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ESG 리스크 바로 반영 가능”
[ESG 리뷰]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통한 ESG 리스크 평가는 그동안의 애널리스트에 의존한 ESG 평가보다 훨씬 빠르게 실시간 리스크를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지속가능발전소는 한국 유일의 AI 기반 ESG 평가 기관이다. 향후 국내에서의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에게 AI를 통한 ESG 평가의 장점과 앞으로의 과제를 물었다.
- 지속가능발전소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기존 ESG 평가에 리스크를 반영하기 위해 AI를 활용해 기업별 ESG 리스크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발전소와 같은 방식의 벤치마크를 갖고 있는 경쟁사는 트루밸류랩스(TrueValue Labs)와 렙리스크(RepRisk)입니다.
원래 ESG는 기업의 비재무 리스크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평가 시장에서 이 부분이 간과됐기 때문에 기업이 잘하는 점만 강조되는 구조에서 나온 평가 결과가 시장에서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기존 ESG 평가에서 오염된 데이터 소스, 늦은 리스크 식별, 평가 편향 등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객관적 리스크 데이터를 찾게 됐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뉴스 데이터입니다.
ESG 데이터 사이언스 기업들은 기업에 의존하는 대신 매일 리스크를 식별하고 실시간 반영해 AI 기반의 ESG를 분석한 정보를 자본 시장에 제공합니다. 지속가능발전소는 매일 한국 2800개 기업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일본 상장사와 인도네시아 기업도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할 예정입니다.”
- 최근 ESG 리스크가 높아진 기업은 어디인가요.
“두산중공업 하나만 말씀드리면 지난해 초부터 이 회사의 ESG 리스크가 급등했습니다. 현재 이 회사는 지배구조와 관련해 내부 거래 문제도 있지만 지난해 초부터 ESG 리스크를 끌어올린 것은 사회(S)의 소비자 문제, 산업 안전, 공급망 리스크 등이 원인입니다. 한빛 5호기와 관련해 다양한 문제가 노출됐습니다. 현재까지 노출된 이 회사의 리스크는 11개 이슈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모든 기업의 ESG 사건·사고를 모니터링하고 추적해 리스크 수준과 현황을 측정하고 확인합니다. 하나의 사건보다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되는 경우 그 기업의 리스크는 더 심각하게 평가됩니다. 지속가능발전소가 특히 주목하는 이슈는 기후 리스크와 공급망 리스크입니다.”
- ESG 리스크를 산정하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저는 과거 EHS(Environment Health & Safety) 컴플라이언스 전문가였습니다. 다년간 기업 EHS 컴플라이언스와 재무 실사를 담당했습니다. 저 같은 감사관은 기업과 사업장 감사를 위해 국가별·산업별로 프로토콜을 두며 이러한 기준은 글로벌 공통의 기준을 갖고 리스크를 평가합니다. 글로벌 기업은 전 세계에 있는 사업장의 EHS 리스크를 단일 기준으로 평가, 비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발전소는 이러한 리스크 관점을 기초로 현재 ESG 리스크 이슈를 17개로 분류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렙리스크는 28개로 분류하고 있고 레퍼니티브(구 톰슨로이터)도 23개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기존 애널리스트 기반의 평가사들은 평가 기간 또는 고객사의 요청이 있을 때만 리스크를 평가하지만 렙리스크·트루밸류랩스·지속가능발전소는 매일 바로 평가합니다. 반영은 상품에 따라 매일 또는 매주·매월·매분기별로 반영할 수 있습니다. 후속 조치도 반영합니다.” -ESG 등급을 정할 때 특히 어려운 점과 타사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아직 해외 기업의 ESG 사건·사고를 평가하지 않았지만 아마 중국 기업처럼 새로운 국가의 사건·사고를 분석할 때 한국에서 보지 못한 유형의 사건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러한 사건은 사람이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기존 사건을 학습한 머신 러닝이 유사한 사건을 찾아내 학습한 데이터에 근거해 평가하게 됩니다. 이러한 점이 차별성이자 장점입니다.
다만 현재 지속가능발전소의 ESG 사건의 분류와 리스크 수준에 대한 평가 결과의 정확도는 92% 내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정확도를 더 높이는 것이 어려운 과제입니다.”
-평가 기관별로 등급 기준이 달라 기업들이 대처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ESG 경영은 ESG 평가에 대응하는 것이 아닙니다. ESG 경영은 자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하는 것이며 ESG 평가는 투자사에 ESG 투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일 뿐 ESG 경영 전반을 평가하는 잣대가 아닙니다. ESG 평가사의 평가 결과가 좋다고 그 기업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기관투자가들은 자사의 투자 철학과 전략에 따라 ESG 평가사가 제공한 정보를 참고 자료로 취사 선택하거나 활용하기 때문에 여기에만 신경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큰 운용사일수록 자체 평가 모델을 갖고 있고 다수의 평가사에서 정보만 받아 활용하기도 합니다. 평가 기준 역시 시대나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것입니다. 많은 평가사나 평가기준에 대응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일 뿐 결코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지속 가능 경영을 잘 수행한다면 어떠한 평가 기준이나 평가 기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적 비전과 목표를 수립하고 그에 따른 경영 전략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ESG 등급 평가에 대한 대표님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최근의 ESG는 단순히 기업이 자본을 늘리는 기회 요인을 넘어 이해관계인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위한 레버리지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달성하기 위한 독려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 자체가 아니라 기업이 하는 비즈니스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단순히 투자자만을 바라보고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힘쓰는 것이 아니라 10년 후에도 살아남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리스크를 줄이고 기회를 찾아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 전환해 경영에 적극 반영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10년 후로 예정된 저탄소 경제·사회로의 전환에서 낙오되지 않고 동참해 생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합니다.
ESG 평가는 현재보다 미래 지속 가능성 지표여야 합니다. 비록 현재 좋지 않게 평가받더라도 ESG 평가를 정태적인 결과가 아니라 가능한 동태적 가치 지향적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ESG는 방향과 과정이 중요합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