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낙연 민주당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도 박빙 승부, ‘역선택’ 논리로 설명하기 힘들어

[홍영식의 정치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지난 9월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대장 개발사업구역을 찾아 ‘화천대유’ 의혹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이 지난 9월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대장 개발사업구역을 찾아 ‘화천대유’ 의혹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한 원인은 뭘까.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8월 초까지만 해도 5% 안팎을 벗어나지 못했다. 20% 후반대에서 30%대 중반까지 유지하던 윤 전 총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다가 8월 말부터 윤 전 총장을 뒤쫓기 시작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의 의뢰로 8월27~28일 전국 18세 이상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신뢰 수준 95%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 범보수 진영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은 21.7%의 지지율로 윤 전 총장(25.9%)을 오차 범위 내에서 따라붙었다. 9월 초엔 윤 전 총장을 제치고 ‘골든크로스’를 나타냈다. 리얼미터가 9월 6~7일 전국 성인 2019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홍 의원은 32.6%의 지지율을 기록, 윤 전 총장(25.8%)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 원인을 놓고 여러 이유가 나오고 있다. ‘역선택’ 논란도 있다. 역선택은 특정 정당의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 여론 조사에서 다른 정당 지지자들이 자신들이 선호하는 후보가 본선 대결에서 상대하기 쉬운 후보를 선택하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자들이 본선 경쟁자로 국민의힘에서 윤 전 총장보다 홍 의원이 대선 후보로 뽑히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보고 그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홍준표, 윤 전 총장 지지율 하락 시점에 본격 상승

윤 전 총장 참모 등 이를 주장하는 측은 여론 조사에서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에 비해 민주당 지지층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을 그 근거로 든다. KSOI의 지난 9월 17~18일 조사 때 범보수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민주당 지지층 지지율은 홍 의원 36.0%, 윤 전 총장 5.2%였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윤 전 총장이 53.7%로 홍 의원(31.3%)을 앞섰다.

하지만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 현상을 역선택으로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역선택이 유효하려면 윤 전 총장 지지율이 고공 행진하고 홍 의원의 지지율이 낮았을 때도 그런 현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8월 중순까지만 해도 그런 현상은 뚜렷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을 떨어뜨리기 위한 목적이라면 여당 지지자들은 일찌감치 홍 의원 또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비롯한 다른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지지를 몰아줘야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던 것이다.

홍 의원의 지지율이 치고 올라가는 8월 말~9월 초에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나타낸 시점과 교차하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은 이준석 대표와의 충돌, ‘처가 리스크’ ‘고발사주’ 논란, 잇단 말 실수 등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여기에 더해 유력 대선 주자로서 당초 기대한 만큼의 비전 제시와 정책 구상 미흡 등도 겹쳤다. 특히 정책 분야는 토론회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토론회에서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만들지 않았다”고 한 답변, 한미연합사령부의 전시 대북 계획인 ‘작전계획 5015’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것 등이 그 예다.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인으로, 대선 주자로 변신한 한 이후 그만의 색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충성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주자로서 기대했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 데 따른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홍 의원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여야 유력 주자 간 양자 대결 여론 조사 결과도 역선택 효과에 의문을 들게한다. 한국갤럽이 9월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호감도 조사에서 이 지사 대 윤 전 총장은 43% 대 42%, 이 전 대표 대 윤 전 총장은 40% 대 42%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이 지사 대 홍 의원(44% 대 39%), 이 전 대표 대 홍 의원(39% 대 40%)도 역시 박빙을 승부를 나타냈다.

뉴시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9월 22~23일 전국 만18세 이상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의 일대일 가상 대결에서 윤 전 총장 대 이 지사는 43.1% 대 37%, 홍 의원 대 이 지사는 38.2% 대 35.6%를 기록했다. 홍 의원이 이 지사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홍 의원과 민주당 후보 간 양자 대결에선 민주당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역선택 여지가 전혀 없다. 그런 상황에서 홍 의원이 여당의 유력 주자와 맞붙어 박빙의 지지율을 나타낸 것은 역선택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에 대한 실망층이 홍 의원의 지지로 옮겨 온 것과 함께 20~30대의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지지율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20대의 지지율이 두드러진다. KSOI의 9월 17~18일 조사에서 홍 의원의 20대 지지율은 29.5%인데 비해 윤 전 총장은 14.0%에 그쳤다. 특히 kbc광주방송 의뢰로 리서치뷰가 9월 22~23일 광주와 전남북 지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홍 의원은 적합도 항목 중 20대 남성에서 40.1%로, 이 지사(23.3%)와 이 전 대표(9.2%)를 오차 범위 밖 차이를 보였다.

2030세대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특히 20대들은 국민의힘 후보 지지 성향이 더 두드러진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윤 전 총장이 이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얻었지만 최근엔 홍 의원이 이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는 것은 여타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홍 의원이 뜨게 된 것도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서다. 이를 통해 ‘무야홍(무조건 야당 후보는 홍준표)’, ‘돌돌홍(돌고 돌아 대통령은 홍준표)’, ‘어대홍(어차피 대통령은 홍준표)’ 등의 키워드가 만들어졌다.
‘돌돌홍’ 홍준표, 지지율 치고 올라온 이유는 [홍영식의 정치판]
“빙빙 안 돌리고 직설적 대답, MZ세대에게 부합”

홍 의원이 2030세대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현안에 대해 바로 치고 나오는 시원시원한 화법을 들 수 있다. ‘조국수홍(조국을 수호하는 홍준표)’ 비판에 대한 깨끗한 인정, 로스쿨 폐지와 사법시험·외무고시 부활 등 젊은층에게 민감한 공정성 문제를 과감하게 던진 점 등이 대표적이다. 홍 의원도 지난 9월 14일 기자협회 토론회에서 2030세대의 인기 이유에 대해 “말을 빙빙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대답하고 거짓말 안 하기 때문”이라며 “이 세대는 되면 된다, 아니면 안 된다, 소신이 뚜렷한데, 거기에 제 캐릭터가 부합한다”고 했다.

한국갤럽의 지난 9월 14~16일 호감도 조사에서 홍 의원은 지난 3월 20%에서 28%로 상승했고 비호감도는 2017년 3월 81%에서 64%로 하락한 점도 주목된다. 특히 그의 호감도는 국민의힘 지지층(41%)과 보수층(36%)에서 비교적 높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의 지지율 상승이 민주당 지지자들의 지지에 힘입은 것이라는 논리가 약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 조사 전문가는 “민주당 지지층이 집단적으로 결집하지 않는 한 역선택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하는 여론 조사에서 고의적으로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세를 결집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홍 의원의 지지율이 높아진 것은 2030세대의 지지와 윤 전 총장에게 이탈한 지지세가 홍 의원 쪽으로 이동한 것 등이 복합적으로 합해진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그의 직설적 화법에 대한 거부감도 여전한 만큼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홍영식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