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산타토익’ 뤼이드에 2000억원 투자…AI 등 활용 맞춤형 교육으로 학습 격차 해소
[비즈니스 포커스] 한국의 교육 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면서 교육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에듀테크 플랫폼’이 성장하고 있다.비대면 수업이 당장 눈 앞에 닥친 변화라면 6세에서 21세 사이 학령 인구의 감소는 중·장기적인 흐름이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학령 인구는 2020년 671만 명에서 2030년 525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반면 에듀테크는 IT를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IT 기업들도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에듀테크 시장의 플레이어들도 늘어나고 있다.
에듀테크 씨앗 뿌린 교육 기업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2018년 1530억 달러에서 2025년 342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도 에듀테크 투자에 적극적이다. 미국의 에듀테크 투자액은 2019년 기준 16억6000만 달러를 기록해 5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했다. 중국은 전 세계 에듀테크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인 스타트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에듀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중소기업벤처부가 중소벤처기업을 상대로 모집하는 ‘K-비대면바우처 플랫폼’에도 ‘에듀테크’ 분야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한국 중소벤처기업들은 임직원 교육을 비대면으로 실행할 수 있고 에듀테크 기업들도 기업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에듀테크 산업의 성장을 서두른 것은 사회 곳곳에 변화를 불러 온 코로나19 사태였다. 대학은 물론 초·중·고에서도 비대면 수업이 실시되면서 집에서도 학습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했다. 여기에 에듀테크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학습 공백을 채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생겼다. 학교에 가지 못하면서 무너진 공부 습관을 다시 잡을 수 있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면서 나타난 문제 중 하나는 학생들 간 학습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성적 중위권이 무너지고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양극화되는 현상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결국 학생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학습할 수 있는 에듀테크는 점차 빠르게 시장에 스며들고 있다.
학생들이 스마트 기기 사용에 익숙하다는 것도 에듀테크 시장의 전망을 밝게 한다. 필기구 대신 태블릿으로 학습하는 것에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또 에듀테크 태블릿은 인터넷이나 게임 등의 방해 없이 오로지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교육 기업들은 일찌감치 에듀테크 관련 투자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넓혀 왔다. 교육 시장에서 오랜 노하우를 가진 만큼 이들의 에듀테크 시장 침투율은 상당히 빠른 편이다.
웅진씽크빅은 46만 명의 스마트 회원을 보유한 업계 1위 인공지능(AI) 교육 기업이다. 2014년 한국 최초로 스마트 교육 서비스를 선보였고 2016년부터 AI 머신 러닝 분석 기술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는 AI 교육 핵심 특허 11건을 포함해 총 23건의 에듀테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 유수 에듀테크 기업의 교육 콘텐츠를 지원하는 교육부 이러닝 세계화 프로젝트 ‘리드(LEAD) 이노베이션 그룹’에 선정됐다. 또 AI 산업 혁신 분야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원장상을 수상하며 AI 교육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웅진씽크빅의 에듀테크 플랫폼 ‘웅진스마트올’은 출시 14개월 만에 회원 10만 명을 돌파했다. 이 플랫폼은 학습 빅데이터가 집약된 전 과목 AI 학습 플랫폼으로 A I특허 기술을 적용해 교과 진도, 학습 습관, 이해도, 학습 성과에 따라 맞춤 진도 학습을 제공한다.
교원그룹은 AI 학습지 ‘스마트구몬’, ‘스마트빨간펜’으로 에듀테크 사업을 확장 중이다.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교원그룹은 지난 1월 향후 에듀테크 분야에서만 33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해 고기능·고부가 가치 제품을 개발하고 에듀테크 시장에서 1위 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의도다. 연내에는 개인 맞춤형 학습 진단·관리 솔루션인 ‘AI튜터(가칭)’를 추가할 예정이다. 학습자에게 최적화된 수업 진행과 학습 관리 등 AI 기반의 학습 솔루션을 제시하고 학습자의 공부 패턴을 분석해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담을 예정이다.
