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산업 분석서 낸 최중혁 시장 분석가
“서학개미, 쪽박나지 않으려면 미국 산업 트렌드 섭렵 필수”

[인터뷰]
약력 : 2009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2009년 LIG투자증권 자동차‧운송 애널리스트. 2011년 신한금융투자 자동차‧타이어 애널리스트 및 소재중공업 팀장. 2019년 미시간대 MBA. 2019년 미국 시장분석가(현).
약력 : 2009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2009년 LIG투자증권 자동차‧운송 애널리스트. 2011년 신한금융투자 자동차‧타이어 애널리스트 및 소재중공업 팀장. 2019년 미시간대 MBA. 2019년 미국 시장분석가(현).
#. 한국 주식 투자 10년 차인 김 모 과장은 요즘 수면 부족이다. 밤 10시 30분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미국 증시가 열리기 때문이다. 작년 ‘불장(불같이 뜨거운 상승장)’ 속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만 해도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어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요즘엔 수익률이 영 나오지 않는다. 주린이(주식+어린이) 딱지를 뗀 지는 벌써 오래전이건만 미국 장에선 무엇을 보고 투자해야 할지 고민이다.

최중혁 시장 분석가는 이러한 상황에 주목했다. 한국 대형 증권사에서 오랫동안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애널리스트를 그만두고 미국행을 결정했다. 현지에서 생생하게 경험한 미국 산업의 변화상과 주요 기업들의 경쟁력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트렌드를 알면 지금 사야 할 미국 주식이 보인다’란 책을 펴냈다. 한경비즈니스에 연재한 내용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닥뜨린 미국 주요 기업들의 당면 과제와 투자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들을 22개 산업과 32개 기업으로 나눠 살펴보는 한편 각 분야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한 내용도 담았다. 줌을 통해 최 분석가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국 주식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대형 기술주가 강세였다. 앞으론 어떨까.
‘더 오를까?’ 투자자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다. 작년 한 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오히려 반사 이익을 누린 주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투자금을 빨아들이면서 증시 회복을 견인했다. 지난 1년간 애플은 81%, 아마존은 76%, 마이크로소프트는 41%, 페이스북은 33% 급등했고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에게 사랑받았던 테슬라는 743% 폭등했다. 주가는 기대감에 오르고 실제로 매출이 발생해 이익이 나면 또 상승한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가상현실(VR) 기기 등 하드웨어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최근 메타버스(확장 가상 세계)가 주목을 받으며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메타버스 사업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이 시장이 커지면 앞으로도 충분히 주가가 오를 수 있다. 클라우드는 ‘한 번만 써본 회사는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IT 서비스의 용량·기능을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는 기업 서버를 클라우드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불을 댕겼고 업계는 작년 한 해 사상 최대 호황을 기록했다. 그동안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강자로 자리잡고 있었지만 후발 주자인 구글도 코로나19의 수혜를 보면서 클라우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주력 매출이 검색‧유튜브 광고였던 구글로선 없던 매출이 생기는 셈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배당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빅테크(대형 IT 기업) 기업이 매출을 늘려 갈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신공장·신차 효과’ 테슬라 더 오른다…미국 대형 IT주도 상승 여력 충분”
가장 ‘핫’했던 테슬라는 지금 사도 늦지 않나.
테슬라는 아직 차를 1년에 100만 대도 못 파는 회사다. 그런데 작년 한 해 차세대 에너지 플랫폼, 자율주행 서비스 등 모든 기대치를 반영해 주가를 뽑았다. 대형주가 7배 이상 오른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현재 테슬라의 주력 매출은 전기자동차다. 주가가 오르기 위해선 올해 자동차 매출이 나와야 한다. 자동차 산업은 신차 효과와 신공장 증설이 핵심인데 테슬라는 두 가지 모두 지연되면서 최근 주가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신차 대기 수요가 많다. 독일 베를린과 텍사스 오스틴에 세운 공장이 빠르게 추가로 가동되면 사이버트럭(픽업트럭) 등이 나오게 돼 상승세가 기대된다.”
코로나19 위기를 뚫고 반등할 산업은 있나.
