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투자…시청자 수 100만 명 수직 상승

[컴퍼니]
여고추리반 메인포스터.
여고추리반 메인포스터.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티빙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CJ ENM에서 독립한 지 6개월 만에 시청자 100만 명을 추가 확보하며 고공 행진하고 있다. 급변하는 OTT 환경에 발맞춰 공격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나선 것이 상승세의 비결로 꼽힌다.

넷플릭스 방문자 2개월 연속 하락

최근 한국의 OTT 시장은 지각변동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계속 이어질 것 같았던 넷플릭스의 독주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월 방문자 수(MAU)가 지난 1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 MAU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800만 명대를 돌파한(816만 명) 뒤 1월 895만 명까지 늘었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2월(878만 명)과 3월(823만 명) 2개월 연속 MAU가 감소하고 있다. 그 사이를 틈타 토종 OTT들의 약진이 도드라지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티빙이 가장 많은 MAU 증가율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올해 3월 기준 티빙의 MAU는 327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CJ ENM에서 분리돼 독립 법인으로 출범하기 직전인 2020년 9월 MAU는 222만 명이었다. 약 6개월 만에 MAU가 100만 명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런 가파른 성장 비결은 오직 티빙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전략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티빙은 지난 1분기 신규 독점 콘텐츠를 쉴 새 없이 선보인 결과 MAU 상승세에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티빙은 지난해 10월 독립 법인 출범 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들이 올해 들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1월에는 ‘대탈출’로 잘 알려진 정종연 PD의 ‘여고추리반’이 티빙에서 공개됐다. 이를 시작으로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의 김은숙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드라마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 배우 공유와 박보검 씨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서복’, 최정상 케이팝 가수 26개 팀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케이콘택트 3(KCON:TACT 3)’ 등 다양한 장르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선보인 바 있다.

또 티빙은 지난 3월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콘텐츠 전문가를 티빙의 대표로 선임하는 파격 인사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명한 CJ ENM IP운영본부장을 기존 양지을 대표와 함께 티빙의 공동 대표로 선임하며 단독 대표 체제에서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명한 대표는 2011년 CJ ENM에 합류해 tvN본부장·미디어콘텐츠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CJ ENM의 채널 경쟁력을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사업 확장과 해외 진출 등의 업무는 양지을 대표가,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와 제작은 이명한 대표가 역할을 분담해 티빙을 이끌고 있다.

티빙 관계자는 “화제성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MAU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OTT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은 콘텐츠인 만큼 티빙 사용자들에게 특화된 콘텐츠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불안한 넷플릭스 천하…티빙, ‘다크호스’ 떠올라
5월 공개를 앞두고 있는 나영석 PD의 ‘스프링 캠프’와 올여름 공개를 목표로 촬영에 돌입한 배우 송지효 씨 주연의 드라마 ‘마녀식당으로 오세요’가 특히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여고추리반’ 역시 시즌2 제작이 확정된 상황이다.

협업 통한 시너지도 본격화

협업을 통한 시너지도 티빙이 상승 가도를 달리는 비결로 지목된다. 티빙은 OTT 시장 사수를 위해 JTBC·네이버 등과 협력 체제를 구축했는데 최근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티빙 측의 설명이다.

티빙 관계자는 “협업을 통해 티빙은 CJ ENM이 보유한 tvN·M넷·OCN 등 전체 채널뿐만 아니라 JTBC를 통해 방영된 모든 프로그램들까지 실시간으로 시청하거나 주문형 비디오(VOD)로 볼 수 있게 했다”며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제작되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티빙의 ‘칼’이라면 현재 CJ ENM과 JTBC에서 방송 중인 다수의 인기 프로그램들은 티빙의 ‘방패’ 역할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협업의 결과 현재 티빙은 CJ ENM의 전 채널뿐만 아니라 JTBC 등 종편 4사, 보도 채널 등 35개의 실시간 TV 채널, 특정 콘텐츠의 전체 회차를 연이어 방영하는 200여 개의 정주행 채널, 7만5000여 개의 방송 VOD, 1만 여 편의 영화 VOD 등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큰 인기를 끌고 있는 tvN ‘빈센조’, JTBC ‘시지프스’, ‘괴물’ 등과 같은 드라마와 ‘유 퀴즈 온 더 블록’, ‘킹덤, 레전더리 워’ 등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모두 티빙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JTBC·네이버와 동맹을 맺고 함께 작품 제작에도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선 JTBC스튜디오는 올해 1월 지분 투자를 통해 티빙에 합류했다. 티빙은 최근 JTBC와의 협업 작품을 잇달아 공개하며 예고됐던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티빙과 JTBC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선보인 첫 콘텐츠 ‘백종원의 사계’는 공개되자마자 티빙 인기 동영상 순위권에 진입했다. 또 JTBC에서 방송 중인 ‘유명가수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스핀오프 ‘유명가수전 히든트랙’을 티빙에서 단독 공개하기도 했다.

유명가수전 히든트랙에서는 ‘싱어게인’ 톱3에 오른 가수 이승윤·정홍일·이무진 씨가 직접 밝히는 협업 무대 비하인드부터 숨겨둔 플레이 리스트까지 방송에서 공개되지 않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네이버의 티빙 가세는 지난 3월 이뤄졌다. 티빙은 네이버와 손잡고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들이 티빙 방송 VOD를 기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결합 상품을 출시해 가입자 확대에 속도를 더했다.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와 티빙에서 제공 중인 영화 등을 모두 고화질로 볼 수 있는 업그레이드 상품도 옵션으로 함께 선보였다. 또 네이버는 티빙에 대한 지분 투자 규모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