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해적 격퇴, 대영제국 탄생 계기
[서평]
이 이야기는 한 명의 해적에 관한 실화다. 주인공은 헨리 에브리. 1695년 무굴제국 황제의 건스웨이호(현재 가치로 약 545억원)를 손에 넣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해적 ‘해적왕’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검은 수염’ 에드워드 티치, ‘블랙 샘’ 벨러미보다 한 세기 앞서 활약한 해적으로 이들에게 영감을 준 인물이고 인류 역사상 ‘최초의 국제 현상 수배범’이기도 하다. 어마어마한 보물을 실은 황제의 배를 약탈해 ‘인류 모두의 적’으로 명명됐던, 세계 최초로 1억원이 넘는 현상금이 걸린 수배자였다.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써 온 저술가이자 천재 이야기꾼인 스티븐 존슨은 이 책에서 한 남자의 삶이 세계사를 어떻게 바꿨는지 추적한다. 에브리 선장은 사라졌지만 그의 건스웨이호 습격 사건은 역사에 영원히 남았다. 해적왕이 자신도 모르게 대영제국 시대를 여는 방아쇠를 당겼기 때문이다. 어떻게 한 명의 해적이 동인도회사의 번영과 대영제국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됐을까. 저자는 한 사람이 역사 속에서 유의미한 불꽃이 되는 과정과 그 불꽃이 어떻게 세상을 활활 태우는 화재로 번져 가는지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대영제국을 탄생시킨 해적왕 헨리 에브리 추적기
이야기는 1695년 9월 11일, 헨리 에브리와 그를 따르는 해적 일당이 인도 수라트 근처 바다에서 무굴제국의 보물선을 약탈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마어마한 보물에 눈이 먼 해적왕은 자신의 범죄를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 배는 사실 무굴제국 황제의 배였고 황제의 손녀로 추정되는 공주도 타고 있었다. 그런 배를 약탈하고 강간·폭행을 저질렀으니 해적을 향한 황제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그 분노는 동인도회사와 영국으로 향했다. 해적왕이 영국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황제는 하루아침에 영국과의 무역을 중단시켰다. 동인도회사와 영국은 재빨리 사태 수습에 나섰다. 먼저 영국 정부는 에브리 일당을 ‘인류 모두의 적’으로 규정하고 막대한 현상금을 걸어 공개 수배했다. 에브리 한 사람의 목에 걸린 현상금만 해도 500파운드,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1억3500만원에 달했다. 최초의 ‘1억원 현상금’이 공표되자 전 세계의 현상 수배범 사냥꾼들이 에브리 한 사람을 찾아 추격하기 시작했다. 해적왕이 ‘인류 최초의 국제 현상 수배범’이 되는 순간이었다.
한편 동인도회사는 ‘자신들이 직접 해적을 격퇴시키겠다‘, ‘바다를 지키는 황제의 군인이 되겠다’며 황제에게 법적 권한을 요청했다. 황제가 이 제안을 승인하면서 동인도회사는 처음으로 인도 지역에서 법을 집행하는 권한을 얻게 되고 이는 훗날 대영제국이 인도 전체를 지배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에브리가 저지른 범죄가 대영제국의 탄생에 불씨가 된 것이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한 사람의 영향력은 이다지도 크다. 이 책은 이 지점에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유의미하다. 해적왕이 그러했듯이 어쩌면 오늘 당신도 자신도 모르게 인류의 미래를 결정짓는 성냥불을 긋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역사의 수레바퀴를 만들어 가고 있다.
김정희 한경BP 출판편집자
이 주의 책
리 와이스 지음 | 김영정 역 | 21세기북스 | 1만7000원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트위터의 잭 도시…. 이들의 공통점은 시시각각 변하는 새로운 이슈에 대응해야 하는 실리콘밸리의 최고경영자(CEO)라는 점, 매일 마음챙김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마음챙김을 통해 좀 더 직관적인 결정을 할 수 있게 됐고 자신 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으며 본질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 힘으로 매순간 틀을 깨는 선택도 할 수 있었다는 점을 말하며 마음챙김이 업무 효율성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강조했다. 정보기술(IT)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서도 마음챙김을 사내 커리큘럼으로 채택해 실천하고 있다. “일터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은 무엇일까.” 저자는 삶의 모든 순간, 심지어 ‘일터에서 부정적인 감정과 싸우고 있는 그 순간’까지도 명상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단 몇 초 만에 일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기술을 철저한 과학적 증거와 다양한 사례를 기반으로 설명한다. 마음챙김은 일터에서 최상의 성과를 내기 위한 ‘실용적인 도구’인 것이다.
