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아이오닉5 인기에 상반기 보조금 소진 위기…업계는 현 체계 전면 재검토 요구

[비즈니스 포커스]
‘보조금 벌써 바닥’ 속 타는 전기차 계약자…친환경차 질주 급제동
친환경차 전성시대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시작으로 전기차·수소차 등 다양한 라인업의 친환경차가 출시되고 있다. 2030년을 전후해 내연기관 차량의 시대는 종말을 맞이한다. 10년 후에는 내연기관 차량의 공백을 친환경차가 완전히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정부는 친환경 시대를 맞아 내연기관 대신 친환경차 체제로 변화하겠다는 목표다. 한국 역시 이 흐름을 따른다. 공공 기관의 친환경차 의무 구매 비율은 기존 70%에서 100%로 확대된다. 친환경차 수요 창출과 온실가스 저감 등을 위해 2016년(의무 50%) 시작된 이 제도는 5년 만에 두 배로 상향 조정됐다.

정부뿐만 아니라 친환경차는 소비자의 이목도 사로잡았다. 완성도 높은 친환경차가 속속 출시되면서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는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보조금 벌써 바닥’ 속 타는 전기차 계약자…친환경차 질주 급제동
전기차 인기에 지자체 보조금 조기 소진 위기

테슬라가 한국 판매 1만 대를 넘어서며 한국 전기차 시장에 불을 붙였다. 이어 현대차의 아이오닉5가 판매 중이고 기아도 EV6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아이오닉5는 사전 계약을 시작한 첫날인 2월 25일 2만3760대로 신기록을 세웠다. 사전 계약 물량은 4만여 대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인기 비결에는 ‘보조금’이 큰 몫을 차지한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고 보조금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더해 지급되는데 선착순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7만5000대에 대당 1100만~1900만원의 국고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자체가 편성한 예산은 4만5814대분에 그친다. 이 차이로 전기차 사전 계약자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보조금은 차량 구매 계약을 한 후 신청할 수 있는데 접수 시점을 기준으로 두 달 안에 차량이 출고돼야 한다. 출고 전 지자체 보조금이 바닥 나면 국고 보조금이 남아 있더라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현대차는 4월 28일부터 사전 계약 순번대로 아이오닉5를 출고 중인데 양산에 돌입한 지 보름 만에 구동 모터를 생산하는 현대모비스 설비 일부에 문제가 발생해 차질을 빚었다. 게다가 반도체 수급난에 울산1공장이 휴업하는 등 물량 소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2~3배 많은 반도체가 소요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4월 생산 계획을 당초 1만 대에서 2600대로 축소했다. 이로 인해 후순위 차량 사전 계약자는 차량을 언제 인도 받을 수 있을지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차량을 늦게 받는다는 것은 보조금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특히 전기차 수요가 많은 서울과 부산은 보조금 소진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빨라 예비 차주들의 걱정이 더욱 크다. 지난 5월 3일 기준 서울시 전기차 보조금 신청자는 4064명이다. 올해 지급 계획인 5067명의 80.2%에 달하는 규모다.

올해가 절반이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보조금이 한계치에 도달한 셈이다. 지난해 서울·부산·세종 등 중 지자체의 전기차 보조금은 9월 말 소진됐다. 올해는 이보다 더 빠른 상반기에 보조금이 고갈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조금 벌써 바닥’ 속 타는 전기차 계약자…친환경차 질주 급제동
정부, 보조금 추가 예산 확보 총력

정부는 계속된 전기차 보조금 조기 소진 우려를 일축하기 위해 지자체별로 수요를 재조사하고 추가 예산 확보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나 적극적으로 보조금 추가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전·강원·제주는 추가경정예산이 확정됐고 부산과 경기도는 서울과 마찬가지로 협의 중인 상태다.

환경부의 추가 예산 확보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업계 등에선 이번 기회를 통해 보조금 지급 제도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고·지자체로 이원화된 현재 시스템으로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날 공산이 커 거주지와 신청 시기에 관계없이 모두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또 다른 국가처럼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 시대의 도래를 앞당기기 위해 지급 액수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은 201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보조금을 증액하고 지급 기한을 2025년으로 연장했다. 또 빠른 대중화를 위해 판매 가격이 낮은 차량에 더 많은 보조금 혜택을 주고 있다.

일본 역시 보조금 지급 액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정부에서 최대 40만 엔, 지자체에서 최대 30만 엔을 지급하고 있다. 이를 정부 80만 엔, 지자체 40만 엔으로 상향 지급할 계획이다.

미국은 세액 공제 형태로 보조금을 준다. 연방 정부는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를, 주정부는 추가로 500~3000달러의 세액 공제와 차량 등록세 할인, 배기가스 측정 면제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보조금 지급 판매량 기준도 20만 대에서 60만 대로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재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선진국은 친환경차 판매 촉진과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보조금을 증액하고 지급 기한을 연장하는 추세”라며 “지역과 순서에 따라 다른 보조금 지급 체계를 재검토해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에 전기차를 인도 받을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