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FIUS, 매그나칩에 인수합병 관련 자료 제출 요구
중국 자본 매각에 제동 걸 가능성

그래픽=전어진 기자
그래픽=전어진 기자
중국계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되는 매그나칩반도체에 미국 측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5월 30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5월 28일 이메일을 통해 와이즈로드캐피털에 매각되는 매그나칩반도체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인수·합병과 관련해 미국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지만 CFIUS에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IT 전문가들은 미국 CFIUS가 과거 도시바 계열사의 중국 기업 인수를 저지했던 것처럼 매그나칩반도체 합병을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도시바는 2020년 11월 중국의 에너지기업 ENN 그룹과 미국의 LNG 사업 매매 계약을 체결했으나 CFIUS의 심사와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의 인가가 지연되면서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중국의 IT 전문가 샹리강은 글로벌타임스에 “CFIUS가 독점력이나 국가안보 등 애매모호한 이유를 대거나 단순히 승인을 장기간 미룰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이 해외 인수 업체의 자원·기술로 반도체 제품 생산 능력을 확보해 미국 제품을 살 필요가 없어지는 상황을 미국이 두려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IT 전문가 푸량은 “이번 인수가 미국 기업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거나 합병 후 매그나칩반도체가 독립적으로 운영돼야한다 등의 특정 조건을 붙여 CFIUS가 승인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구동칩(DDI)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다. 올해 3월 자사주 전량을 중국계 사모투자펀드(PEF)인 와이즈로드캐피털(WRC)에 14억 달러(약 1조 6000억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매그나칩반도체를 인수하는 와이즈로드캐피털이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중국계 PEF라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반도체·OLED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매그나칩반도체의 사업 등이 국가 핵심 기술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가 매그나칩반도체의 사업이 국가 핵심 기술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매각을 불허할 수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