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입은 與 친문, 누구와 손잡나 주목…野는 윤석열, 국민의힘 입당이냐 제3지대냐
[홍영식의 정치판] 여당의 ‘4·7 재·보궐 선거’ 참패는 11개월이 채 남지 않은 대선 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무대에 올라와 있거나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는 주자들 모두 선거 결과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여권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친문(친문재인)의 선택이다. 친문의 고민은 문재인 대통령을 이을 마땅한 친문 주자가 없다는 점이다. 친문 대선 주자로 꼽혀 온 김경수 경남지사가 포털 사이트 댓글 조작 혐의로 1, 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대선 주자로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거론되지만 경선이 불과 5개월밖에 남지 않아 정치권에서 터를 닦기가 빠듯하다.
친문은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한 배를 탔다. 지난해 8월 실시된 7개월 임기의 대표 경선에 나선 것부터 그렇다. 당시 이 전 대표는 대표 출마를 망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가 7개월밖에 안 돼 성과를 내기엔 너무 짧은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친문 주류 쪽에서 이 전 대표의 대표 경선 출마를 강력하게 권했다. 뚜렷한 친문 대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당시 지지율이 높은 이 전 대표를 시험대에 올려 놓으려는 의도였다는 얘기가 민주당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대표직 수행을 통해 이 전 대표가 대선 주자감이 되는지 시험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뚜렷한 대선 주자 없는 친문, 정세균 총리와 손잡나
당시 한 친문 중진 의원은 기자에게 “이낙연의 출마는 친문과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뜻”이라고 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강성 친문 지지자들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강성 지지라고 해서 특별한 분들이 아니다.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에너지원”이라고 한 것은 한 배를 탔음을 말해 준다.
하지만 친문은 재·보선 패배로 더 큰 고민에 빠졌다. 이 전 대표가 이번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대표직을 그만두기 전 ‘당소속 단체장의 잘못으로 재·보선을 치를 경우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바꿔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선거 전략도 수립했다. 그 이후엔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전을 지휘했다. 그런 만큼 이 전 대표는 선거 참패로 큰 상처를 입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친문과 이 전 대표 간 전략적 제휴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는 패배 직후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국민의 삶의 고통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 전 대표와 달리 선거 패배의 책임에서 거리가 있다. 지지율도 여권 주자 중 가장 높다. 그렇다고 친문이 이 지사와 손잡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친문 의원은 “의원 개개인별 성향에 따라 이 지사 쪽으로 갈 수는 있지만 친문계 차원에서 그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지역 다른 친문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대세론을 형성했을 때 그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었다”며 “반대로 이 지사가 치고 올라가자 망설이는 친문 의원들도 있다”고 했다.
관건은 이 지사의 지지율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느냐다. 지난해 중반 이전만 해도 10%대에 머무르다 연말부터 20%대로 올라섰다. 의원들을 견인하려면 30%대로 치고 올라가야 하지만 이 지사의 지지율은 20%대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다. 한 여론 조사 전문가는 “이 지사가 본격적으로 치고 올라가는 시점에 윤석열 전 총장이 검찰총장을 사퇴하면서 지지율을 갈라 먹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의 전매 특허는 이슈 파이팅이다. 이슈 파이팅으로 여론을 선점해 지지율을 끌어올려 대세론에 올라탄다는 전략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더독(약자가 유권자들의 동정으로 지지도가 올라가는 현상)’ 전략과 닮은 점이 있다. 하지만 이슈 파이팅에 의존하는 정치는 확장력에 한계가 있다. “시원하다”는 반응과 함께 보수뿐만 아니라 중도층에 “너무 튄다. 대통령을 맡길 만한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할 수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선거 패배의 책임은 대통령과 여당에 있고 총리는 한 발 비켜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입지가 좁아진 이 전 대표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친문의 새 제휴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총리가 범친문으로 꼽혀 온 만큼 뚜렷한 친문 주자가 없다면 손잡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야권은 재·보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국민의힘은 자기 당 소속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경선과 본선 모두 승리함에 따라 이전보다 견인력이 높아졌다. 대선판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는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이번 재·보선 승리가 국민의힘이 잘했다기보다 여권의 심판 성격이 짙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긴 것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가 큰 힘이 됐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 당 밖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 대표를 확 끌어당길 만큼의 구심력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입당을”…윤 전 총장, 곧 움직일 듯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국민의힘 중심의 대선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다. 4·7 재·보선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정진석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선 범야권 통합 후 전당대회 수순으로 가는 게 국민들이 바라는 바에 부응하는 길”이라며 “단일 대오에 윤 전 총장이 합류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뿐만 아니라 홍준표 무소속 의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모두 범야권 통합에 동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줄곧 당 바깥 주자들에게 국민의힘 입당을 요구해 왔다.
윤 전 총장의 선택이 주목된다. 당초 윤 전 총장은 제3지대 도모 쪽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함에 따라 상황이 변했다. 제3지대 도모는 말처럼 쉽지 않다. 자금과 조직력을 뒷받침하기 여의치 않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KBS 라디오에 나와 윤 전 총장의 국민의당 합류에 대해 “시기의 문제”라고 한 뒤 정치 자금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대선 후보는 1주일에 1000만원 가까이 돈을 써야 한다”며 “정치 자금은 입당하면 해결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모두 개인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윤 전 총장이 끝까지 제3지대에 남아 가는 상황은 거의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두 갈래로 나뉜다. 이번 재·보선에서 중도의 힘을 확인한 만큼 당장 국민의힘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제3지대에서 보수 개혁 이미지를 심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의견과 일찌감치 거대 정당에 들어가 당을 장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윤 전 총장은 4월 말, 늦어도 5월 초엔 대선판에 등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입당을 약속한 안 대표는 그 시기가 관건이다. 5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이전 입당설도 나온다. 이는 안 대표의 국민의힘 대표 출마를 의미한다. 안 대표의 측근은 “국민의힘 대표 출마설도 나오지만 안 대표는 대선 주자다. 대선판에서의 역할을 감안한다면 대표 출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재·보선 결과가 대선 보증 수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말이 있듯이 선거판은 언제든지 요동칠 수 있다. 여야 모두에 해당하는 말이다.
홍영식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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