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국제 통상의 새 글로벌 스탠더드 ‘ESG’
통상 협상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노동과 환경을 통상 협상과의 연계를 강화하면서 통상 협상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기존의 통상 협상은 관세 인하 또는 철폐를 중심으로 한 시장 접근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초점에서 더 나아가 무역과 직접적 연관이 떨어지는 부문을 통상 협상과 연계해 노동자와 환경을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서부터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에 캐나다·멕시코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부정적 태도를 견지하던 클린턴 전 대통령은 당선 이후 민주당의 주요 가치인 노동과 환경 부문을 NAFTA의 부속 협정 형태로 개선하고 NAFTA를 발효시켰다.

이로부터 미국이 추진하는 자유무역협정(FTA)에는 노동·환경 등 사회적 이슈(social agenda)를 통상과 연계(issue linkage)하는 것이 기본 모형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이러한 이슈의 통상 연계가 과거의 단순한 협력 선언이나 기존 국제 협정의 이행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제적 의무 사항을 통상 협정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NAFTA 이후 미국이 체결한 FTA에서는 부속 협정이 아닌 본문에서 노동과 환경 문제를 규정하고 있어 통상 협상의 주요 의제로 대두됐다.

물론 공화당 출신인 트럼프 전 행정부의 출범으로 노동과 환경의 통상 연계는 약화됐고 그 대신 안보 문제를 통상과 직접 연계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고려해 안보와의 연계라는 틀을 유지하면서 노동과 환경 연계를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통상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노동과 환경에 대한 개별적 국제 협약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이를 통상 협상과 연계하려는 것일까. 이는 노동과 환경에 대한 국제 협약을 따르지 않을 경우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지만 통상과 연계된다면 수출 규제 등으로 직접적 제한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환경 분야다. 환경 분야에 대한 통상과 연계된 규범 설정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역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 질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이 공통의 관심사를 가졌을 때 무엇인가 이뤄졌던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 본다면 환경에 대한 통상 규범이 향후 어떠한 형태로든 설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구체적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와 연계해 탄소조정세(carbon adjustment fee) 또는 수량 제한(QR)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탄소조정세는 국제 기후 및 환경 의무 불이행국이 수출하는 탄소 집약 상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기업의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최근의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논의와 연계돼 향후 글로벌 스탠더드로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경영 과정에서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고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에 추가해 한국 정부가 경제적 요인 외에 정치적 요인을 ESG 논의에 추가하는 것은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국제적 논의를 면밀히 검토해 관련 규정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