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 유치 성공하며 실탄 확보…메쉬코리아 ‘도심형 물류센터’ 바로고 ‘배달 컨설팅’ 집중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논현동 대로변에 위치한 부릉의 MFC. 메쉬코리아는 올해 MFC를 5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서울 논현동 대로변에 위치한 부릉의 MFC. 메쉬코리아는 올해 MFC를 5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서울 학동역 3번 출입구를 빠져나와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독특한 에메랄드 그린색으로 외관을 휘감은 점포 하나가 나타난다. 그 앞에 오토바이·소형 전기차들도 여러 대 주차돼 있어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더욱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은 메쉬코리아가 운영하는 배달 대행 브랜드 ‘부릉(VROONG)’이 4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도심형 물류센터다. 이른바 ‘마이크로 풀필먼트센터(MFC)’라고 불린다. 쿠팡이 빠른 배송을 위해 대도심 인근에 구축한 대규모 풀필먼트센터(주문부터 배송까지 일괄 처리하는 물류 시설)의 축소판이라고 보면 된다.

397㎡(120평) 남짓한 이 공간 내부에는 냉장·냉동 보관 설비도 갖추고 있다.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MFC를 구축해 인근 지역 거주자들에게 온라인에서 구매한 상품을 3시간 안에 집 앞에 배달해 주는 ‘초스피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달 대행업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며 폭풍 성장 중인 근거리 물류 스타트업들이 올해 들어 신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간 축적해 온 물류 관련 인프라와 노하우를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영역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메쉬코리아와 바로고가 대표 주자다.
종합 물류 기업 꿈꾸는 메쉬코리아이 업체들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가파른 실적 상승을 이뤄냈다.

비대면 소비가 대세가 되면서 빠른 배송이 유통 기업들의 명운을 가르는 경쟁력이 됐기 때문이다. 배달 대행 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마지막 구간(라스트 마일)’을 책임진다.

자연히 이들을 바라보는 성장 기대감은 더욱 커졌고 올해 들어 많은 ‘돈’이 쏠리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게 됐다.
‘폭풍 성장’ 배달 대행…신사업 확대로 ‘유니콘’ 향해 달린다
예컨대 메쉬코리아는 지난 4월 배송 강화에 나선 GS홈쇼핑에서 약 5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 냈다.

바로고 역시 얼마 전 11번가 등과 500억원 규모의 투자 협약서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조만간 신규 자금 수혈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확보한 자금은 배달 대행 업체들이 신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쉬코리아가 지난 4월 서울 논현동에 MFC를 출점한 이면에도 신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가 깔려 있다. 오토바이와 같은 이륜차를 활용한 배달 대행업으로 성장해 왔지만 사실 메쉬코리아는 설립됐을 당시부터 종합 물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며 달려왔다.

지난해 말 김포와 남양주에 대형 물류센터를 열며 이 같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마침내 MFC(강남 1호점) 출점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메쉬코리아가 강남의 대로변에 MFC를 구축한 것은 기존의 물류 기업들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기 위함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에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해 경쟁사를 압도할 만큼 빠른 배송을 구현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실제로 메쉬코리아는 MFC 개설을 통해 강남에 거주하는 고객들이 상품을 주문하면 3시간 만에 집 앞에 배송해 주는 빠른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

현재 카카오장보기 내 ‘톡딜프레시 베타(beta)’의 실시간 배송 서비스를 담당하며 시범 운영 중인데, 고객이 밀키트와 같은 가정 간편식(HMR)을 오전 7~10시 사이에 주문하면 당일 낮 12시 전에 상품을 배달해 주고 있다. 당연히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다.

메쉬코리아는 현재 강남 지역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이런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도록 집중해 나갈 방침이다.

5월 중 송파에 MFC 2호점을 오픈하기로 결정했고 올해 안에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총 50개의 MFC를 개설할 예정이다. 서울 대부분의 지역에서 초스비드 배송 서비스를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바로고, 빅데이터 활용한 배달 컨설팅 사업 나서
MFC 확충을 통해 메쉬코리아가 공략하고자 하는 시장은 바로 ‘D2C(Direct to Consumer)’다. D2C는 유통·소비재 기업들이 온라인 거대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한다.

해외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최근 메가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만 놓고 보더라도 나이키 등과 같은 기업들이 ‘탈아마존’ 움직임을 서서히 보이고 있다. 높은 수수료가 부담으로 작용해서다. 그 결과 떠오르게 된 것이 바로 D2C 판매다.

유정범 메쉬코리아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D2C의 가장 큰 장점은 판매자들이 오롯이 제품 개발과 판매·마케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물류와 배송은 메쉬코리아와 같은 물류 대행 업체들이 책임진다. 즉 유통 단계를 줄임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통해 자본·시간·인력을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에 쓸 수 있다.”

그는 D2C를 통해 판매자들의 수익이 올라가면 물류와 배송 빈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대표는 “메쉬코리아와 같은 업체들 역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로고 역시 메쉬코리아처럼 회사가 보유한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새롭게 손을 뻗치며 사세 확장을 도모하고 나섰다.

다만 나아가는 방향에서만큼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메쉬코리아가 풀필먼트 구축을 통한 종합 물류 회사를 꿈꾸는 반면 바로고는 라스트 마일 영역에서의 영향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신사업에 집중해 나가는 모습이다.

배달 컨설팅 사업을 예로 들 수 있다. 지난해 바로고는 1억3000만 건이 넘는 배달을 완료해 냈다. 매달 1100만 건 이상의 배달이 바로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셈이다.

바로고는 이 과정에서 축적한 빅데이터를 활용 가치가 높은 자산이라고 판단했다. 바로고 관계자는 “이를 분석해 자영업자들의 성공적인 배달 전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컨설팅 사업으로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컨설팅을 의뢰한 업체가 자리한 상권 분석부터 기존의 메뉴를 배달에 맞게 특화하는 방법 등 성공적인 배달 전환을 위한 여러 가지 노하우를 전수하고 나섰다.
바로고가 서울 망원동에서 운영 중인 도시주방.
바로고가 서울 망원동에서 운영 중인 도시주방.
점차 입소문을 타며 최근에는 이름난 프랜차이즈 업체들까지 바로고 측에 배달 컨설팅을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외출 자제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각광받고 있는 ‘공유 주방’ 사업에도 진출했다. 바로고는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망원동에 ‘도시주방’이라는 이름의 공유 주방의 문을 열어 운영 중이다.

장충동왕족발보쌈·샤이바나·서울윙스 등 7개의 외식업 브랜드가 현재 이곳에 터를 잡고 인근에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공유 주방에 들어온 업체들에는 그들이 원하면 무료로 배달 컨설팅까지 제공하고 있어 만족도가 높다는 후문이다. 배달 수요가 많은 지역에 추가로 도시주방을 오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바로고는 최근 이륜차 구독·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플랫폼도 론칭했다. 핀테크 보안 기업 아톤과 조인트벤처 ‘무빙(Mooving)’을 설립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하게 이륜차 구독·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향후 무빙을 통해 라이더 이륜차 보험과 라이더 금융 상품 추천 등 다양한 플랫폼 연계 사업까지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달 대행업으로 성장한 물류 스타트업들이 그간 쌓아 온 역량을 토대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들 가운데 조만간 기업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유니콘 기업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