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부재 틈타 탑텐 급성장…이랜드 스파오는 ‘협업의 강자’로 떠올라

[비즈니스 포커스]
스파오 타임스퀘어점 매장 전경.(사진=이랜드)
스파오 타임스퀘어점 매장 전경.(사진=이랜드)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시장에서 SPA 브랜드의 대표 주자는 단연 ‘유니클로’였다. 하지만 2019년 유니클로가 일본 불매 운동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한국에서의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 한국 시장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명동 중앙점과 강남점 등 50곳이 넘는 매장을 폐점하며 비용 절감에 나서기도 했다.

유니클로가 위축된 사이,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한국 SPA 브랜드들의 도약이 시작됐다. 이랜드월드의 스파오, 신성통상의 탑텐,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 등이 대표적인 한국 SPA 브랜드다. 여기에 최근 ‘위드 코로나’로 패션업계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의 SPA 브랜드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신성통상의 스파브랜드 탑텐.(사진=탑텐)
신성통상의 스파브랜드 탑텐.(사진=탑텐)

감사제 대신 행복제…‘애국 브랜드’의 선전
현재 한국의 SPA 시장에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첫째, ‘위드 코로나’다. 재택근무가 끝나고 외출이 늘어나면서 패션업계는 모처럼 다가올 호황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양극화된 패션 시장이 SPA 브랜드들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유니클로의 향방이다. 지난 11월 12일 유니클로 매장 앞에는 독일 패션 디자이너 질 샌더와 협업해 선보인 ‘플러스 제이(+J) 컬렉션’을 구매하려는 인파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협업 상품이긴 하지만 모처럼 유니클로에 몰린 인파들을 보며 불매 운동의 여파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유니클로가 비용 절감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흑자 전환한 것도 ‘유니클로의 부활’을 긍정적으로 보는 요인이다.

유니클로의 대체자로 수혜를 볼 것이라고 전망됐던 브랜드는 신성통상의 SPA 브랜드 ‘탑텐’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탑텐은 한국을 대표하는 SPA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세일 행사인 ‘행복제’도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자리 잡았다. 무지티·맨투맨 등 기본 아이템부터 발열 내의 온에어까지 유니클로의 대표 상품들을 충분히 대체했다는 평을 듣는다.

탑텐의 강점은 키즈(3~14세용) 브랜드인 ‘탑텐 키즈(TOPTEN KIDS)’의 선전이다. 리딩투자증권은 탑텐에 대해 “타 브랜드에서 ‘키즈’가 차지하는 비율이 10% 수준이지만 탑텐은 ‘키즈’의 비율이 30%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키즈 시장에서 탑텐의 인지도를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성비’ 전략이 성공하며 2020년 6월 230~230개였던 탑텐의 직영점은 2021년 9월 기준 330~340개로 증가했다.

‘짱구 파자마’, ‘해리포터 스웨터’ 등 다양한 캐릭터와의 컬래버에이션을 통해 ‘완판 신화’를 쓴 스파오는 협업의 강자다. 그 결과 스파오는 론칭 7년 만에 3000억원대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올해도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 행진이 이어졌다. 상반기 스파오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리슬’, ‘세훈 비비’, ‘프렌즈’, ‘태민’ 등 굵직한 협업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이랜드에 따르면 스파오의 컬래버레이션 상품들은 보통 출시 첫날 평균 70~80%의 물량이 소진된다. 이는 패션업계에서는 매우 높은 상품 적중률이다. 특히 가수 태민과의 컬래버레이션 상품은 하루 만에 9억원 정도의 매출을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랜드 관계자는 “올해 스파오의 모든 컬래버레이션 상품은 모두 온라인에서 먼저 출시한 뒤 반응을 살피고 오프라인 매장에 추가 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그 결과 스파오의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대비 70% 성장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160%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랜드 스파오가 출시한 태민 콜라보 상품은 하루만에 9억의 매출을 올렸다.(사진=이랜드)
이랜드 스파오가 출시한 태민 콜라보 상품은 하루만에 9억의 매출을 올렸다.(사진=이랜드)

온라인 강화·MZ세대 공략은 향후 과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스파 브랜드 에잇세컨즈.(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스파 브랜드 에잇세컨즈.(사진=삼성물산)
‘위드 코로나’에 따른 SPA 브랜드의 수혜는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는 리버시블 보아 퀼팅 패딩 점퍼, 캐시미어블렌드 핸드메이드 코트, 피쉬테일 야상 등 패딩과 코트류의 판매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50% 이상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고 남성 라운드 풀오버는 70% 이상 판매율이 증가했다. 외출 횟수의 증가와 함께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가 판매량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주춤했던 패션 시장이 브랜드와 가격으로 양극화된 것은 SPA 브랜드들에는 분명 호재다. 하지만 각 브랜드들은 가성비만 추구하는 것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사이 패션 시장이 급격히 변했기 때문이다.

지난 1년 사이 패션 시장에서는 무신사·W컨셉·지그재그 등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이들과 공존하느냐, 혹은 자사 몰을 강화할 것이냐가 향후 SPA 브랜드들의 성패와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SPA 브랜드들은 온라인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랜드 스파오는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스파오닷컴’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온라인몰을 새롭게 리뉴얼했다. 스파오 자체 온라인몰에서는 온라인 전용 상품 출시와 큐레이션(매거진)을 강화해 온라인에 최적화된 콘텐츠들을 생산한다. 고객이 평소에도 방문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스냅’ 탭을 신설했다. 스냅 탭은 스파오가 보유한 인플루언서 300명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스파오의 의류를 소화한 콘텐츠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자체 플랫폼 강화와 동시에 무신사·스타일쉐어 등 외부 채널과의 협업도 활발히 진행했다. 온라인 시장에서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것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스파오는 컬래버레이션 상품 중 일부와 온라인 전용 라인을 무신사에 먼저 출시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렸고 자체 온라인몰에서는 온라인 전용 상품 출시와 큐레이션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SPA 브랜드들은 가장 큰 고객으로 분류되는 MZ세대(밀레니널+Z세대)를 공략하는 것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MZ세대 공략법으로 신진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내세웠다. 지난해부터 한국 신진 아티스트와 지속적으로 협업해 컬렉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에잇세컨즈만의 젊고 색다른 감성의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노상호·순이지·이요한·레어버스·틈 등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개성 있는 아티스트와 협업을 이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봄에는 신진 일러스트레이터 ‘애슝(AE SHOONG)’과 협업해 ‘스테이 캣 홈(Stay (C)at Home)’이라는 주제로, 집에서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의 모습을 작가 애슝의 시선으로 풀어낸 그림을 에잇세컨즈 원마일웨어로 탄생시켰다. 에잇세컨즈는 해당 컬렉션을 스웨트셔츠·조거팬츠 셋업, 반소매 티셔츠, 카디건, 파자마, 에코백, 우산 등 집 안팎에서 즐겨 착용하는 총 20개 상품으로 구성했다.

용어설명 : SPA(SPA) 브랜드
SPA(Specialty store retailer Private label Apparel brand)는 기획·생산·유통·판매 등을 직접 관리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고 회전율이 빨라 ‘패스트(fast) 패션’이라고도 불린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자라·H&M·갭·유니클로 등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