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경제 돋보기]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 이후부터 꾸준히 오르기 시작해 3월 1.5%에 이어 한국은행의 목표인 2%를 훌쩍 넘긴 것이다. 2017년 8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5%를 기록한 이후 최대 폭으로 올랐다. 생산자물가지수도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물가 상승은 생산비를 높이는 공급 측 요인이 크다. 4월 농축수산물 가격이 13.1% 뛰었고 국제 유가도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국제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고 지난해 급격하게 위축됐던 경기로 인한 기저 효과도 있다.

정부는 하반기에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경기 회복의 속도와 후반기 소비의 펜트업 효과(외부 요인으로 억눌렸던 수요가 그 요인이 해소되면서 급속도로 살아나는 현상)가 본격적으로 나타난다면 포스트 코로나 인플레이션 추세 국면에 접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은행의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4월 기대 물가 상승률은 이미 2%를 넘어섰다. 인플레이션은 심리적 측면이 크게 작용한다.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실제 오르고 가격 상승을 목격함으로써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기대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만지작거리게 되고 노동자들은 임금 상승을 요구하게 된다.

경기 회복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과 회복의 기운이 경제 전체로 퍼지기도 전에 생산비 상승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게 된다면 물가는 오르고 고용이 줄어 경기 불황의 늪에 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인해 풀려나간 막대한 자금의 양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는 필연적이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역임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급기야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기준 금리를 다소 인상해야 할지 모른다는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당분간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을 고려하지 않고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용인하겠다던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과 결이 사뭇 달라진 것이다. 당장 금리가 인상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미국 경제성장률이 7%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미리 경고했다는 논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Fed가 하반기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은행의 확장적 통화 기조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자금 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 부채 잔액은 주식 투자나 내 집 마련 등을 위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많이 받으면서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막대한 재정 지출로 인해 악화된 재정 건전성까지 생각하면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경우 우리 경제가 감당할 체질과 구조를 갖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을 통한 경쟁력 향상에 매진해야 한다.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비가 절감되면 보다 싼값에 양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소비 수요가 늘어나게 되면 재고가 줄고 공장이 돌아가고 고용 시장에도 온기가 전해지는 선순환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기술 혁신이 가능하도록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또한 경쟁력 없는 좀비 기업에 대한 구조 조정도 병행돼야 한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