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테이퍼링 우려로 변동성 확대…배당주·가치주·‘위드 코로나’ 수혜주 주목

[머니]
(사진)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17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귀성객과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허문찬 한국경제 기자
(사진)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 17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가 귀성객과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허문찬 한국경제 기자
미국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우려 속에 각국 정부의 플랫폼 규제 리스크, 중국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 주식 시장에도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증권가는 소나기를 피해 배당주·가치주 등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른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재개 수혜주 등에 관심을 가질 때라는 의견도 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바이러스 통제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정상화와 맞물려 금리 상승과 함께 가치주의 강세가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주식 분할 매수 시점을 조금 늦추되 가치주의 비중은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규제 내년까지 계속된다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각국의 규제 움직임이 일면서 국내외 대형 기술 기업(빅테크)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다. 글로벌 증시 상승을 이끌던 빅테크들의 주가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글로벌 시가 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주가는 지난 9월 10일 ‘앱스토어에서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반경쟁적 조치’라는 미국 법원의 판결 이후 줄곧 약세다. 시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행정 명령에 서명한 뒤 나온 법원의 판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계속되는 ‘빅테크 때리기’에 텐센트의 주가도 연초 대비 ‘반 토막’ 신세다. 한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지난 9월 7일 금융 당국의 플랫폼 규제책 발표 이후 맥을 못 추는 중이다.

증권사들은 정부의 규제가 한국의 대표 성장 산업에 가해졌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인터넷·소프트웨어 업종의 매출 증가율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연평균 23.6%로 1위를 기록했다. 이들 섹터는 주가수익률(PER)이 높은 산업으로도 꼽힌다.

증권가는 플랫폼 규제 리스크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카카오는 9월 14일 모빌리티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폐지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화살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소나기는 피해야…증권가의 해답은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 등은 10월 국정 감사와 내년 3월 대선을 맞아 부동산 규제와 소비자 보호를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며 “핀테크를 넘어 이커머스·모빌리티·앱스토어(애플·구글)에 대한 규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 기업인 헝다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테이퍼링 우려도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다.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 우려도 부담이다. 증권사들이 연말을 앞두고 배당주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 성장세가 두드러졌지만 투자가 마무리 된 현시점에서는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테이퍼링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달러 강세의 가능성은 한국 등 신흥국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라고 말했다

리오프닝주에서 찾는 투자 포인트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 체계 전환 시점을 10월 말에서 11월 초로 제시하면서 경제 재개 수혜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위드 코로나가 현실화하면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유통·화장품·패션·음식료·엔터테인먼트·레저 등이 수혜 업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화장품 업종에서는 백화점·면세점·패션 사업 부문을 모두 보유한 신세계와 해외 여행 재개에 따른 수혜주로 분류되는 호텔신라, 연말 내수 색조 화장품 소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코스맥스를 유망하게 봤다. 패션 업종에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톱픽’으로 제시했다.

서현정 애널리스트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해외 패션과 수입 화장품 실적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에도 견조한 개선을 이어 가고 있다”며 “위드 코로나 효과가 더해진다면 올해 전년 대비 173% 증가한 9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음식료 업종에서는 ‘홈술’ 트렌드로 소비가 다소 부진했던 맥주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하이트진로가 수혜를 볼 전망이다. 수제 맥주 등을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하는 롯데칠성음료도 기대주로 꼽힌다. 엔터테인먼트·레저 업종에서는 카지노주 등 거의 모든 종목의 주가 우상향이 기대되는 가운데 하이브와 하나투어가 ‘톱픽스’로 구분됐다.

이기훈 애널리스트는 “하이브는 올 연말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투어 재개 등과 자체 팬 플랫폼 ‘위버스’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등 호재가 많고 하나투어는 해외여행 재개와 함께 그간의 인력·사업 구조 조정의 효과가 더해져 내년 실적 서프라이즈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소나기는 피해야…증권가의 해답은
하나금융투자는 타이어·항공·정유 등도 위드 코로나로 부활을 눈앞에 둔 업종으로 내다봤다. 한국타이어·대한항공·에쓰오일을 업종별 톱픽스로 제시했다. 송선재 애널리스트는 “경제 재개에 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과 운송비 부담이 한국타이어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제품 판매 가격 인상을 통해 극복이 가능한 사안”이라며 “시장 수요 회복에 따른 물량 증가와 전기차용 및 고인치 타이어의 비율 상승을 통한 믹스 개선 등으로 견조한 펀더멘털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봉 애널리스트는 “세계적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백신 여권’을 도입하는 국가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라며 “한국은 내년 2분기부터 해외여행의 안전성이 점차 담보되기 시작하면서 대한항공의 국제선 수요가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재성 애널리스트는 “에쓰오일은 올해 유가 상승으로 정유 사업에서 큰 이익을 거뒀고 잔사유 고도화 시설(RUC)과 올레핀 하류 시설(ODC) 등이 안정적으로 가동되면서 화학 사업에서도 성과를 냈다”며 “올해 영업이익 약 2조400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에 이어 위드 코로나 효과로 내년에도 호실적을 이어 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