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매율 확보해 충성 고객 만들어야…데이터 분석 위한 전문가 채용도 늘어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프리미엄, 밀리의 서재…콘텐츠 구독만 네 개가 넘는 것 같은데요. 최근에는 건강을 위해 샐러드 구독을 시작했어요.” (직장인 최 모 씨)

멀티 구독의 시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히 쇼핑의 영역도 집 안으로 들어왔다.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재화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구독은 현재 거의 모든 영역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식품부터 생활용품, 심지어는 빨래, 청소 등 생활 서비스까지 구독 서비스 경쟁이 한창이다.
MZ세대 사로잡은 구독 서비스들, 장기 생존 위해 집중한 것은?
MZ세대 소비 트렌드의 핵심은 ‘가치 소비’, ‘나를 위한 소비’

구독의 영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배송형 구독과 자유형 구독이다. 배송형 구독은 일정 금액에 해당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형식이다. 식품 배송부터 식물, 향수, 면도기, 생리대, 속옷, 그림 등 형태가 있는 재화라면 거의 모든 영역에서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자유형 구독은 일정 기간 동안 플랫폼 내 콘텐츠나 제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넷플릭스, 왓챠, 밀리의 서재, 어도비 등 콘텐츠 제공 프로그램이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구독 서비스가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다름 아닌 개별 맞춤식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구독 서비스는 대부분 큐레이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구독자가 선택한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콘텐츠나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꽃, 향수 등 선택지가 많은 재화의 경우 몇 가지 설문을 통해 구독자의 취향을 분석해 추천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MZ세대는 자신을 위한 소비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모험 정신도 뛰어나다. 기업들은 이러한 MZ세대를 겨냥해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한 달 구독료를 설정하고 자신을 위한 서비스를 사용해볼 것을 추천한다.

직장인 최 모 씨는 올해 초부터 샐러드 픽업 서비스인 ‘샐러드 윅스’를 구독하고 있다. 샐러드윅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동네의 지정 요일·시간에 방문해 샐러드를 직접 가져갈 수 있는 서비스다. 샐러드 수량을 미리 파악해 전국 샐윅하우스에 전달하는 선주문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샐러드는 샐러드 윅스가 제공하는 에코키트에 담아 제공한다. 배달, 포장용기 등으로 배출될 수 있는 탄소 배출량을 최소로 만든다는 경영 방식이 돋보인다.

최 씨는 가장 큰 장점으로 가격을 꼽았다. 최 씨는 “원래 이용하던 파리바게트 샐러드보다 약 2000원 가량 저렴한 가격대다. 게다가 개별 매장과 구독자를 이어주는 플랫폼 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가게별로 다른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구독의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유동적인 요일 지정과 구독 기간도 주 단위로 짧게 설정할 수 있어 자유도가 높다. 소비자와 가치를 공유하는 접근이 MZ세대로부터 응원을 받을 수 있다는 단적인 예다.

또 다른 직장인 장 씨는 가사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선택하면 그 시간에 청소 전문가가 방문해 지정 장소를 청소한다. 집 앞에 내놓은 세탁물은 지정 시간에 가져갔다가 세탁돼 돌아온다. 청소연구소와 런드리고를 동시에 구독하고 있다는 장 씨는 “퇴근 후에 일상을 즐길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좋다”며 구독 이유를 밝혔다.
MZ세대 사로잡은 구독 서비스들, 장기 생존 위해 집중한 것은?
첫 달 구독 완료, 계속해서 구독자 만나려면?

톡톡 튀는 서비스로 소비자를 첫 구독과 결제로 이끌었다면 그 다음 과제는 재구매다. 구독 경제의 기반이자 가장 큰 장점은 체험이다. 사용해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해지할 수 있다. 또 다른 공유경제의 일종인 렌탈과의 차이점은 가격 결정권이 누구한테 있느냐다.

렌탈의 경우 대부분 한 번에 구매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정기간 물건을 대여하는 방식이 기본이다. 그러므로 가격 결정권은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 있는 것이다. 대부분 계약기간도 1년 단위로 길어 계약 해지도 자유롭지 못하다. 중도 해지 시에는 위약금을 무는 경우도 더러 있다.

구독 서비스는 플랫폼의 지속성 자체를 고객에게 맡긴다. 구독자에게 상품이 선택받았다면 주기적으로 구독자에게 만족을 주기 위해 서비스를 변화시켜야 한다. 구독자의 이탈을 보장하는 ‘구독 해지’라는 장치는 소비자의 부담을 낮추고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이다. 구독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 기업은 끊임없이 구독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정교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재구매율을 꾸준히 확보해 서비스의 충성 고객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대표적인 독서 콘텐츠 구독 서비스인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밀리의 서재는 제공하는 데이터로 차별점을 두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와는 달리 책은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인 만큼 책에 대한 정보를 ‘완독 지수’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책을 완독할 확률과 완독 예상시간을 제공해 책에 대한 보편적인 흥미도와 몰입력을 합산 데이터로 제공하는 것이다. 오리지날 콘텐츠 제공과 함께 기업과의 오디오북 콜라보레이션·구독 부가서비스 등으로 구독자와의 접근성을 높이기도 한다.

구독자 이탈은 서비스 지속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구독자 이탈 이유와 과정을 알아내기 위한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채용도 확대되고 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특히 스타트업은 고객의 니즈에 빠르게 대처해야 구독자 유입과 유지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 기획을 함께 할 수 있는 전문가 확보도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