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교두보 삼아 투자 확대…미 아마존 입점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화

[비즈니스 포커스]
지난 8월 SK매직 화성공장에서 열린 북미향 비데 첫 출하 기념식에서 윤요섭 SK매직 대표와 회사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에서 넷째 윤요섭 대표). 사진=SK매직 제공
지난 8월 SK매직 화성공장에서 열린 북미향 비데 첫 출하 기념식에서 윤요섭 SK매직 대표와 회사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에서 넷째 윤요섭 대표). 사진=SK매직 제공
한국 가전 업체인 SK매직이 ‘글로벌’ 무대를 새로운 성장 모멘텀으로 삼아 공격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렌털 사업의 성장성이 예고된 말레이시아를 교두보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는 글로벌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입점을 발판 삼아 글로벌 비중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아마존 입점···해외 B2C 시장 첫 진출

SK매직이 지난 11월 9일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 입점했다. 첫 제품으로 ‘항균 방수 비데’ 2종을 선보였다. 앞으로 정수기·공기청정기·인덕션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아마존은 전 세계 고객(계정 수)만 3억 명 이상에 달하는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다. 순 방문자 수는 미국 월간 모바일 기준으로 1억3000만 명 이상이다. 아마존 입점만으로도 세계 시장의 판로를 여는 셈이다.

SK매직의 아마존 입점은 한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벗어나 더 넓은 글로벌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SK매직의 해외 시장 공략 교두보는 말레이시아에 집중됐다. 말레이시아는 국민 건강과 식수 오염에 대한 우려, 수인성 질병 발생 증가, 정부의 정수 서비스 캠페인 등으로 정수기 렌털 시장이 발달한 국가 중 하나다. 세계 시장 조사 업체인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2020년 말레이시아 정수기 시장은 3억5300만 달러 규모이고 2026년에는 약 6억53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장성에 한국 가전 렌털 업체들의 말레이시아 진출이 일찌감치 시작됐다. 2016년 말레이시아 정수기 수입 시장에서 약 4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한국은 2019년과 2020년 61%가 넘는 점유율을 보이며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코웨이의 말레이시아법인인 코웨이 말레이시아(Coway Malaysia)가 30%가 넘는 시장점유율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고 쿠쿠의 말레이시아법인인 쿠쿠 인터내셔널(Cuckoo International)은 약 1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청호나이스·LG전자·SK매직 등이 뒤를 잇고 있다.

SK매직은 2006년 현지에 진출한 코웨이, 2015년 뛰어든 쿠쿠 등 경쟁사에 비해 다소 늦게 말레이시아 시장에 뛰어들었다. 앞서 SK매직은 2018년 모회사인 SK네트웍스의 해외 투자법인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렌털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9년 1월 SK네트웍스로부터 사업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진행했다. SK네트웍스의 글로벌성장사업부(말레이시아·베트남·일본)로부터 영업자산·부채·인력 전부를 이관 받았는데 자산 127억원, 부채 25억원 규모의 사업부였다. 당시 SK매직 측은 “사업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 중심의 렌털 사업을 넘어 동남아 시장을 교두보로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지 진출 3년 차인 말레이시아 현지법인(SK Networks Retails Malaysia Sdn. Bhd.)의 실적은 아직까지는 적자 상태다. 해외 진출 초기에는 매출보다 지출이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지난해 4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3분기 기준으로 110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해 적자 폭이 확대됐다. 렌털 누적 계정은 2020년 말 기준으로 3만 계정을 돌파했지만 경쟁사에 비하면 이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코웨이나 쿠쿠홈시스의 렌털 계정 수는 일찍이 100만 계정을 넘어섰다.
SK매직, 후발 주자 한계 넘어 글로벌 무대 정조준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율 2%…점진 확대

SK매직은 성장성이 담보된 말레이시아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현지법인에 총 131억원의 유상 증자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올 초에는 말레이시아에 배우 박서준 씨를 모델로 한 신규 광고를 선보이며 현지 마케팅을 확대하고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유명 배우를 활용해 일본·홍콩·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시장 공략과 글로벌 사업 확대에 기폭제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김경원 SK매직 말레이시아법인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기 위해 해외 현지 대행사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빅 모델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광고와 마케팅을 보다 공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말레이시아를 교두보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면 미국에서는 이번 아마존 입점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SK매직의 해외 매출액은 올해 3분기 기준 16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 규모에 불과하다. 이 역시 말레이시아법인에 79%를 의존하고 있다.

SK매직 관계자는 “SK매직은 국제 무대에서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며 “이번 미국 아마존 진출을 시작으로 K가전의 우수성을 더욱더 알려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발판을 계속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요섭 SK매직 대표. 사진=SK매직 제공
윤요섭 SK매직 대표. 사진=SK매직 제공
‘해외통’ 윤요섭 SK매직 대표
“글로벌 새로운 성장 모멘텀 삼아 더 강력하게 성장할 것”


SK매직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해 인사에도 변화를 줬다. 올 초 회사를 이끌게 된 윤요섭 대표가 변화를 알리는 대표적 인사다.

윤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금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 SK네트웍스의 전신인 (주)선경에 입사해 SK네트웍스 국제금융팀장·금융팀장·재무실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12월 SK매직 경영전략본부장을 지낸 대표적인 해외통이다.

당시 SK매직은 윤 대표의 선임 배경에 대해 “이번 인사는 금융, 재무 기획, 인수·합병, 해외 영업, 브랜드 통합전략 수립 등 다양한 경험을 보유한 신임 대표이사의 젊은 리더십을 기반으로 미래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디자인 등 본원적 경쟁력과 글로벌 비즈니스의 실행력 강화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변화와 혁신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 역시 한정된 재원 속에서도 말레이시아 유상 증자와 아마존 진출 등으로 글로벌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윤 대표는 “SK매직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등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발굴해 더 강력한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