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딛고 5월 수출 호조세
32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
앞으로가 중요…국내외 리스크 점검 시급

[경제 돋보기]
배터리 등 핵심 전략 산업 성공 이어 가려면
지난 5월 한국의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5.6% 증가한 507억 달러(약 56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러한 증가 폭은 32년 만에 최대이고 3개월 연속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석유제품 등 14개 주력 수출 품목이 증가했고 이 중 12개 품목이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수출 호조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얼어붙었던 세계 경기가 점차 회복되면서 한국 수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5월 저조했던 수출 실적에 따른 기저 효과 역시 존재하는데 사실 지난해 5월의 수출 실적은 349억 달러에 그쳐 지난해 열두 달 중 월별 실적이 가장 저조했던 달이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 구축과 서비스 본격화로 모바일·서버용 반도체 메모리 주문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반도체의 수요 증가에 따라 향후 반도체 시장의 전망이 밝아 수출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또한 대표적 신성장 품목 중 하나인 2차전지의 수출 역시 지난 5월 전년 동월 대비 32.1% 증가해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배터리 생산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수출 실적이 호조를 보이지만 공급망의 핵심인 전기차 배터리의 원재료 처리 측면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니켈·코발트·리튬·구리 등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광물은 인도네시아·콩고·호주·칠레 등이 주요 산지이지만 이러한 광물을 처리하는 분야에서 중국의 역할이 매우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연구에 따르면 전기차는 물론 현대 기술에 필수적인 전자 기기에 사용되는 희토류 금속 처리에서 중국의 비율이 90%에 달한다. 게다가 IEA의 전망에 따르면 파리기후협약 목표를 달성하려면 향후 20년간 전 세계 청정 기술에 사용될 광물 생산량이 현재보다 4배로 증가해야 한다. 이와 같은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포스코와 같은 한국 기업은 호주에서 생산하는 리튬 광석을 이용해 국내에서 수산화 리튬을 추출할 합작 법인을 설립했지만 투자의 결실을 얻기까지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병목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정보기술(IT)의 발전에 따라 핵심 관련 부품과 소재 산업에 초점을 둔 한국 기업의 전략은 방향성 측면에서 성공적이었다. 또한 전기차 생산의 핵심 부품인 2차전지 생산을 통해 한국은 환경 보호 중심의 생산과 소비를 강조하는 경제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세계적인 추세의 중심에 있게 된 결과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 펼쳐질 상황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게임이 되리라는 것이다. 기술이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인지, 이에 따라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등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는 추가로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이에 따른 국제 정치 역학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 나가야 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은 중국을 제외한 ‘안보 동맹’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해 기술 패권 경쟁에 우위를 점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의 지원 아래 일본·호주·인도의 공급망 협력이 가시화할 것이고 유럽연합(EU) 역시 미국과의 공조 아래 일본·싱가포르·베트남 등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이제 한국 기업은 투자 대상국의 국내 정치적 리스크뿐만 아니라 국제 정치 리스크를 고려해 해외 투자, 생산 기지와 공급망 건설 등의 경제 활동을 수행해야 한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