홍춘욱 지음 |포르체 | 1만6000원
저금리 시대가 고착화하면서 단순히 저축만으로는 자산을 모으는 것이 불가능한 세상이 됐다. 한마디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것이다. 예전엔 어려운 재테크를 왜 공부해야 하느냐며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사람들도 요즘은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너나없이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투자에 관한 기술은 학습과 숙련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돈 공부’를 해야 하고 금융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이자율이 낮아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경기는 왜 끊임없이 순환하는지, 주식 시장은 왜 패닉과 버블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은지, 한국 주식 시장이 등락을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떨 때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지 등에 대한 지식을 알아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티븐 K. 스콧 지음 | 우진하 역 | 월요일의 꿈 | 1만6500원
대학을 졸업하고 6년 동안 아홉 번에 걸쳐 해고와 사업 파산을 거듭했던 저자 스티븐 K. 스콧에게 인생의 멘토이자 친구였던 게리 스몰리 박사가 진지하지만 너무나 뜬금없는 제안을 한다. “스티븐, 한 달은 보통 31일이고 성경의 잠언도 총 31장으로 돼 있지. 매일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잠언을 한 장씩 읽는 거야. 이 과제를 매일 쉬지 않고 한다면 분명 2년 안에 주변의 그 누구보다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지. 5년을 한다면 엄청난 부자가 돼 있을 거야.” 이렇게 시작된 저자의 ‘삐끗한 인생 되돌리기’ 프로젝트는 저자 자신은 물론 프로젝트의 제안자였던 게리 스몰리 박사의 인생까지 완전히 바꾸고 말았다. 이 책은 솔로몬 왕이 잠언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인생의 법칙 15가지를 설명한다.
매튜 모톨라, 매튜 코트니 지음 | 최영민 역 | 한스미디어 | 1만7000원
프리랜서로 일하는 인구는 얼마나 될까. 2021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경제활동 인구 조사 근무 형태별 부가 조사’에 따르면 프리랜서 노동자를 포함한 자유로운 계약 형태의 노동 인구는 약 740만 명이다. 특히 최근 4년 사이 100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이 책의 지은이들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전체 인구 1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3000만 명 정도가 프리랜스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지은이들은 앞으로 5년 안에 절반 정도의 노동 인구는 프리랜서가 될 것이라는 다소 급진적인(?) 예측도 내놓았다.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동료를 어디에서 만나 무슨 일을 하게 될까. 저자들은 간단하게 대답한다. 사무실을 대체할 장소는 바로 구름(cloud) 위일 것이라고…. 휴먼 클라우드는, 말하자면 새로운 업무 방식이다.
봉달호 지음 |시공사 | 1만4000원
편의점은 ‘21세기 만물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상품이 자리하고 다양한 필요에 따라 각양각색의 손님이 드나드는 곳이다. 모든 편의점이 이러할 텐데 유독 달호 씨네 편의점에 에피소드가 넘쳐나는 이유는 뭘까. 손님 한 명, 상품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는 호기심과 따뜻한 오지랖 때문은 아닐까.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지고 편의점에도 잠시 여유가 찾아오면 달호 씨는 영수증 뒷면, 박스 귀퉁이, 휴대전화 메모장 가릴 것 없이 부지런히 하루를 기록했다. 생생한 글들이 쌓여 첫 에세이 ‘매일 갑니다, 편의점’이 세상에 나왔다. 무색무취한 공간으로 여겨지던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다양한 관계와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는 ‘세계’로 확장시킨 그의 책은 출간 즉시 큰 주목을 받았다. 일상이 글이 되고 다시 책이 되는 기적 같은 순간은 어느새 3년 전 일이 됐다. 달호 씨는 여전히 편의점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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