있었다. 사용하지 않은 새 제품들은 현재 약 300만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어 판매 중이었다. 이 제품들은 대부분 리셀러들이 백화점 매장에서 운 좋게 구매한 뒤 바로 중고 매장을 찾아 되판 물건들이다.

매장 관계자는 “요즘 리셀러들이 새 제품을 들고 많이 온다. 이들에게 200만원 이상 웃돈을 주고 제품을 구매한다”며 “현재 진열된 새 제품들이 매장가보다 훨씬 비싸지만 잘 팔린다. 인기 모델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그만큼 수요가 많기 때문인데 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시세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물론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롤렉스가 전반적으로 제품을 많이 생산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방향을 바꿔 제품 공급을 늘릴 수도 있다. 그러면 웃돈을 주고 산 사람들은 막대한 손해를 볼 수 있다.” 한 시계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안전한 투자 원한다면 ‘나이키 한정판’ 노려라

롤테크와 비교할 때 스니커테크는 비교적 리스크가 낮은 재테크로 일반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시계에 비해 가격 단위가 낮고 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얼마 전부터 스니커테크를 시작한 직장인 박정규(39·가명) 씨는 요즘 수시로 휴대전화 알람을 맞춰 놓는다. 나이키 한정판 신발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최근 나이키는 수시로 한정판 운동화를 출시해 일부 소비자들에게만 구매 기회를 부여한다. 방식은 이렇다.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는 날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1시간 동안만 구매를 원하는 이들의 응모를 받는다.

이들 중 일부를 추첨해 한정판 운동화를 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박 씨는 “직장 업무를 하다 보면 이를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아 알람을 설정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지인이 이런 방법으로 약 20만원의 차익을 거뒀다는 얘기를 듣고 따라서 시작했는데 그도 얼마 전 응모에 당첨돼 한정판 운동화 구매 기회를 얻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나이키 덩크 로우라는 한정판 제품 응모에 당첨돼 구매 기회를 얻었다. 12만9000원에 제품을 사 30만원에 바로 팔았다. 클릭 몇 번을 통해 꽤 짭짤한 수익을 낸 셈이다. 이후 응모가 있을 때마다 계속 참여하고 있다. 또 당첨되면 바로 되팔 예정이다.”

큰 수익을 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어떤 모델들은 구매가가 10만원 초반이지만 2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수익률로 계산하면 1500%가 넘는다.

한정판 운동화를 파는 방법도 간단해졌다. 예전 같으면 판매자가 인터넷 사이트에 일일이 제품 사진을 찍고 올려야 했다. 최근에는 한정판 중고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들이 여럿 생겼다.

‘무신사 솔드아웃’, ‘크림(KREAM)’, ‘엑스엑스블루(XXBLUE)’ 등이 대표적이다. 한정판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정판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도 많아졌다. 이런 플랫폼에서는 한정판 운동화의 시세 변동과 거래 시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무신사 솔드아웃에서 제공하는 한정판 운동화 시세와 정보.
한정판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도 많아졌다. 이런 플랫폼에서는 한정판 운동화의 시세 변동과 거래 시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무신사 솔드아웃에서 제공하는 한정판 운동화 시세와 정보.
또한 자체적인 검수 인력을 갖춰 제품의 진위 여부를 직접 판단해 안전한 거래도 보장해 준다. 제품별로 실제 거래가 성사된 가격들을 공개해 해당 제품의 인기와 시세를 엿볼 수도 있다.

스니커테크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최근에는 더 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추세다. 다양한 기업들이 한정판 운동화를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들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KT 등 대기업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들어서는 한정판 운동화만 취급하는 오프라인 점포들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중고 거래의 대명사로 급성장 중인 번개장터는 지난 2월 개장한 ‘더현대 서울’에 한정판 스니커즈를 판매하는 오프라인 점포인 ‘브그즈트 랩(BGZT LAB)’의 문을 열었다.
스니커테크 열풍으로 인해 한정판 운동화만을 취급하는 오프라인 점포들도 생겨나고 있다. 번개장터가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오픈한 브그즈트 랩 매장.
스니커테크 열풍으로 인해 한정판 운동화만을 취급하는 오프라인 점포들도 생겨나고 있다. 번개장터가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오픈한 브그즈트 랩 매장.
롯데백화점도 온라인에서 한정판 운동화를 판매하는 전문 업체(아웃오브스탁)와 손잡고 영등포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브그즈트 랩을 이끌고 있는 곽호영 번개장터 패션·라이프스타일 사업팀장은 이렇게 말한다.

