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현물은 톤당 2만37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5월 13일(2만1200달러) 이후 최고가다. 9월 14일 1만9640달러로 하락했지만 당분간 니켈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데다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늘면서 구리·코발·리튬·니켈 사용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니켈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는 스테인리스강과 배터리 수요가 꼽힌다.
짐 레넌 맥쿼리 애널리스트는 “스테인리스강 생산량이 올해 16% 늘어나면서 니켈 수요가 25만 톤 추가될 것”이라며 “배터리에 쓰이는 니켈 수요는 작년보다 10만 톤 증가해 약 29만 톤에 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2340메트릭톤이었던 세계 니켈 수요는 2040년 최대 6265메트릭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용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소비되는 니켈은 같은 기간 81메트릭톤에서 3352메트릭톤으로 400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IEA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2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선 2040년까지 리튬 수요가 지금보다 42배, 코발트 21배, 니켈 19배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공급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9월 13일 기준 LME의 니켈 재고량은 17만7078톤으로, 지난 4월 21일(24만4606톤) 이후 감소세다.
니켈 값이 뛰자 주식 시장에서는 ‘니켈주’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3대 니켈 생산 기업으로는 브라질 발레와 BHP, 영국의 리오틴토 등이 꼽힌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이들 기업의 시가 총액은 3669억 달러(약 429조원)에 달한다. 독일 슈니처스틸, 미국 ATI, 러시아 메첼 등도 10대 니켈주에 포함된다.
[해시태그 경제 용어]
니켈
원자번호 28번 ‘니켈’은 다루기가 쉽지 않아 일명 ‘악마의 구리’라고 불리는 원소다.
니켈은 주석 채광을 방해한 텅스텐과 은, 채광을 방해한 코발트처럼 불순물로 취급되던 원소다. 니켈은 구리를 채굴할 때 비소 혼합물 형태로 가끔 섞여 나오는데, 초기 기술력으로는 분류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오늘날 기술 발달로 순수한 니켈을 제련할 수 있게 됐다.
LG화학 블로그에 따르면 니켈의 주요 용도는 금속 상태의 니켈이나 합금 또는 순수한 원소 상태의 니켈과 관련 있지만 일부 니켈 화합물도 중요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니켈 화합물은 재충전이 가능한 2차전지 제조에 사용된다. 니켈-카드뮴 전지는 1899년 처음 발명된 후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전자 제품이 많아지면서 인기를 끌게 됐다.
최근에는 전기 충전 용량이 크고 독성이 있는 카드뮴을 포함하지 않은 니켈 금속 하이브리드 전지(NiMH)가 휴대용 전자 제품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자 제품에서 니켈-카드뮴 전지를 대체하는 2차전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 두 가지 전지는 모두 니켈 화합물인 수산화산화니켈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티타늄과 같은 다른 전이금속을 포함하고 있는 일부 니켈 화합물은 페인트·플라스틱·섬유·화장품의 염료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니켈 값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와 스테인리스강 필수 원료다. 이에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2월 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을 늘리는데 니켈은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머스크 CEO는 이런 우려 때문에 철 함량이 높은 배터리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다섯 달 뒤인 올해 7월 호주의 BHP와 니켈 공급 계약을 했다. 이 계약으로 테슬라가 확보한 니켈은 1만8000톤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연간 45만 개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테슬라뿐만 아니라 LG화학 등 배터리 기업들도 니켈 확보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니켈 값이 상승하는 주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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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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