“항공, 오프라인 리테일, 호텔, 테마파크·크루즈, 석유 산업은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큰 타격을 받은 업종이다. 특히 크루즈가 가장 많은 피해를 봤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이 발발한 이후 크루즈에 탑승했던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 위험에 노출된 채 하선하지 못하고 바다 위를 떠다니면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크루즈선의 미국 내 항해를 아예 금지했다. 항공사나 테마파크도 운영이 감소했지만 크루즈처럼 전면 중단되지는 않았다. 골이 깊으면 리바운드가 크다. 또 카니발·로열캐리비안크루즈·노르웨이지안크루즈라인 등 대형 크루즈 업체는 나름 잘 버텨 오고 있는 상황이다. 변이 바이러스로 크루즈에 대한 정확한 회복 시점을 예상할 수는 없지만 팬데믹이 종식되면 반등이 예상된다.”
항공 산업은 어떨 것 같나.
“과거 항공 산업이 가장 타격을 받았을 때는 9·11 테러 때다. 사람들이 항공기 이용을 꺼리면서 항공 산업이 다시 회복되는 데 약 5년 이상이 걸렸다. 코로나19 대유행 1년. 백신이 빠르게 공급되면서 휴양지를 중심으로 미국 국내선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린다면 항공업계의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도움으로 산소호흡기를 끼고 연명했지만 감염병 유행 상황이 길어지면 중소형 항공사들의 구조 조정 등으로 산업의 판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
여행객이 늘면 호텔 산업은 회복될까.
“메리어트·힐튼·하얏트 등 글로벌 메이저 호텔의 주요 수익은 비즈니스 여행객과 기업 콘퍼런스다. 비즈니스 수요가 화상 회의로 대체되면서 고급 호텔들 이용객이 급감했다. 여행이 제한되면서 에어비앤비 등 공유 숙박 플랫폼도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호텔 산업은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재택근무로 굳이 회사 근처에 거주할 필요성이 없어지면서 평소 거주하고 싶은 지역으로 떠나 장기간 체류하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에어비앤비는 장기 숙박 프로그램을, 메리어트는 고급 주택 대여 서비스를 내놓았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백신 보급 가속화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돌아온다는 예상하에 어떤 기업의 매출 회복이 더 빠를 것이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재택근무의 일상화로 비즈니스 여행보다 레저 여행 회복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경쟁사 대비 비즈니스 여행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에어비앤비에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
데이터가 중요하다던데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지 않나.
“어떤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갖고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하다. 결국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커머스에선 고객의 제품 구매 패턴을 활용해 추천 상품을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주력 사업인 차량 호출 서비스에서 큰 타격을 입은 우버는 우버이츠(배달 사업)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고객의 구매 패턴에 따라 쿠폰을 뿌리고 더 나아가 다른 기업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다면 반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우버는 이미 확보된 방대한 유저를 기반으로 신사업을 비교적 수월하게 론칭하며 매출 성장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온라인 결제 시장도 커졌다.
“미국은 빅테크가 간편 결제 사업을 하기도 하지만 은행·카드사·핀테크 등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대응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비접촉식 결제가 급증할 때 페이팔·스퀘어 등 핀테크 기업이 디지털 결제에 집중하며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이젠 커지는 시장을 누가 가져가느냐 영역에 대한 싸움이다. 신사업 모델을 주목해야 하는데 이들은 최근 가상화폐를 활용한 결제 서비스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가상화폐가 제도권 안에 어떻게 자리잡느냐가 중요 이벤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금리가 오른다면 수혜주는 은행·보험·대출을 해주는 핀테크 회사(어펌·업스타트·랜딩클럽 등)다. 장기 금리가 오르면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인 예대 마진이 개선돼 실적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예금보단 대출 금리가 더 빨리 오른다. 또 금리가 오르면 레버리지(대출 받아 투자하는 행위)가 큰 회사들이 힘들어진다. 기대감으로 기업 가치가 올랐는데 이익을 못 낸 회사들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 산업 트렌드에 왜 주목해야 하나.
“한국에서도 언론과 온라인 등 많은 경로를 통해 미국 시장에 대해 접할 수 있다. 또 미국 기업들은 주주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기 때문에 투자하는 데 필요한 재무적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산업 분석은 ‘결’이 다른 문제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선 잘나가던 차량 호출 서비스가 왜 고꾸라졌는지, 아마존 이틀 배송에 왜 그토록 열광하는지 산업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