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자율 운항 성공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은 세계 첫 연료전지 LNG 운반선 개발

[스페셜 리포트]
(사진)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추진 원유 운반선. /삼성중공업 제공
(사진)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추진 원유 운반선. /삼성중공업 제공
한국 ‘빅3’ 조선사가 친환경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선 산업은 공정 과정에서 활용하는 전력과 선박 운항에 사용하는 연료 등으로 연간 약 208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조선 3사는 ‘2050 탄소 중립’ 목표에 동참하기 위해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친환경 기술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르면 2024년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암모니아 추진선 등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수소 선박 국제 표준 개발 나선 한국조선해양(102,500 +0.49%)

현대중공업그룹은 한국 최초로 선박의 완전 자율 운항에 성공하며 차세대 무인 선박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선박 자율 운항은 엔진의 공회전 등을 줄여 탄소 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주요 기술로 꼽힌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자율 운항 전문 회사 ‘아비커스’는 지난 6월 16일 경북 포항운하에서 12인승 크루즈 선박을 사람의 개입 없이 자율 운항하는 데 성공했다. 총길이 10km의 포항운하는 수로의 평균 폭이 10m로 매우 좁다. 또한 내·외항에 선박이 밀집해 있어 운항 환경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곳으로 꼽힌다.

아비커스는 이날 인공지능(AI)이 선박의 상태와 항로 주변을 분석해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항해자에게 알려주는 ‘하이나스’와 선박 이·접안 지원 시스템 ‘하이바스’ 등의 기술을 활용해 자율 운항을 선보였다.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레이저 기반 센서와 특수 카메라 등의 항해 보조 시스템을 적용해 어선 출몰 등의 돌발 상황에도 선박 스스로 대처할 수 있었다.

아비커스 관계자는 “시연회의 성공을 바탕으로 자율 운항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 여객선과 화물선 등 모든 선박에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르면 올해 하반기 한국 선사와 함께 세계 최초로 자율 운항 기술을 바탕으로 한 대형 상선의 대양 횡단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자율 운항 전문 회사 아비커스가 6월 16일 경북 포항운하에서 선박 자율 운항 시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사진) 현대중공업그룹의 선박 자율 운항 전문 회사 아비커스가 6월 16일 경북 포항운하에서 선박 자율 운항 시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현대중공업그룹은 탄소 배출 저감 선박으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8년 7월 세계 최초 LNG 추진 대형 유조선을, 2020년 9월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인도한 바 있다. 현재까지 총 52척, 51억 달러 규모로 세계 1위 LNG 추진선 수주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LNG 추진선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선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선박이다. LNG는 기존 선박 연료인 벙커C유에 비해 황산화물 배출이 거의 없다. 질소산화물 배출을 85%, 온실가스는 25% 이상 저감할 수 있다.

LNG 추진선은 가격 경쟁력도 우수해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꼽힌다. 조선업계는 2025년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인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 3단계가 도입되면 LNG 추진선으로의 전환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탈탄소 시대에 맞춘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래 선박 운항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한국 최초로 영국 로이드선급(LR)에서 암모니아 연료 추진 선박에 대한 선급 기본 인증서(AIP)를 받았다.

현대미포조선(69,700 -1.41%)은 글로벌 엔진 메이커인 만에너지솔루션 등이 참여한 암모니아 추진 선박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서 암모니아 추진 시스템에 대한 기본 설계를 맡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 유조선을 개발해 노르웨이·독일의 기본 승인을 획득하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암모니아는 친환경 무탄소 대체 연료다. 경제성과 공급의 안정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30 IMO 온실가스 감축 규제’보다 더욱 강화된 ‘2050 IMO 규제(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0%까지 저감)’까지 충족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수소 연료 추진 선박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선급과 손잡고 수소 선박에 대한 세계 첫 국제 표준 개발에 돌입했다. 내년까지 국제 표준을 공동 개발해 IMO에 제출할 계획이다.

