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겨냥 신상품 출시, 혜택 제조정…보상 소비와 2030 플렉스 문화 맞물려

명품·호텔·골프에 혜택 집중...프리미엄 신용카드 인기 비결
한때 해외여행의 필수품으로 알려졌던 ‘프리미엄 카드’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통칭)’를 모시기 위해 새 프리미엄 카드를 내놓거나 혜택 범위를 재분류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제한되는 데다 한동안 억눌려 있던 소비 심리가 고가품 구입이나 호텔 숙박, 골프장 이용 등으로 분출되고 있다. 여기에 2030 MZ세대가 새로운 소비 권력으로 급부상하며 ‘나’를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플렉스(FLEX : 과시소비)’ 문화가 더해졌다.

신(新)소비족을 겨냥한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카드사의 주요 프리미엄 카드 혜택을 짚어 봤다.
신한·롯데카드, ‘명품+호텔+골프’
프리미엄 카드 시장에서 보상 소비(외부 요인에 의해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 효과를 가장 톡톡히 누린 곳은 롯데카드와 신한카드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롯데카드의 전체 프리미엄 카드(연회비 10만원 이상) 신규 발급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3% 늘어났다. 신한카드의 ‘메리어트 본보이 더 베스트’는 지난 3월 출시 이후 한 달 만에 5000장이 발급됐다. 신한카드가 지금까지 내놓은 연회비 10만원 이상 프리미엄 카드 중 출시 후 한 달간 발급량이 5000장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장 쓰기 어려운 항공·여행 관련 혜택보다 명품 포인트 적립과 호텔·골프장 할인 혜택에 집중된 신규 상품을 출시한 점이 두 회사의 프리미엄 카드 발급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카드의 프리미엄 카드 중에선 지난해 11월 출시된 ‘롯데백화점 플렉스카드’가 인기를 끌었다. 이 카드는 롯데백화점 고객의 구매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MZ 명품족’을 겨냥했다. 할인이 없는 명품 브랜드까지도 포인트 적립 혜택을 준다.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 내 250여 개 해외 명품·컨템퍼러리 매장에서 결제 금액의 7%를 엘(L)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전월 이용 금액이 50만원 이상이면 5만 포인트까지, 100만원 이상이면 10만 포인트까지 적립할 수 있다. 10% 상품권 행사, 5만원 캐시백 행사, 현장 할인 혜택 등 다양한 이벤트도 즐길 수 있다. 2030세대를 타깃하기 위해 디자인에도 신경 썼다. 명품 스타일의 가죽 질감을 살리고 바느질한 듯한 스티치를 테두리에 배치했다. 지난 5월부터 브랜드 ‘몽블랑’과 한정판 신용카드 ‘플렉스카드 몽블랑 에디션’을 판매 중이다. 이 카드는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 내 몽블랑 매장에서 결제하면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패키지 상품에 이름과 이니셜 등을 새길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롯데백화점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를 구매한 20~30대 고객의 비율이 30.8%로 전년 대비 3.7%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가 침체됐지만 2030 MZ세대들의 명품 소비는 오히려 늘어났다. 롯데백화점 플렉스카드를 발급받은 고객 2명 중 1명이 2030세대”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올 들어 호캉스족(호텔+바캉스)을 대상으로 한 ‘메리어트 카드’와 골프 특화 카드인 ‘라베카드’를 선보였다. 메리어트 신한카드는 메리어트·웨스틴·쉐라톤 등 전 세계 7600여 개 호텔에서 우대 서비스 혜택을 제공한다. 카드 가입만으로 ‘메리어트 본보이 골드 엘리트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원래는 메리어트 계열 호텔에서 연간 25박 이상 숙박해야 받을 수 있는 등급이다. 골드 엘리트 등급 보유자에겐 호텔 상황에 따라 한 단계 높은 등급의 객실에서 투숙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 연 1회 메리어트 계열 호텔에서 무료로 숙박할 수 있는 혜택도 준다. 라베카드는 한국의 골프장과 골프 연습장에서 10만원 이상 결제하면 5만원 할인, 골프존 모바일 골프 문화 상품권, 부쉬넬 골프 거리 측정기 바우처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카드 이용에 따라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 혜택도 제공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메리어트 카드나 라베카드처럼 제휴사 채널을 통해 제휴사가 보유한 고객들의 로열티를 높여 신규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재출시, 현대·우리카드는 리뉴얼
단종됐던 카드를 새롭게 선보이거나 이미 존재하던 카드를 리뉴얼해 선보인 곳도 있다. 삼성카드는 2017년 단종됐던 프리미엄 신용카드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플래티늄’을 지난 4월 재출시했다. 글로벌 신용카드 브랜드 아멕스(Amex)와 제휴한 이 카드는 연회비가 70만원에 달한다. 국내 특급 호텔 50만원 할인 혜택과 골프장 부킹 서비스 등 혜택이 담겼다. 카드 외관도 기존 플라스틱 대신 금속을 이용한 특수 소재로 꾸몄다.

