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발전, 목재 펠릿 활용 등 3년간 16.5% 줄여…38개 중 22 곳은 오히려 배출량 증가

[ESG 리뷰] 이슈
탄소 배출 감축 톱10 기업…CDP 보고서 분석해 보니
한국은 중국과 함께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입고 있다. 영국의 기후 변화 비정부 기구 기후행동추적(CAT)이 발표한 2020년 기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제 기후 변화 대응 수준은 ‘매우 불충분’으로 분류된다.

또한 한국이 제출한 2030년까지 2017년 배출량 대비 24.4%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목표(NDC)는 유엔으로부터 파리협정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고 신규 탄소 발전 사업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사들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표를 투자 결정 시 주요 평가 지표로 보겠다고 발표하며 탄소 감축 및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탄소 배출량 관리는 기업 성장을 위한 투자와 직결된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조업이나 석탄·발전 기업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탄소 배출 감축 톱10 기업…CDP 보고서 분석해 보니
CDP, 세계 상장사 정보 분석해 금융회사에 제공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 : Carbon Disclosure Project)는 지속 가능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영국에서 출범한 비영리 기구다. CDP는 2000년부터 시작돼 현재 92개 국가와 전 세계 주요 상장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CDP는 전 세계 주요 상장 기업에 기후 변화 대응 목표 및 전략, 탄소 배출량 정보, 감축 노력 등의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 최종적으로는 기업이 공개한 정보를 바탕으로 공시 정보를 분석해 투자자와 금융회사에 제공하는 정보원의 역할을 한다. 장지인 CDP 한국위원회 위원장은 “기후 변화 대응에서 정보 공개는 초석과도 같은 것이다. 전 세계 주요 금융회사들이 적극적 기후 행동을 보이며 자본 이동에 가속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CDP는 매년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정보 공개 요청 대상 기업을 선정한다. 정보 공개 요청을 받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CDP에 참여할 수 있다. CDP는 매년 초 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담당자에게 정보 공개 요청서를 발송한다. CDP 공식 평가를 받으려는 기업은 공지된 응답 마감일까지 CDP 자체 온라인 응답 시스템(ORS)을 통해 환경 대응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글로벌 평가 점수는 연말 CDP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평가는 기후 변화·물·산림(생물 다양성)을 기준으로 기업이 ORS에 제출한 정보만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평가는 디스클로저(Disclosure), 어웨어니스(Awareness), 매니지먼트(Management), 리더십(Leadership) 단계로 나눠 각 단계에서 일정 점수 이상 획득 시 다음 단계 평가가 진행된다. 가장 높은 단계는 ‘리더십’으로, 모범 기업의 사례가 이 단계에 속한다. 각 단계에서는 A등급부터 D등급까지 나눠 평가되며 데이터가 미공개거나 평가가 불가능한 기업은 F등급을 준다.

2020년 CDP 평가에서 탄소 경영 A 등급을 받은 한국 기업은 기아·삼성전기·신한금융그룹·하나금융그룹·현대건설·현대글로비스·효성첨단소재·DL이앤씨·LG디스플레이·LG유플러스다. CDP 한국위원회는 평가 등급을 잘 유지한 기업을 대상으로 명예의 전당, 탄소 경영 아너스 클럽 등으로 분류해 별도로 시상한다.
탄소 배출 감축 톱10 기업…CDP 보고서 분석해 보니
배출 감축 톱 10 기업들…남동발전 ‘1위’

탄소 배출량 관리는 장기전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CDP 한국 보고서에 공개된 38개 기업의 최근 3년간(2017~2019년) 탄소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실제로 탄소 배출량이 감축된 기업은 38개 중 16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기업에서는 오히려 배출량이 늘어났다.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전기전자·철강금속·화학 분야였다. 탄소 배출량을 가장 많이 줄인 기업은 한국남동발전이다. 이어 현대글로비스·SK하이닉스·삼성중공업·삼성물산이 상위 5위에 올랐다.

한국남동발전은 한국 기업 중 최초로 ‘2050 온실가스 탄소 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선제적으로 탄소 배출 저감에 나섰다. 남동발전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석탄 화력 발전소인 영동 1·2호기를 목재 펠릿 등의 저탄소 연료로 전환했다. 남동발전은 기존 감축률 목표였던 9.0%보다 7.5%포인트 높은 16.5%의 탄소 배출 감축을 달성해 냈다. 현대글로비스는 전 상선의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수집하며 모니터링하는 MRV(Measuring, Reporting, Verifying)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또한 녹색 물류를 실천하기 위해 통합 운송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해 화물 차량 연비를 개선하는 에코 드라이빙(eco driving), 전기 상용차, 친환경 냉장 전기차를 통한 친환경 물류 도입에 힘썼다.

이러한 기업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로벌카본프로젝트(GCP)가 분석한 2019년 기준 한국의 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다. 티핑포인트인 2030년까지 2017년 기준 24.4%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탄소 중립 목표 설정에 따른 지적도 여전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후대응기금과 한국 탄소세 검토안을 논의하며 탄소 배출량 저감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목표 설정만 바라볼 수 없다고 말한다. 기업들이 직접 움직일 차례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CDP 한국위원회) 책임연구원은 “한국 기업들은 이미 해외의 파트너사와 투자사들로부터 ESG 경영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다. 특히 애플은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애플과 관계를 맺은 모든 공급망과 협력사 역시 그 목표에 함께할 것을 요구했다”며 “기후 이슈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페널티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CDP는 기후 금융의 규제화·제도화와 함께 중요한 평가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김 연구원은 “현재 기후 이슈의 리딩 기업들은 금융회사다. 기업은 금융회사가 요구하는 지속 가능성, 기후 변화 리스크 시스템을 증빙하기 위해 CDP 평가 지표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미래 가치를 수치로 표현하는 CDP 평가 결과는 지속성이 핵심이다. ‘2050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30년이 남았다. 기후 경영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온 국가들을 단시간에 따라잡기 위해서는 한국 역시 객관적으로 현재 시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민·관 협력과 국가 수준에서 시행하는 과감한 탈탄소 사업 추진이 필요한 때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