선박이 전 세계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서는 IMO의 선박 규정에 따라 건조돼야 하지만 현재는 수소 선박과 관련한 기준 자체가 없다. 특히 가스선은 일반 화물이 아닌 액화 가스의 저장, 운용, 비상 시 절차를 포함한 관련 규정(IGC코드·IGF코드)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표준 제정이 더욱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선박의 가스 저장과 연료 공급·화물 처리 시스템 등 수소를 안전하게 취급하기 위한 조건을 한국선급과 검토 중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연구에 참여해 가스선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선체 설계와 화물창 배치 등 세부 사안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해양 생태계 보존에도 앞장서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노르웨이 DNV 선급에서 수중 방사 소음 규정 인증(Silent E-Notation)을 획득한 11만5000톤급 원유 운반선을 건조해 지난 3월 31일 선주사에 인도했다.

수중 방사 소음 규정 인증은 그동안 여객선 등 특수 목적 선박만을 대상으로 적용한 저소음 선박 인증이다. 일반 상선에 해당하는 화물선이 인증을 획득한 첫 사례였다.

수중 방사 소음은 운항 중인 선박에서 발생해 수중으로 전파되는 소음을 뜻한다. 배기가스·오염수 등과 함께 선박에서 발생하는 주요 해양 오염원 중 하나다. 특히 선박의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주파수 대역이 돌고래 등 해양 포유류의 생활 주파수 대역과 겹쳐 해양 생태계 교란의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선박 프로펠러 소음을 저감하는 자체 기술을 보유한 상태다. 선박의 대형화 등으로 수중 방사 소음의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IMO는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조만간 실질적 규제 방안을 수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 건조를 넘어 해양 생태계 보존을 위한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적용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친환경 선박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강화됨에 따라 선제적 기술 확보를 통한 시장 확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풍력 연료 절감 시스템 개발한 대우조선해양(25,900 -3.18%)

대우조선해양도 2025년 암모니아 추진선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등 친환경 기술력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풍력을 이용한 연료 절감 시스템을 한국 최초로 개발했다. 지난 3월 노르웨이 DNV 선급에서 초대형 원유 운반선과 LNG 운반선에 적용할 수 있는 친환경 선박 기술 ‘DSME 로터 세일 시스템’에 대한 AIP를 획득했다.

로터 세일은 선박 갑판에 설치하는 원통형 기둥이다. 운항 중 바람에 의해 기둥이 회전하는 힘으로 선박 추진에 필요한 동력을 추가 확보하는 장치다. 설비의 부피에 비해 추진력이 크고 설치가 간단해 관리가 쉬운 것이 특징이다. 승인받은 로터 세일 시스템은 차세대 친환경 보조 추진 기술 중 하나로 연료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대우조선해양의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IMO가 에너지 절감 평가 척도로 제시한 에너지효율지수(EEDI) 기준 5% 이상의 연료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한국 조선사 중 처음으로 시스템의 자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용 에너지 저장 장치(ESS) 개발에도 나선 상태다. 최근 한화디펜스 등 총 13개 ESS 관련 전문 연구 기관과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합류해 ‘한국형 친환경 선박용 ESS’ 연구·개발(R&D)에 돌입했다.

ESS는 연료전지와 함께 차세대 선박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컨소시엄은 향후 3년 안에 세계 최고 수준의 리튬 배터리 기반의 ESS를 순수 자체 기술로 만든다는 목표다.

대우조선해양은 시흥 R&D 캠퍼스 내 연구 시설과 장비를 제공하는 등 공동 R&D를 주도한다. 시제품에 대한 친환경 연료 육상 시험소(LBTS) 구축부터 시험 절차와 실제 선박 탑재를 위한 안전성 검증, 최종 평가 단계 등 전 과정에서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사진) 대우조선해양 시흥 R&D 캠퍼스 내 예인수조(실제 선박과 동일한 형상으로 축소 제작한 모형선). /대우조선해양 제공
(사진) 대우조선해양 시흥 R&D 캠퍼스 내 예인수조(실제 선박과 동일한 형상으로 축소 제작한 모형선).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해양은 앞서 연료전지를 적용한 대형 원유 운반선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올해 초 미국 ABS 선급에서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 시스템 VLCC 적용’에 대한 AIP를 받았다.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FC)는 LNG 등을 산화시켜 만든 탄화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적 반응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저탄소·고효율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다.

