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약 전부 실현에는 1년 3개월 임기 역부족
집값 급등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제 카드 만지작

[비즈니스 포커스]
‘신고가’ 터졌다…오세훈 당선에 들썩이는 재건축·재개발 지역
“서울시장 선거 전부터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단, 재건축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버티고 있어 매물이 씨가 마른 상황이다.”(압구정 A 공인중개사)

“건축 연한이 오래된 아파트를 기준으로 매물로 나온 것이 없는지 찾는 이들이 많다. 며칠 만에 호가가 1억~2억원 올랐다.”(노원 B 공인중개사)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재건축·재개발 지역이 들썩이고 있다. 규제 완화 기대감에 대상 지역 매물에 ‘신고가’가 연이어 터지며 안정세에 접어들던 서울 집값이 다시 한 번 요동치고 있다. 집주인들이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해 버티면서 매물이 씨가 마른 상황이다.

서울 집값은 선거 전부터 꿈틀대기 시작했다. 선거 이틀 전인 4월 5일 압구정 현대 7차 245.2㎡는 6개월 전 보다 13억원 오른 80억원 신고가에 거래됐다. 전국 최고가다. 4월 초까지만 해도 30억원 중·후반대를 오르내리던 현대 1·2차 아파트 131㎡ 매도 호가도 2억~3억원 정도 올라 40억원대를 넘어섰다.

비단 강남 만의 이슈는 아니다. 건축 연한이 오래돼 재건축 시한이 가까워진 강북 아파트 역시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노원 상계 주공7단지 전용 79㎡도 3월 15일 12억4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곳은 예비 안전 진단이 진행 중이다.

노원 B 공인중개사는 “오세훈 시장은 선거 전 수차례에 걸쳐 상계동의 안전 진단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며 “정부 역시 이번에는 오 시장의 공약과 주민의 요구를 무시하기 힘들어 이 지역의 집값은 당분간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시장이 당선된 후 서울 아파트 값은 8주 만에 상승폭이 확대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은 2월 15일 후 7주 연속 상승세가 둔화됐다. 상승폭은 0.42%에서 0.2%로 절반 정도 줄었다. 하지만 4월 5일 기준 변동률은 0.28%로 1주일 전(0.2%)보다 0.08%포인트 높아졌다.
‘신고가’ 터졌다…오세훈 당선에 들썩이는 재건축·재개발 지역

오세훈 부동산 공약, 전부 실현에는 시간 턱없이 부족

오 시장의 주요 부동산 공약은 △5년 내 신규 주택 36만호 민간 중심 공급 △용적률 상향 및 35층 규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및 안전 진단 기준 완화 등이다. 시장에선 신규 주택 공급과 35층 규제 완화 등은 가능할 것으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1년 3개월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할 수 있는 규제 완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신규 주택 36만 호 공급은 압구정과 상계동 등이 대상이다. 개별 단지 재건축의 경우 도시계획위원회가, 지구단위계획이 필요한 경우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심의한 후 시장이 최종 결정한다. 즉, 서울시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셈이다. 현재 도시계획·건축위원회는 여당 중심이지만 오 시장의 추진력과 내년 대선을 앞둔 여당의 민심 확보 필요성 등으로 공약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35층 규제 완화는 서울 도시기본계획인 ‘2030 서울 플랜’의 내용 중 하나다. 여당에서도 규제를 없애자는 쪽이어서 공약대로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의회가 결정권자로, 총 109석 중 여당이 101석이지만 표심을 잡기 위해 오 시장의 주장대로 35층 규제는 조만간 해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도 오 시장의 부동산 시장 규제 완화 방침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집값 상승을 우려해 재건축 속도를 조절해 왔지만 주민의 주거 복지 해결을 위해선 아파트 층고를 35층 이하로 못 박은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안전 진단 기준 완화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시가 안전 진단 기관 선정과 관리 등에 참여하지만 안전 진단 기준 완화는 서울시장의 권한 밖의 문제”라며 “1년여간의 짧은 임기 동안 실현 가능한 규제 완화에 한계가 있어 재건축 사업의 핵심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안전 진단 기준 완화까지 개정은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고가’ 터졌다…오세훈 당선에 들썩이는 재건축·재개발 지역

오세훈, 집값 급등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카드 만지작

재건축 단지에 신고가 행렬이 이어지자 오 시장은 집값을 잡기 위해 토지거래허가제 카드를 꺼냈다. 집값이 과열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주택 거래 시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2년간 매매나 임대가 불가능해 실거주를 해야 한다. 투기를 막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현재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삼성동·잠실동·대치동·청담동 등 강남권이다.

규제 완화 추진 속도는 ‘숨고르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운동 당시 당선 후 1주일 안에 관련 정책을 발표한다고 했지만 도시계획위원회나 시의회 조례 개정에 수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압구정 A 공인중개사는 “규제 완화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기대 심리에 따라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며 “시장이 과열될 우려가 있지만 신규 주택 공급 물량 확대와 35층 규제가 풀리는 시점에는 어느 정도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돋보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전 조합원이 평균 3000만원 이상의 개발 이익을 얻으면 정부가 이익 금액의 10~50%를 부담금으로 거두는 제도다. 조합추진위원회 구성부터 입주까지 오른 집값에서 정상 주택 가격 상승분과 공사비, 조합 운영비 등을 제외한 초과 이익에 누진율을 적용해 부과한다. 2006년 9월 도입됐다. 글로벌 금융 위기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2012년부터 환수제 시행이 유예됐다가 2018년 1월 1일 부활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