지난 3월엔 신세계백화점과 손잡고 특정 고객군을 대상으로 발급되는 카드도 선보였다. 삼성카드의 ‘신세계 더 에스 프레스티지’는 연 구매 금액이 최소 2000만원 이상인 신세계백화점 ‘골드 등급’ 이상 소비자를 대상으로만 발급하는 카드다. 연회비가 15만원인 이 카드는 전월 이용 금액에 관계없이 무제한으로 전국 신세계백화점에서 1.2% 결제일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명품을 구입할 때도 결제일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대카드는 2006년 출시한 ‘더 퍼플’ 카드 혜택을 손봐 ‘더 퍼플 오제’로 다시 선보였다. 우선 ‘항공 마일리지형’의 적립 혜택을 강화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형은 기존 1500원당 1마일리지를 제공하던 것에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형과 동일하게 1000원당 1마일리지로 변경했다. 로열티 보너스도 새롭게 탑재했다. 연간 4000만원 이상 결제하면 현대카드 포인트를 30만 점 더 쌓아 주거나 연회비를 80만원에서 50만원으로 깎아 준다. 또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예매 시 선 예매 혜택을 제공한다.

프리미엄 쇼핑족을 겨냥한 프리미엄 카드인 ‘더핑크’도 출시했다. 이 카드는 전국 모든 백화점과 주요 프리미엄 아울렛, 쓱닷컴·롯데온·현대몰 등 온라인 쇼핑몰 이용 시 결제 금액의 5%를 엠(M)포인트로 적립해 준다. 전국 160여 곳의 고급 레스토랑 등으로 구성된 현대카드 ‘클럽 고메’ 가맹점에서도 5% M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한다. 연간 50만 포인트까지 더핑크 바우처와 교환할 수 있다. 더핑크 바우처는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으로 교환하거나 롯데면세점, 지정된 특급 호텔, 해외 직구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우리카드는 ‘그랑블루 퍼스트’를 지난 2월 리뉴얼했다. 이 카드는 백화점과 면세점 등 이용 시 최대 2%를 적립해 준다. 전월 이용 실적이 50만원 이상이면 골프 연습장과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 등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여행 바우처 등을 사용하지 못하는 고객 민원이 잇따르면서 기존 고객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연말까지 미사용 쿠폰을 연장하거나 주유권, 특급 호텔 외식권 등으로 대체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새로운 소비 권력 ‘MZ세대’…전체 인구 44% 해당

모든 업계를 막론하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MZ세대는 지난해 한국 전체 인구수(약 5200만 명) 대비 약 44% 정도를 차지한다. 경제 활동 인구로 보면 비중이 더 큰 셈이어서 소득이 적어도 영향력이 있는 소비층이다. 기업들이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고 이를 표현하며 소비를 즐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가족·지인과 외식이나 여행을 즐기는 관계적 소비의 중심에 2030 MZ세대가 있다”며 “이들이 소득이 적어도 영향력이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MZ세대는 개인적인 소비문화에서도 기성세대와 큰 차이를 보이는데 명품을 소비하고 고급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거나 스포츠를 즐기고 이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려 사람들과 공유하며 만족감을 느낀다”며 “MZ세대가 부모의 도움없이 월급만으로 집을 사고 투자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이들은 다른 소비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