초·중등 스마트 홈 러닝 ‘AI홈런’을 서비스하는 ‘아이스크림에듀’도 에듀테크 시장의 강자로 꼽힌다. 2012년 출시된 아이스크림에듀는 특히 초등 교육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전용 디바이스에 음성 인식이 가능한 AI 기반의 ‘AI튜터’ 기능이 내장돼 있다. 인지도를 바탕으로 최근엔 중등 시장까지 진출했다. 지난 5월 26일 아이스크림에듀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화형 학습 AI튜터를 론칭한다고 밝혔다. ‘아이스크림 AI홈런 중등’에 적용되는 AI튜터는 중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관심사와 학습 포인트 그리고 사춘기 감성을 바탕으로 한 대화 수준까지 반영돼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학습 처방을 제공하도록 업그레이드됐다.
성인과 영유아로 확대되는 에듀테크
에듀테크가 성장하면서 주식 시장에서도 관련 주들이 들썩거리고 있다. 지난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 종목 중 하나는 1951년 설립돼 출판사 중에선 최초 상장된 ‘삼성출판사’였다. 삼성출판사의 자회사인 ‘스마트스터디’가 ‘아기상어’를 히트시키며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2010년 6월 설립된 스마트스터디는 유·아동 교육, 게임, 애니메이션 등 온·오프 콘텐츠를 제작하고 서비스하는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다. ‘핑크퐁’은 스마트스터디의 대표적인 유·아동 브랜드로 현재까지 5000여 편의 동요, 동화 영상 콘텐츠를 제작했다. 이 콘텐츠들은 전 세계 20개 언어로 제작됐다. 대표적인 콘텐츠는 동요 애니메이션 ‘핑크퐁 아기상어’다.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재미있는 후렴구로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인기를 토대로 스마트스터디는 한때 나스닥 상장설이 나오기도 했다.
주식 시장에서는 삼성출판사 외에도 캐리소프트 등 ‘에듀테크 관련주’가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이들의 성장도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특히 ‘잘 만든 콘텐츠’ 하나로 유튜브계의 블루 오션으로 불리는 영유아 콘텐츠 시장을 점령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통신사들도 교육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KT는 지난 3월 온라인 교육 플랫폼 ‘KT에듀’의 상용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KT에듀는 실시간 화상 수업을 진행하거나 수업 교재 제작 및 관리를 비롯해 출결 관리, 과제 제출 등 원격 수업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한국 최초의 원스톱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다. KT는 지난해 2학기 전국 37개 학교에서 KT에듀를 시범 운영했다. 이번 신학기부터 KT에듀에 교사의 수입 진행과 학생들의 학습에 최적화된 안정적인 화상 수업 기능을 강화하고 KT의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안면 인식 출결 시스템을 적용한다.
네이버는 웹 브라우드 ‘웨일’을 통해 교육 시장에 파고들었다. 서울·경기·부산·인천·경남 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웨일 스페이스’ 기반의 미래형 교육 환경 조성에 앞장선다. 네이버는 각 교육청 산하 일선 교육 현장에서 웨일 스페이스 포 에듀케이션(for Education)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제공하고 학교에서 요청하는 필요 기능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등 유지·보수 업무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각 교육청은 지역 교육 현장에서 필요에 따라 웨일 스페이스포 에듀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교사와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 정보를 취합해 네이버에 전달하기로 했다.
스타트업계에서도 에듀테크는 주목받고 있다. 스타트업 매스프레소의 ‘콴다’는 학생들이 모르는 문제를 사진 찍어 검색하면 5초 안에 해당 문제 풀이를 무료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매스프레소가 개발한 AI 기반의 광학 문자 판독(OCR) 기술이 문자와 수식 기호를 동시에 인식해 검색과 풀이 결과를 제공한다.
지난 5월 13일 콴다의 누적 문제 해결 수는 20억 건을 돌파했다. 누적 문제 해결 수는 학생들이 콴다를 통해 모르는 문제를 검색 혹은 질문해 해결한 수치다. 2019년 2월 누적 문제 해결 수 1억 건을 돌파한 데 이어 2020년 4월 5억 건, 2020년 10월 10억 건을 넘어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하루 평균 질문 수는 600만 건 이상이고 초당 약 69건이 업로드되는 셈이다. 한국에서만 매일 260만 건의 질문이 올라온다. 이는 인스타그램에 매일 올라오는 사진 분량과 맞먹는다.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투자를 결정한 스타트업 뤼이드도 에듀테크 스타트업이다. 5월 25일 AI 기반의 에듀테크 스타트업 뤼이드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로부터 약 2000억원(1억7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했다. 2014년 설립된 뤼이드는 AI를 활용한 맞춤형 토익 콘텐츠 ‘산타토익’을 개발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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