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후보, ‘스윙보터’ 2030 잡기 ‘퍼주기’ 경쟁…재원 대책 없어 결국 나랏빚으로 충당해야

[홍영식의 정치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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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고민은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불리는 20~30대 청년 대책이다. 이들은 이념적으로 뚜렷한 성향을 특정할 수 없고 특정 이슈에 따라 표심이 흔들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방향성을 갖고 공약을 마련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한 중진 의원의 고충 토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의 반응도 비슷하다. 윤 후보를 돕고 있는 ‘586’세대의 한 국민의힘 의원도 “우리가 대학 다닐 때인 1980년대와 1990년대 때의 20대는 대부분 진보라는 명확한 특성이 있었지만 지금의 20대는 대표적 ‘스윙보터(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없이 그때그때의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로, 이들의 마음을 잡기 위한 대책 마련이 매우 어렵다”고 했다. 그는 “후보는 이들의 감성을 얻는 데 주력하고 당과 캠프에선 이들의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공약을 짜는 ‘투 트랙’ 전략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전체 유권자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35% 정도다. 과거엔 이들의 표심은 지금의 민주당 정당 계열의 전유물인 것처럼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민주당 계열 정당들은 이들이 당연히 자신들을 지지하는 것으로, 국민의힘 계열 정당들을 그 반대로 여겼다. 일종의 ‘고정표’로 삼고 이들의 표심을 공략할 공약 마련에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또 이들의 낮은 투표율도 여야의 주목을 덜 받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지난 4·7 재·보궐 선거는 여야 각 정당들이 이들을 바라보는 눈을 바꾼 계기가 됐다. ‘2030세대’가 선거 결과에 무시하지 못할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2016년 20대 총선부터 이듬해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21대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내리 4연승한 민주당은 지난 재·보선에서 참패했고 ‘2030세대’가 돌아선 것이 그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조국 사태가 그 전초가 됐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엔 대장동 사태가 2030세대에 좌절과 분노에 불을 지폈다.

2030, 과거엔 진보 성향…지금은 여야 지지율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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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론 조사를 보면 2030의 표심은 ‘스윙보터’의 특성을 뚜렷이 나타내고 있다. 여야 정당 어느 한쪽에 확 기울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월 9~11일 전국 만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 민주당 지지는 20대 25%, 30대 35%였다. 국민의힘 지지는 20대와 30대 모두 29%를 나타냈다. 평균으로 따지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회사가 지난 11월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20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20%, 국민의힘 지지율은 29%였고 30대는 민주당 38%, 국민의힘 30%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대체적으로 20대는 국민의힘, 30대는 민주당 지지가 조금 높지만 평균으로 따지면 양당이 엇비슷했다.

4개 회사가 지난 11월 11일 발표한 대선 후보 가상 대결 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전체 지지율은 32% 대 39%로 윤 후보가 7%포인트 우세를 보였다. 20대에선 이 후보와 윤 후보는 24% 대 22%로 접전 양상이었다.

이 때문에 청년의 표심을 겨냥한 여야의 공약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이 후보는 2023년부터 19~29세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의 청년 소득 지급 방안을 일찌감치 제시했다. 보편적 기본소득과 합산하면 임기 말 1인당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지사는 특히 19~34세 청년에게 신용을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연이율 3%에 1000만원까지 빌려 주고 이후 전 국민에게 확대하는 기본대출도 내놓았다.

이 후보는 ‘소확행 공약’ 첫째로 가상 자산 과세를 1년 늦추는 방안을 꺼냈다. 그는 “가상 자산을 무형 자산으로 보는 것이 적정한지, 손실을 이월하지 않으면서 양도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이 타당한지, 해외 거래소를 통해 거래할 때 부대 비용을 어떻게 인정해 줄 것인지, 개인 간의 P2P(Peer to Peer)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준비하고 점검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부는 당초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당·정 갈등도 예상된다. 이 후보는 가상 자산 양도 차익 공제 한도인 250만원의 상향도 예고했다. 여당은 소득 5000만원 이하 20대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공약도 검토하고 있지만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에게 비과세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기본대출, 기본주택, 면접 지원, 과세 유예…

이 후보는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확대, 학점 비례 등록금제 도입, 휴대전화 안심 데이터 무료 제공 등도 내놓았다. ‘청년 면접 완벽 지원 서비스’ 도입도 들고나왔다. ‘면접에 필요한 정장 대여, 헤어·메이크업과 사진 촬영 지원, 이력서·자기소개서 컨설팅, 전문가와의 모의 면접 코칭 서비스’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저소득층 청년 재산 형성 보조를 위한 ‘도약 보장금’, 대입 정시 비중 확대, 배우자 출산 휴가 급여 확대 등 청년 공약을 선보였다. 윤 후보는 현재 40세인 대통령 출마 자격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총선과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 연령을 현행 25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는 청년 부동산 공약도 마련하고 있다. 2030세대 유권자들의 부동산 민심이 승부를 가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입소스 조사에서 부동산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세대별 의견은 30대(64.8%)와 20대(54.7%)가 높았고 50대는 상대적으로 낮은 48.3%였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 청년 우선 배정을, 윤 후보는 임기 내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 가구 등에 건설 원가로 총 50만 가구 공급, 신혼부부를 위한 ‘역세권 첫 집’ 주택 공급, 신혼부부·청년층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로 상향, 저리 융자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런 돈 몇 푼 쥐여 주는 공약들이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것과는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청년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월급이 또박또박 나오는 양질의 일자리이지만 눈앞의 사탕발림으로 표심을 사려는 ‘현대판 고무신 공약’이라는 것이다. 이 후보는 “희망을 잃은 청년을 구하기 위해 포퓰리즘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하겠다”고 한 그대로다.

공약마다 수조, 수십조원이 소요되기 일쑤이지만 제대로 된 재원 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결국 나랏빚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금의 청년들이 미래에 짊어져야 할 큰 짐이다. 앞에선 달콤한 돈으로 유혹하고 뒤로는 청년들에게 빚을 떠넘기는 ‘조삼모사(朝三暮四)’ 공약이다. 청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결국 나라의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진정한 청년 일자리 창출 공약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영식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