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LA 올림픽부터 올해 도쿄 올림픽까지 금메달 27개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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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선수를 격려하는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 / 사진=연합뉴스
안산 선수를 격려하는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 / 사진=연합뉴스
한국 양궁 국가 대표 선수단이 올해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따내며 국민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선수단은 올해 신설된 혼성 단체전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물론 여자 단체전 9연패와 남자 단체전 2연패 등의 대업을 달성하며 한국 양궁의 신화를 써 나가고 있다.

‘주몽의 후예’ 한국 양궁의 눈부신 성과는 선수와 코칭 스태프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또한 비인기 종목인 양궁을 1985년부터 37년간 체계적으로 후원해 온 현대차그룹의 노력도 큰 역할을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2000년 9월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훈련 중인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2000년 9월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훈련 중인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정몽구·정의선, 2대 걸쳐 대한양궁협회장 역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이어 아들인 정의선 회장이 협회장을 맡으며 2대에 걸쳐 적극적으로 양궁을 후원하고 있다. 37년간 우수 인재 발굴과 첨단 장비 개발, 양궁 인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이들은 최선을 다했다.

올해 올림픽에서의 성과는 정 명예회장이 탄탄하게 다진 양궁 발전의 기반과 정 회장의 스포츠 과학화가 조화를 이루며 기염을 토했다. 이번 대회만을 위한 맞춤형 지원으로 선수단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역량을 활용해 인공지능(AI) 비전 인식과 3D 프린팅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훈련 장비와 기법이 활용됐다. 세계에서 최고의 양궁 실력을 이미 갖췄지만 이를 더욱 완벽하게 펼칠 수 있도록 R&D 기술을 접목했다.

정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에도 도쿄 올림픽에 대한양궁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양궁 선수단의 경기를 관전하며 사기를 북돋고 선수들의 건강을 위해 방역 상황을 철저히 점검했다.

또 지난해 1월 선수단이 도쿄 올림픽과 동일한 기후 조건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7월의 도쿄와 비슷한 기후인 미얀마 양곤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도록 지원했다. 미세한 오차로 승부가 갈리는 양궁은 실전 적응력 향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국제 대회 경험을 할 수 없고 이전처럼 야구장에서의 소음과 관중 적응 훈련이 불가능해지자 정 회장은 선수단이 경기장 환경과 방송 중계 상황에 최대한 적응하도록 실제와 같은 경기를 하도록 했다.

올해 5~6월 4차례에 걸쳐 스포츠 전문 방송사 중계를 활용해 실제 경기처럼 미디어 실전 훈련도 했다. 이를 통해 도쿄 올림픽에서 겪을 수 있는 중압감을 이겨내고 심리적 안정을 얻었다는 평가가 많다. 선수들이 인터뷰에 대한 부담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전문 강사를 초빙해 미디어 트레이닝을 실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양궁협회의 재정 안정화는 물론 스포츠 과학화로 경기력 향상과 저변 확대 등 한국 양궁이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는 재임 기간 양궁협회가 원칙을 지키는 투명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협회로 자리매김하도록 했다. 지연과 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갑작스러운 선수 발탁이 없도록 철저한 경쟁 시스템을 도입했다. 명성이나 과거 성적보다 현재 실적으로만 국가 대표가 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
양궁에 적용한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기술들. /현대차 제공
양궁에 적용한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기술들. /현대차 제공
韓 양궁과 현대차그룹의 혁신·팀워크 DNA 주목

한국 양궁 선수단은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획득했다. 전 종목 석권은 놓쳤지만 양궁에 걸린 5개 금메달 중 4개를 쓸어 담았다. 양궁과 현대차그룹은 37년간 동행하며 세계 최고를 향한 DNA를 공유했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혁신과 팀워크라는 장점을 극대화했다.

한국 양궁은 1970년대까지는 세계 무대에서 변방에 머물렀다. 현대차그룹도 아시아에서 큰 존재감이 없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50여 년이 지난 현재, 양궁과 현대차는 글로벌 무대를 주름잡는 큰 존재로 성장했다. 양궁은 세계 최고로, 현대차그룹은 세계 5위권의 자동차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도쿄 올림픽에서 또 하나의 신화를 쓴 한국 양궁은 다음 대회를 위한 또 다른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경계를 초월하는 혁신으로 초일류 모빌리티 기업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팀워크를 봐도 한국 양궁과 현대차그룹에는 공통점이 많다. 도쿄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첫 화살을 쏜 안산 선수가 다음 순서로 준비하고 있던 강채영 선수에게 귀띔하는 장면이 TV 중계에 노출된 적이 있다.

둘째 선수가 경기장 환경을 파악할 수 있도록 안산 선수가 본인이 경험한 풍향과 조준점 등을 얘기해 준 것이다. 강채영 선수는 안산 선수의 조언을 듣고 활 시위를 당겼고 결과적으로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현대차그룹도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소비자에게 호평 받고 있는 현대차·기아·제네시스의 디자인은 전 세계 디자인센터 간의 팀워크로 탄생한 결과물이다.

현대차그룹은 한국·미국·유럽·중국 등에 디자인센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한 차종에 대한 상품이 발의되면 소비자에게 최고의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 디자이너들의 창조적 고민이 시작된다. 국가 경계를 뛰어넘어 디자이너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최고의 차량 디자인을 완성하는 데 여념이 없다.

한편 선수와 코치진의 노력, 국민적 성원과 현대차그룹의 후원 등에 힘입어 한국 양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부터 올해 도쿄 올림픽까지 금메달 27개, 은메달 9개, 동메달 7개 등을 획득했다. 같은 기간 양궁 종목에 걸린 전체 금메달의 70%를 한국이 차지한 셈이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