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미니'로 10대 고객 선점효과…반격 나선 시중은행

Z세대 선점효과 빼앗긴 시중은행, 10년 뒤에는?
소위 'Z세대'로 불리는 지금의 10대들은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를 책임질 잠재적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정부가 초저출산 문제 해결을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식하고, 수많은 기업들이 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경쟁에 나서는 것도 10년 뒤의 경제 생태계를 염두에 둔 행보다.

중고생 80만 '카뱅족'…카뱅 선점 효과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카카오뱅크 미니'가 깜짝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내부에서조차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카뱅 미니는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은행 계좌 개설 없이 휴대폰 인증만으로 카뱅의 주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카뱅 미니는 출시 직후 한달여만에 50만 가입자를 모집했고, 5월 말 기준으로 80만명을 넘어서는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서비스 가입 대상인 만 14~18세 인구가 233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중고등학생 3명 중 1명이 미니에 가입한 '카뱅족'인 셈이다. 이는 전 국민의 2.8명 중 1명 꼴이라는 카뱅의 4년 누적 가입자(1500만) 비율을 넘어서는 수치다.

카뱅 미니의 성공이 더욱 눈길을 끌 수밖에 없는 이유는 미래 성장동력의 '선점 효과'다. 이른바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라 불리는 Z세대의 경우 다른 연령대에 비해 비대면 서비스의 선호도가 월등히 높은데다, 소비 활동에 있어서도 SNS 등의 소셜미디어 활용 비중이 높다. 학창시절 경험한 첫 금융서비스가 또래 집단으로 깊숙히 침투할 경우 미래의 충성고객으로 이어질 공산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이런 Z세대의 성향을 반영한 디테일 마케팅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온오프라인 결제는 물론 교통카드 기능을 담은 실물 카드 발급과 함께, 미니카드 전용 이모티콘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여기에 또래 집단과의 유대감을 중요시하는 Z세대의 성향을 반영해 지난해 말에는 '첫 기부 응원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열흘동안 청소년 약 5만여명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해당 프로모션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빠른 증가세를 보이는 MZ세대의 기부 문화를 바탕으로 기획됐다.

카뱅 측은 "짧은 시간에 많은 청소년들이 참여한 것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SNS로 능숙하게 소통하고, 자신의 '착한 일'을 인증하고, 지인들의 동참을 권유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Z세대 선점효과 빼앗긴 시중은행, 10년 뒤에는?
시중은행 10대고객 유치 '발등에 불'

Z세대 공략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시중은행들로선 카뱅 미니의 돌풍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모양새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10대들을 위한 전용상품 및 서비스 출시에는 느긋하게 대응해 왔다. 브랜드 광고에 10대 아이돌 가수를 출연시키고, 추석·설 등과 같은 명절 전후에 반짝 홍보에 나서온 게 사실상 전부였다.

또 청소년 금융교육 프로그램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진행되는 정례 행사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KB국민(KB카드), 신한(신한카드), 우리(우리카드) 등 은행계 금융그룹 계열의 카드사들이 청소년 전용 체크카드를 일부 출시하며 잠재고객 유치에 나서왔다.

시중은행들의 이런 행보에는 '지금 당장은 수익이 되지 않는다'는 게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반대로 은퇴관리와 노후대비 등 중장년층 고객 유치에 열을 올려왔다. 실제로 인구구조 상 시중은행 주거래 고객인 40~50대(32.7%)와 60대 이상(24%)이 전체 인구의 6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전체 대출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 편차를 보인다.

하지만 은행권의 인력구조와 마찬가지로, 연령대별 고객 역시 역삼각형 구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일부 은행의 경우 최근 5년간 20대 미만 고객이 30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 한해 출생아 수인 27만여명을 넘어선 수치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십수년 내에는 일부 중소형 은행의 존폐까지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수도권 인구 급감으로 인한 '지방은행 위기론'과 최근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 움직임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최근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카뱅 미니의 대항마 차원의 서비스 개발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은 일면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현재 KB국민은행은 생활금융플랫폼 '리브(Liiv)'를 아예 Z세대를 겨냥한 특화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카뱅 미니와 마찬가지로 주민등록증 없이 다양한 서비스와 흥미 있는 컨텐츠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또 신한은행은 GS리테일과 함께 Z세대 특화 상품 개발에 나서기로 했으며, 하나은행도 조만간 Z세대에 특화된 플랫폼 출시를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빅테크·핀테크 서비스의 침투가 거세질수록 기존 금융권의 성장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경영진 입장에서는 자신의 임기 중 경영성과 뿐 아니라, 향후 10년 이후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의 로드맵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