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시중은행 가계 대출 금리 운영 현황에 대한 긴급점검회의를 열고 “영업현장에서 각 은행의 대출 금리 산정이 모범규준에 따라 충실하게 이뤄지는지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회의에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씨티은행 등 8개 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이 참석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수신 금리는 시장금리에 의해 변하는 것이 상당 부분 사실이지만 국민의 부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지 모니터링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는 시장 자금 수급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는 대원칙은 바뀌지 않는다”며 “대출 금리가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결정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리 결정에 금융당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목표 이익을 과도하게 높게 설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은행들로부터 여수신 금리 결정한 내용을 받아볼 것”이라며 “현재 상태에서 어떤 특정 부분 때문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들로부터 대출 금리 산정 방식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다. 대출 금리는 통상 기준 금리에 가산 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 결정한다. 가산·우대금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은행이 과도하게 이익을 챙기는지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도 주문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개인이나 기업이 대출을 받은 다음 신용상태나 상환능력이 대출 당시보다 크게 개선되는 경우 대출 금리 인하를 금융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 수석부원장은 “2019년 금리인하요구권이 법제화되면서 제도적인 기틀은 마련됐지만, 실제 운영상으로는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며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성화해 금리 상승기에 금융소비자의 금리부담이 조금이라도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으로 요청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가 대출 금리 급등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은행이 이를 어겨도 불이익을 줄 수 없는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건수는 2017년 20만 건에서 2020년 91만 건으로 큰 폭 증가했지만 수용률은 평균 40% 내외에 그쳤다.
한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19개 국내은행의 올해 누적 3분기 이자 이익은 33조 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0조8000억원)보다 1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은행 수익성과 직결되는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차는 3분기 기준 1.80%로, 1년 대비 0.4% 포인트 올랐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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