기존 발전기 엔진을 SOFC로 대체하면 발전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일 수 있다는 게 대우조선해양의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핵심 장비의 국산화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효성중공업(78,600 +0.26%)과 손잡고 국산 영구 자석형 축발전기모터를 개발하기로 했다.

축발전기모터는 엔진 축의 회전력을 활용해 선박 추진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는 장비다. 발전기의 가동 의존도를 낮춰 연료 효율을 높이고 이산화탄소와 황산화물 배출은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기술로 꼽힌다.

두 회사는 2019년 ‘유도기 방식’의 축발전기모터 국산화에 성공해 LNG 운반선, LPG 운반선, 초대형 원유 운반선에 이 시스템을 적용해 왔다. 다만 대규모 용량이 필요한 컨테이너선의 경우 사실상 수입 제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두 기업이 기존 방식이 아닌 영구 자석을 활용한 신기술 개발에 나선 이유다.

최동규 대우조선해양 중앙연구원장(전무)은 “이번 연구가 완료되면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영구 자석형 축발전기모터를 조달할 수 있다”며 “핵심 장비 국산화와 수주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추진 선박 개발 나선 삼성중공업(6,150 +0.16%)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 추진 LNG 운반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7월 초 미국 블룸에너지와 함께 선박용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SOFC)로 추진하는 LNG 운반선을 개발해 노르웨이·독일 선급인 DNV에서 AIP를 획득했다. LNG를 활용한 SOFC로 선박 추진 엔진을 대체해 내연기관은 물론 오일을 이용하는 각종 장치가 필요 없는 혁신적 방식이라는 게 삼성중공업의 설명이다.

이 선박은 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의 유해 물질이 발생하지 않고 온실가스도 크게 감축시킬 수 있다. 강화되는 국제 환경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선박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에 구축한 LNG 실증 설비에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탄소 제로’ 목표…친환경 기술 쌓아 가는 조선 ‘빅3’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선박용 냉열 발전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 4월 LNG 냉열 발전 시스템을 연계한 차세대 재기화 시스템 ‘S-REGAS(CGR)’의 실증에 성공했다.

LNG는 섭씨 영하 162도 이하의 액체 상태로 운송된다. 이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온도를 가해 증발시켜 가스 상태로 변환하는 재기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냉열발전은 재기화 과정 중 해수로 버려지는 열에너지를 회수해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기술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CGR은 LNG 재기화에 필요한 전력의 90% 이상인 16MW의 전기를 자체 생산할 수 있어 연간 6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이동연 삼성중공업 조선해양연구소장은 “조선 해운업계에도 탄소 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며 “실증을 통해 재기화 시장에서 CGR이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인 친환경 솔루션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탄소 제로 에너지원’으로 떠오른 해양 원전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이와 관련해 6월 초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과 ‘해양 용융염원자로(MSR) 개발 및 공동 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MSR은 소형 모듈 원자로의 일종이다. 핵연료의 사용 주기가 20년 이상으로 선박 수명 주기와 같아 한 번 탑재 후 교체가 필요 없고 원자로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 선박 적용이 쉬운 장점을 지녔다. 특히 원자로 내부에 이상 신호가 생기면 액체 핵연료인 용융염이 굳도록 설계돼 중대 사고를 차단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2024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암모니아 추진선 등과 함께 MSR을 미래 먹거리로 삼을 계획이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은 “MSR은 기후 변화 이슈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삼성중공업의 비전에 부합하는 차세대 기술”이라며 “MSR 기반 부유식 원자력 발전 플랜트와 원자력 추진 선박이 수소 분야 등과 함께 삼성중공업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선업계의 친환경 기술 축적 움직임에 탄력이 붙으면서 향후 기업 간 경쟁 구도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 조선 산업의 발전을 위해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는 대신 보다 체계적이고 다각적인 투자와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임영섭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유럽에서는 수소 추진 선박 등에 대한 R&D를 20년 이상 진행해 이제서야 조금씩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산업 전반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탄소 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만큼 친환경 기술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특정 유망 기술이 등장하면 기업들의 연구·개발 방향이 해당 분야에 다소 몰리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개발 초기 단계의 특정 기술이 다른 분야보다 우위에 있다고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다양한 측면에서 투자를 병행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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