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NFT 열풍 이어 이더리움 재조명…높은 수수료 속도 문제 해결 가능성

[비트코인 A to Z]
다가오는 7월 ‘런던 하드포크’…이더리움 재도약 가져올까[비트코인 A to Z]
이더리움이 다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디파이에서 시작됐던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불길은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을 거쳐 오는 7월 런던 하드포크를 향해 천천히 번져 나가고 있다.

이더리움은 그간 고가의 수수료 때문에 사용하기 힘든 블록체인이라는 지적을 받아 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높은 수수료(gas fee)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올해 중순 정식 론칭할 예정인 이더리움 세컨드 레이어 솔루션 ‘옵티미즘(Optimism)’이 활성화된다면 수많은 이더리움 서비스들이 이 세컨드 레이어에 정착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옵티미즘이 기대하는 2000TPS(초당 거래 처리 속도) 이상이 달성된다면 더 이상 이더리움 사용자들은 느린 디파이 서비스에 힘들어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이더리움의 재조명의 시작, 디파이

2018년 11월의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는 수많은 사람들을 블록체인 세계에서 떠나게 했다. 2017년만 해도 암호화폐 공개(ICO) 열풍으로 코인의 신세계를 경험한 사람들은 이더리움이 250만원(한국 거래소 기준)을 기록하자 기대감이 절정에 올랐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결국 10만원 수준으로까지 떨어져 버린 것이다.

이에 암호화폐 사용자들은 가치가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눈길을 돌렸고 실제 달러를 담보로 하는 USDT가 가장 많이 쓰였다. 다만 이를 운영하는 ‘테더(Teather)’라는 회사에 신뢰도 문제가 제기되면서 ‘메이커 다오(MakerDAO)’의 ‘다이(DAI)’가 주목받게 됐다. 다이는 안전한 탈중앙화 스테이블 코인을 원하는 사용자들의 수요에 딱 들어맞았다. 메이커다오는 이더리움을 담보로 다이를 대출해 주는 플랫폼으로, 이더리움의 가격이 끝없이 떨어지던 그 당시에도 1달러의 가격을 유지해 냈다.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였던 셈이다. 이더리움을 담보로 스테이블 코인을 만드는 데 95%의 하락을 지켜냈으니 다이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더욱 높아졌다.

그 이후 다이를 중심으로 디파이 생태계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초과 담보 대출 플랫폼 ‘컴파운드(Compound)’, 누구나 유동성을 공급하면 거래소를 만들 수 있는 ‘AMM(Automated Market Maker)’ 서비스인 ‘유니스와프(Uniswap)’, 토큰을 담보로 특정 자산의 가격을 추종하는 자산을 만들어 내는 합성 자산 플랫폼 ‘신테틱스(Synthetix)’ 등이 초기부터 활동했던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들은 2019년 동안 예치금(TVL) 기준 3배 성장했고 꾸준히 이 디파이 프로젝트들을 중심으로 많은 개발자들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면서 2020년에는 더 다양한 실험들이 일어났다.

인도의 열아홉 살 창업자들이 만든 ‘인스타댑(InstaDapp)’, 스테이블 코인만 거래할 수 있는 AMM인 ‘커브 파이낸스(Curve Finance)’, 자산들을 대신 운영해줄 수 있는 자산 관리 플랫폼 ‘셋 프로토콜(Set Protocol)’이 바로 그것이다.

같은 해 6월 컴파운드가 토큰을 출시하면서부터 이더리움 생태계에 가속도가 붙었다. 컴파운드는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돈을 빌려주는 사람과 빌려가는 사람에게 그 액수만큼 비례해 토큰을 나눠 줬다. 사람들은 컴파운드의 토큰인 COMP를 얻기 위해 이더리움과 다양한 토큰들을 컴파운드 플랫폼에 넣고 또 토큰을 빌려갔다. 이에 따라 컴파운드의 예치 자산이 빠른 속도로 불어났고 COMP 토큰의 가격도 이에 발맞춰 빠르게 올랐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거쳐 플랫폼은 빠르게 성장했고 결국 컴파운드의 예치금은 3개월 만에 6배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놀라운 성장세를 바라보던 다양한 디파이 프로젝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토큰을 발행해 서비스 사용자들에게 토큰을 분배하기 시작했고 컴파운드가 토큰을 출시할 당시만 해도 디파이에 묶인 전체 자산이 10억 달러 수준이었다면 같은 해 10월쯤에는 약 100억 달러로 증가했다. 디파이의 성장과 함께 이더리움은 더 활기를 띠었다.

바통을 이어 받은 NFT 마켓

2021년 초부터는 NFT 시장이 주목받았다. 2019년 ‘크립토 키티’로 시작됐던 혁신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게임, 디지털 아트, 컬렉터블 등 다양한 분야로 줄기를 뻗어나가 지금은 대중도 쉽게 투자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해시드가 NFT 분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때는 2019년이다. 그때만 해도 다들 때 이른 투자라고 했지만 그 당시에 투자했던 ‘더 샌드박스(The Sandbox)’,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 ‘블랑코스(Blankos)’, ‘크립토 스워드 앤드 매직(Crypto Sword And Magic)’은 이제 블록체인업계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성장했다. 이 업체들은 게임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게임 내 토지를 NFT로 판매해 유저들이 적극적으로 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초기 가격에 적어도 50배 이상으로 땅이 거래되고 있다. 이렇게 디지털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본 유저들은 이 게임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 땅 위에 건물을 짓고 많은 콘텐츠를 채워 넣고 있다.

디지털 아트 시장은 그 무엇보다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라리블(Rarible)’, ‘메이커스 플레이스(Makersplace)’, ‘니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 등 다양한 디지털 아트를 판매하는 시장이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받으며 그에 따라 아트 작품들의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역사를 자랑하는 미술 경매 사이트 크리스티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팬덤을 넓혀 온 ‘비플(Beeple)’이라는 작가가 5000일 동안 매일같이 그린 디지털 아트를 한데 모아 NFT로 팔았는데 그 작품은 6900만 달러(약 760억원)에 판매되며 정점으로 향하는 NFT 트렌드를 시장에 알렸다.

그 이후 시사 주간지 ‘타임’이 그간 인기를 얻은 표지를 NFT로 만들어 판매했고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는 고질라와 킹콩을 주제로 NFT를 만들었다. 유명한 타코 프랜차이즈 ‘타코벨’도 NFT를 발행해 30분 만에 매진시켰다. 한국에서도 NFT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아지며 엔터테인먼트·대기업·스타트업 등 저작권을 가진 수많은 업체들이 팬덤을 기반으로 NFT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생겼고 앞으로 더 많은 NFT들이 시장에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

바통은 다시 이더리움이 쥐었다. 과거 거래 하나 발생시키는 데 몇 만원의 비용을 내야 하는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많은 유저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절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이더리움 밖에서 이런 교통 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이 있어 왔다. 이더리움의 대체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폴카닷(Polkadot)’, ‘테라(Terra)’, ‘솔라나(Solana)’,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BSC)’ 등은 이더리움보다 훨씬 빠르면서 편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했다. 그리고 이들의 네트워크 위에 이더리움에서 만들어졌던 생태계를 그대로 복사한 디파이와 NFT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있다.

만약 이더리움이 런던 하드포크·옵티미즘 등을 통해 기존의 문제들을 해결한다면 또다시 이더리움은 한계선을 돌파하며 크게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수많은 개발자들이 이더리움 위에서 더 많은 혁신을 만들어 내며 생태계를 확장시켜 나갈 것이다.

김성호 해시드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