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 폐수 슬러지, 전량 수입하던 ‘형석’으로 탈바꿈

(사진) 삼성전자 직원(왼쪽)이 폐수에서 추출한 무기 슬러지를, 제철세라믹 직원이 무기 슬러지를 재활용해 만든 형석 대체품을 들고 있다. /각 사 제공
(사진) 삼성전자 직원(왼쪽)이 폐수에서 추출한 무기 슬러지를, 제철세라믹 직원이 무기 슬러지를 재활용해 만든 형석 대체품을 들고 있다. /각 사 제공
현대제철과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 슬러지를 제철 과정 부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을 공동 개발했다고 27일 발표했다.

폐수 슬러지는 반도체 공정 중 발생하는 폐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침전물이다. 반도체 공정 폐기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제철소의 제강 공정에서는 쇳물 속 불순물인 황과 인을 제거하기 위해 형석을 사용한다. 형석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광물이다.

현대제철과 삼성전자, 제철세라믹 등 3사는 반도체 폐수 슬러지에 포함된 성분(플루오린화칼슘, CaF2 50~60%)이 형석과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8월 폐수 슬러지 재활용 관련 기술 협약을 맺었다.

현대제철 등은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지난 4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30톤의 형석 대체품을 사용해 철강재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신기술은 6월 한국환경공단의 1차 평가와 8월 국립환경과학원의 최종 평가를 통과하고 최근 승인됐다.

현대제철은 연간 약 2만 톤의 형석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10월 말부터 연간 사용량 기준 1만여 톤의 형석을 폐수 슬러지 재활용품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기술 개발로 시멘트 공장에 보내던 폐수 슬러지를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의 형석 구매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성대 삼성전자 DS부문 환경안전센터장(전무)은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폐기물 재활용률 100% 달성을 목표로 친환경 자원 순환 기술 개발을 지속하는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주태 현대제철 연구·개발·품질 본부장(전무)은 “이번 재활용 기술을 통한 자원 확보는 친환경 미래 제철소의 전략적 요소이자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다양한 기술로 자원과 에너지의 순환 구조를 구축해 유한 자원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포스코와 굴 껍데기 등의 패각을 제철 공정 부원료인 석회석으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ESG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