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닌 부천까지만 운행하는 GTX-D 노선에 시민 분노…지역 정치인 진정성 의문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서민을 생각한 문익점과는 한참 다른 김포 정치인들
어린 시절 읽었던 위인전 중 문익점 선생의 전기가 있다. 중국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몰래 숨겨와 우리나라에 전파한 인물이다. 이 책을 읽고 문익점 선생을 위인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이순신 장군이나 을지문덕 장군, 강감찬 장군 등과 같이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우리나라를 구한 이들과 같은 위인의 반열에 놓기에는 문익점 선생의 공이 적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전쟁 영웅만 위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고려에 목화가 도입되기 전까지 평민은 삼베와 같이 보온성이 없는 옷감으로 추운 겨울을 견뎌 낼 수밖에 없었다. 따뜻한 솜과 삼베보다 부드러운 면으로 된 옷감을 쉽게 구할 수 있던 것은 분명 문익점 선생의 공이다. 고려에 의복 혁명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문익점 선생의 업적은 크다.

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문익점 선생의 업적은 목화씨 몇 개를 숨겨 들여온 것밖에 없다. 다른 위인과 비교해 공이 적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심지어 원나라 측에선 금수 품목을 밀반출한 ‘산업 스파이’로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익점 선생이 위인전의 주인공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을 달리 해 보자. 목화씨 몇 개를 숨겨 가져오는 것이 쉬운 일이라면 문익점 선생 이전에 원나라에 다녀온 다른 사신들은 왜 이러한 일을 하지 않았을까. 당시 사신의 왕래가 드문 일도 아니고 사신이 혼자 가는 것도 아니어서 수십 명의 사신단이 자주 원나라를 드나들었는데 다른 이들은 왜 목화씨를 가져올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사신단 중에는 수발을 드는 몸종도 있지만 대부분 귀족으로 구성된다. 고려를 대표해 원나라와 협상하는 역할을 하기에 말재간이 뛰어난 문벌 귀족 출신들로 꾸려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평소 입는 옷은 무엇일까. 관복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삼베 옷을 입었을 리 만무하다. 비단옷을 입거나 수입한 면으로 만든 옷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평민이 얇고 거친 옷을 입고 추위에 떤다는 얘기는 본인들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치부한 사람들이다.

평소 좋은 집에서 따뜻한 옷을 입고 살던 이들에게는 백성의 안위보다 다른 일에 우선순위가 높아 수많은 사신단 중 그 누구도 목화씨를 가져오려고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문익점 선생과 다른 기득권 귀족들과의 차이는 이것이다.
서민을 생각한 문익점과는 한참 다른 김포 정치인들
기득권 귀족의 행태, 600년 흐른 후에도 여전

600여 년이나 지난 옛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러한 기득권 귀족의 행태가 현재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최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의 축소 문제로 김포 지역의 민심이 어지럽다. 교통 불모지인 김포에 GTX-D가 들어선다는 희망이 실망으로 바뀌어서다.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겠지만 김포는 교통 요소가 특히 중요한 곳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일자리는 2272만3272개, 인구는 5184만9861명이다. 다시 말해 한국 인구의 43.8%가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김포는 이 비율이 40.3%에 불과하다. 김포는 한국 평균치보다 인구 대비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김포에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해당 지역민들이 집에서 쉬고만 있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일자리가 많은 지역으로 아침에 출근해 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일상을 반복한다. 김포에 교통이라는 요소가 중요한 대표적인 이유다.

다시 말해 일자리가 많은 지역, 서울에서도 업무 중심지까지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포 사람에게는 강화도까지 빠르게 갈 수 있는 지하철을 개통하는 것보다 강남 등 업무 중심지까지 빠르게 갈 수 있는 노선을 늘리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그런데 강남까지 연결될 것으로 예상됐던 GTX-D 노선이 생뚱맞게 부천까지만 운행하는 것으로 변경한다고 하니 김포 사람들이 분노하게 된 것이다.

서울과 접한 위성도시 중 지하철을 포함한 철도 노선이 없는 곳은 유일하게 김포뿐이다. 2019년 9월 개통된 김포 골드라인마저도 두 량짜리 경전철에 불과하다. 서울 인접 도시 중 중전철이 없는 도시는 김포가 유일하다는 뜻이다.

김포의 교통 수요가 적은 것도 아니다. 올해 4월 기준 김포의 인구는 48만1719명이다. 의정부 46만1077명, 광명 29만5690명, 구리 19만5324명, 과천 6만8955명 등보다 교통 수요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도시에는 이미 중전철이 깔려 있고 특히 의정부나 과천에는 강남 접근성이 우수한 GTX-C 라인의 정차역이 계획돼 있다.

김포에 대한 차별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힘없는 서민은 분개할 수밖에 없다. 지역 국회의원과 선출직 시장, 시 의원 등은 김포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책임이 있다. 여야를 떠나 이들이 과연 이러한 직무를 다하고 있는지, 최선을 다한 결과가 이 정도인지 시민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모든 정치인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들 중에는 분명 고려시대 때의 문벌 귀족과 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본인들은 운전사가 있는 대형 승용차를 타고 이동해 새벽부터 두 칸짜리 경전철에서 짐짝 취급 받으며 출퇴근하는 서민의 애환을 알 리가 없다.

정치인들에게 진정성이 있다면 대형 승용차를 포기하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해야 김포 시민들이 왜 분노하는지를 이해할 것이다. 중요한 국사를 다룰 이들이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국가적 낭비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정말 큰 문제다. 정치인의 책무 중 국민의 삶을 살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물론 지역 주민만 원한다고 모든 지역에 고속 전철을 깔 수는 없을 것이다. 예산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단, 선거철에는 애드벌룬을 띄우며 표를 구걸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예산을 핑계로 약속을 저버리는 지금까지의 행태가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