“한정판 운동화 시장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형성되고 커져 왔다. 이들은 보유 자산이 많지 않다 보니 저렴하게 투자에 수익을 낼 수 있는 한정판 운동화에 관심이 몰렸다고 생각한다. 보통 응모에 당첨됐을 때 구매 가격은 10만원대 초반이다. 용돈을 모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걸 바로 30만원 넘게 판매할 수 있으니 당연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곽호영 번개장터 패션·라이프스타일 사업팀장.
곽호영 번개장터 패션·라이프스타일 사업팀장.
그는 앞으로 한정판 운동화의 인기가 더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 팀장은 “한정판 운동화가 좋은 재테크 수단이라는 사실이 최근 30·40으로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실제로 브그즈트 랩에도 이 나이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신규 수요층이 유입되는 상황인 만큼 시장의 열기는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오대진 무신사 솔드아웃 팀장
“한정판 운동화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셀럽”
“아직도 코인하니?”…‘신종 재테크’로 떠오르는 롤렉스·나이키
‘솔드아웃’은 무신사가 선보인 온라인 한정판 운동화 거래 중개 플랫폼이다. 현재 가장 많은 판매자와 구매자들이 애용하는 플랫폼으로 꼽힌다.

솔드아웃을 이끌고 있는 오대진 팀장은 “올해 초 기록한 솔드아웃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배 정도 늘었다”며 점차 뜨거워지고 있는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를 만나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한정판 운동화의 세계와 좋은 제품을 고르는 방법 등을 물었다. -한정판 운동화란 정확히 무엇인가.“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가 한정된 수량으로 기획하고 시장에 유통하는 신발들을 의미한다. 다만 최근에는 그 의미가 더 확장되고 있다. 대량 생산되는 운동화 모델이라고 하더라고 수요가 공급을 훨씬 뛰어넘으면 구하기가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리셀 시장에서 자연히 가격이 오르게 되는데 이렇게 품귀 현상이 일어나는 운동화도 한정판 운동화로 취급한다.” -한정판 운동화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나.“철저하게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쉽게 설명하면 주식 시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주식 매수 물량이 매도 물량보다 많으면 주가가 급등하기 마련이다. 한정판 운동화도 파는 사람들보다 구매자가 몰리면 시세가 순식간에 껑충 뛴다.” -좋은 한정판 운동화를 고르는 팁이 궁금하다.“주식 시장처럼 예측하기가 어렵다. 기대를 모았던 제품들이 실제로는 인기가 없어 오히려 발매가보다 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운동화들이 갑자기 대형 호재를 맞아 구매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이 치솟기도 한다.” -어떤 경우를 호재라고 할 수 있나.“패션 업계에서 유명한 연예인들이 특정 운동화를 신고 사진을 찍거나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직접 실착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경우다. 이들을 동경하는 많은 사람들의 구매가 몰리면서 리셀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올해 초 나이키에서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밸런타인 포스’라는 분홍색 한정판 운동화를 출시한 적이 있다. 이 제품은 초반에 큰 인기를 끌지 못하며 리셀가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는데 얼마 후 반전이 일어났다. 지드래곤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신발을 찍어 올린 것이다. 이후 구매자가 몰리면서 가격 폭등 현상이 일어났다. 이런 시장 특성 때문에 브랜드들도 한정판 운동화를 출시하면 영향력 있는 셀럽들에게 제품 노출을 기대하고 무료로 운동화를 보내준다.” -솔드아웃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신발은 무엇인가.“나이키 에어조던1 오리지널(OG) 시카고 친필 사인 제품이 작년에 4500만원에 거래됐다. 1985년 발매된 제품인데 농구의 신으로 불리는 마이클 조던이 직접 사인까지 한 운동화다. 미국 소더비 경매에도 올라왔던 제품이라고 들었다. 이 운동화가 거래됐을 당시 솔드아웃에서 구매자와 판매자 인터뷰를 직접 하기도 했다. 구매자는 정말 조던을 좋아하는 수집가였다.” -많은 이들이 스니커테크에 뛰어들고 있다.“꾸준히 인기 있는 모델들은 시간이 흐를 수록 값이 더욱 올라갈 것이다. 한정판 운동화를 구매한 뒤 직접 신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신지 않은 채 보관하면 제품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