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술술 풀어낸 경제학…영화 ‘기생충’에서 ‘레디 플레이어 원’까지

[서평]
영화로 본 경제...다른 건 몰라도 경제는 알고 살자
이토록 쉬운 경제학
강영연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8000원


영화는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경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삶을 다루지 않는 영화는 없고 인간의 행동 가운데 경제 원리로 설명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러니 영화를 본다는 것은 또 다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 것이고 경제를 안다는 것은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삶에 밀착된 영화와 경제가 만났다. 낯설고 어려운 경제학을 익숙하고 흥미로운 영화를 통해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이 나섰다. 매주 토요일 한국경제신문에 인기리에 연재되던 ‘영화로 읽는 경제학 원론’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영화, 더없이 좋은 경제학 교재

이 책 ‘이토록 쉬운 경제학’은 영화 ‘기생충’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가족이 기를 쓰고 박 사장의 집에 들어가려는 것은 계층 이동의 욕망 때문이고 그 집에서 벌어지는 약자 간의 피 튀기는 싸움은 결국 일자리를 두고 벌이는 싸움이다.

가난은 대물림되고 부 역시 부모에게서 자녀로 이어진다. 이를 나타내는 지표가 ‘세대 간 소득 탄력성’이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세대 간 소득 탄력성이 낮은 편이다. 가난과 부가 대물림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적고 계층 이동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는 뜻이다. 기우 가족은 과연 계층 사다리를 타고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

박찬욱 감독의 퀴어 영화 ‘아가씨’에선 히데코와 숙희, 후지와라의 삼각관계를 통해 ‘보완재’와 ‘대체재’의 개념을 배울 수 있다. 히데코에게 숙희는 자유로운 삶을 위해 필요한 후지와라의 보완재일 뿐이다. 보완재는 빵과 잼처럼 같이 소비할 때 효용이 늘어나는 재화다. 그래서 ‘협동재’라고도 한다.

하지만 히데코가 숙희를 사랑하게 되면서 숙희와 후지와라의 관계는 대체재로 바뀐다. 콜라와 사이다처럼 비슷해 둘 중 하나만 선택하게 되기에 ‘경쟁재’라고도 한다. 히데코가 후지와라를 버리고 숙희를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의 마지막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2045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암울한 현실을 피해 가상현실(VR) 게임 오아시스에 접속해 살아간다. 게임 속 세상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는 ‘메타버스’의 일종이다. ‘가상(meta)’과 ‘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목받는 개념이다. VR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VR 기술의 발전은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VR 기기 전문 기업 테슬라슈트는 가상 세계에서 느껴지는 손의 촉각을 현실에서도 느낄 수 있는 글러브를 이미 2년 전에 개발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경제는 기술 발전과 함께 변화하고 그 변화는 우리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경제를 모르고서는 현재에 대처하기도, 미래를 준비하기도 어렵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경제학은 어렵다. 딱딱하고 지루하다. 반면 영화는 재미있다. 영화는 한국인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예술이다. 실제로 한국인의 영화 관람 횟수는 계속 증가해 왔고 최근에는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을 통해 더욱 쉽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영화는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문화예술이다.

이런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면, 특히 그것이 경제라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윤효진 한경BP 편집자 이 주의 책
영화로 본 경제...다른 건 몰라도 경제는 알고 살자
스토리씽킹
간다 마사노리 지음 | 김형숙 역 | 초록비책공방 | 1만8000원


