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방송 횟수 줄며 타격…이커머스 중심 해외 공략에서 돌파구 찾기

[비즈니스 포커스]
화장품 수요 반등하는데…홀로 침체된 애경산업
침체됐던 화장품 산업이 회복되기 시작한 걸까. K뷰티의 대표 주자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매출의 회복과 온라인 재편으로 반등에 성공했고 LG생활건강도 화장품 부문이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1분기 최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K뷰티를 이끌어 온 애경산업은 아직까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가 늘었던 생활용품 부문이 정상으로 돌아갔고 결정적으로 화장품 사업이 반등하지 못했다.
화장품 수요 반등하는데…홀로 침체된 애경산업

홈쇼핑 화장품 방송 줄이자 덩달아 휘청

애경산업의 1분기 실적은 저조했다. 올해 1분기 애경산업의 매출액은 13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8.8% 감소한 7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11.7% 줄었다.

생활용품 사업은 매출액 856억원, 영업이익 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5%, 86% 줄었다. 특히 화장품사업의 감소폭이 더 컸다. 매출액 497억원, 영업이익 6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3%, 0.6% 감소했다. 애경산업 측은 1분기 실적에 대해 생활용품 사업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이었던 지난해 일시적으로 급증했던 위생 용품 수요가 정상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타격이 큰 것은 화장품 사업이었다. 2021년 1분기 기준 애경산업의 전체 매출액에서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35.7%로 가장 높다. 화장품 사업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면세점을 비롯한 한국 주요 채널의 매출 실적이 감소했다.

애경산업의 화장품 산업은 그간 ‘홈쇼핑’과 ‘중국’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홈쇼핑을 통해 생활용품 기업에서 벗어나 화장품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부터 화장품 매출을 책임지던 홈쇼핑 채널이 흔들렸다. 방송 횟수 하락과 코로나19로 인한 색조 화장품 수요의 감소로 홈쇼핑 채널의 부진이 시작됐다. 1분기 애경산업의 채널별 매출 성장률에서도 홈쇼핑은 37% 뒷걸음질했다.

애경산업이 화장품 사업을 확장할 때만 해도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과 달리 화장품 산업을 위한 오프라인 채널이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경산업은 홈쇼핑을 제품 판매 수단으로 택했다.

홈쇼핑을 통해 애경산업이 히트시킨 상품은 ‘에이지투웨니스(AGE20’s) 에센스 커버 팩트’다. 2013년 출시된 이 제품은 ‘에센스 파운데이션’이라는 독보적인 카테고리를 형성했다. ‘에센스 포켓 기술’로 고체 파운데이션 안에 수분 에센스를 71% 함유한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홈쇼핑 채널을 통해 3040 여성들을 사로잡으며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올랐다. 애경산업은 이 제품을 포함해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제품들들을 평균 3회씩 시즌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안방의 고객들을 붙잡는 것에 몰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 이상 홈쇼핑에만 기댈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변화했고 마스크 착용이 상시화되면서 색조 화장품의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이에 따라 홈쇼핑들 또한 색조 화장품 방송을 줄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면세점 채널 또한 해외 관광객이 급격히 줄면서 매출액에 타격을 입었다.
화장품 수요 반등하는데…홀로 침체된 애경산업

중국 찍고 일본까지 수출 확대
이러한 상황에서 애경산업은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간 애경산업은 꾸준히 중국 내 채널을 강화해 왔다. 중국 내 온라인몰인 ‘티몰 글로벌’ 등 주요 온라인몰에 입점해 제품을 판매 중이다. 또 애경산업은 중국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해외 영업팀과 해외 마케팅팀이 협업해 ‘왕훙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한국의 인플루언서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왕훙이 트렌드 확산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마케팅과 판매 채널 확대를 목적으로 중국 최대 화장품 오프라인 매장 보유 브랜드인 ‘프로야’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오프라인 채널을 확장 중이다.

중국의 소비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애경산업은 물론 화장품 시장 전체에 긍정적이다. 지난 1분기 애경산업의 화장품 매출을 뒷받침한 것도 ‘수출’이었다. 채널별 매출 성장률에서 수출이 39% 늘어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글로벌 시장에서 화장품 소비가 회복되면 향후 수출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일본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애경산업은 현지 온라인 플랫폼 ‘큐텐재팬’에 공식 브랜드관 ‘AK 뷰티 오피셜(AK BEAUTY OFFICIAL)’을 오픈했다고 5월 25일 밝혔다. 큐텐재팬은 라쿠텐·아마존재팬·야후쇼핑 등과 함께 일본에서 4대 오픈 마켓 플랫폼이다.

애경산업은 세계 4위 이커머스 국가인 일본 내 유명 플랫폼에 진출함으로써 현지 온라인 시장의 판로를 강화할 계획이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4차 한류 붐과 K뷰티 인기가 상승하는 일본 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경산업이 해외 진출에 가속도를 내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애경산업의 대표 브랜드인 에이지투웨니스는 중국 티몰에서 BB 카테고리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징둥닷컴·핀둬둬·카오라에도 공식 진출했다. 동남아와 미국에도 진출했다. 동남아 최대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쇼피(Shopee)’,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 등 각 지역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에 진출하며 글로벌 시장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애경산업에는 대표 브랜드 에이지투웨니스의 성장이 중요하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에서의 ‘설화수’ 매출을 통해 1분기 반등한 것처럼 잘 키워 낸 브랜드는 언제든지 반등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성과도 좋은 편이다. 애경산업은 ‘시그니처 에센스 커버팩트’가 미국 아마존에서 ‘파운데이션’ 카테고리 베스트 셀러 2위(4월 30일 기준)에 올랐다고 5월 9일 밝혔다. 애경산업에 따르면 에이지투웨니스는 지난해 6월 아마존에 브랜드관을 오픈하며 미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시그니처 에센스 커버팩트를 앞세워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왔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소비가 강하게 나타남에 따라 브랜드 간 속도 차는 있지만 대부분 화장품 수요가 회복 중”이라며 “애경산업의 에이지투웨니스 또한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