스토리는 사람을 매료하며 거대한 비즈니스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 사회는 마치 붐을 탄 것처럼 스토리를 중요시하게 됐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며 기업들은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정책을 앞두고 괜찮은 아이디어를 수집한다. ‘상품 말고 스토리를 팔아라’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스토리는 이미 비즈니스 세계에 정착했다. 그런데 스토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활용해야 좋은지는 학교와 회사에서도 거의 알려주지 않는다. 어린아이나 수업 시간에 해왔던 ‘이야기 짓기’라는 활동이 어떻게 다른 비즈니스 툴을 압도하며 과제를 달성하게 만들어 막대한 부를 모으게 하는지도 다소 의심스럽다. 하지만 퓨처 매핑(한 장의 종이에 3막 2권의 스토리) 하나로 어렵지 않게 스토리를 창조하고 이를 통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행동 시나리오가 탄생한다. 수입이 늘어나기도 하고 변하지 않던 조직이 변하는 등 그 결과도 다양하다.
영화로 본 경제...다른 건 몰라도 경제는 알고 살자
부자의 패턴
댄 스트러첼 지음 | 송이루 역 | 비즈니스북스 | 1만6000원


부자가 되는 방법에 ‘x + y = z’ 같은 절대 공식은 없다. ‘경제적 자유’라는 복잡하고 야심 찬 목표는 단순히 정해진 공식을 따르는 것만으로는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망하기엔 이르다. 부자가 되는 공식은 없어도 최상위 부자들의 패턴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있다. 저자가 말하는 상위 1%는 물리적인 부는 물론 건강·가족·인간관계 등 삶의 질적인 부분에서 ‘상위 1%’의 성취를 얻은 슈퍼 리치들이다. 이들은 돈을 잘 벌어들이는 방법에서 나아가 잘 나눠 주는 방법까지 연구한다. 돈에 집착하는 대신 돈이 가져다줄 감정에 집중한다. 1시간 일찍 일어나기 같은 작은 습관으로 매일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엄격한 자기 관리와 단련을 통해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영화로 본 경제...다른 건 몰라도 경제는 알고 살자
오후 4시부터 자유로워지는 일습관
호리우치 도키코 지음 | 김정환 역 | 자음과모음 | 1만2800원


한국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한다. 출퇴근길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힘든 업무를 끝내고 퇴근 이후 뭔가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집에 돌아와 밀린 집안일을 하고 나면 하루가 모두 끝난다. 이 같은 고민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일과 삶의 균형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바쁜 업무와 직장 생활 속에서 직장인들은 정작 달라진 점을 실감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핀란드에선 오후 4시를 넘기는 순간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여름에는 한 달이 넘는 휴가를 보낸다. 이 책은 핀란드 사회를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려 일과 생활의 중심에 ‘나’를 세우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일과 생활의 중심 잡기가 필요하다.
영화로 본 경제...다른 건 몰라도 경제는 알고 살자
나 코치의 파는 기술
나유업 지음 | 북스톤 | 1만5000원


이커머스 강의, 온라인 셀러, 온라인 마켓, 제2의 쿠팡, 자사몰 론칭, 쇼핑몰 대박 신화…. 단언하건대 창업의 세계는 온라인으로 이동 중이다. 돈과 경험이 부족한 개인들은 집에서 이커머스를 준비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오프라인 회사들은 발 빠르게 온라인 고객을 찾아나선다. 이커머스의 매력은 공간·시간·거리의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대박은 아니어도 최소한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너도나도 온라인 창업에 뛰어든다. 하지만 주어진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저자는 “온라인 창업을 시작하는 데는 자격이 없지만 살아남는 데는 최소한의 자격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뼈아픈 실패담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그는 특히 ‘기초 체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영화로 본 경제...다른 건 몰라도 경제는 알고 살자
불만 시대의 자본주의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 박세연 역 | 열린책들 | 2만3000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컬럼비아대 석좌 교수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불만 시대의 자본주의’에서 미국식 시장 경제는 실패했다고 정면으로 비판한다. 그는 금융화·세계화·기업의 독점화(스티글리츠의 3가지 핵심 연구 주제)가 거대한 불평등을 낳고 있고 금융 산업과 몇몇 기업이 경제 전반을 장악하고 불공정한 규칙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정부의 강력한 개입만이 국가의 진정한 부(富)를 늘리고 오늘날 자본주의가 처한 위기를 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처럼 불평등의 규모가 컸던 적도 없었다. 불공정과 불만에 응답할 수 없다면, 가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 부자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 길밖에 없다면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크게 잘못됐다고 강조한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