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벤츠 ‘반값 전기차’ 경쟁 속 대세로 떠오른 LFP 배터리
LG엔솔·SK온도 뛰어들어

[비즈니스 포커스]
SK온 연구원이 자사 배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SK온 제공
SK온 연구원이 자사 배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SK온 제공
테슬라에 이어 메르세데스-벤츠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채택하기로 하면서 LFP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애플카 생산을 추진하는 애플과 현대차도 LFP 배터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들의 LFP 배터리 선호도가 높아진 이유는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전기차의 원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배터리 팩으로 40%에 달한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의 판매가를 낮추기 위해 더 저렴한 배터리를 원하고 있다.

그동안 배터리 시장의 대세는 니켈 함량이 높은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리튬 이온 배터리였다. LFP 배터리 시장은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주력인 삼원계 배터리보다 가격 경쟁력은 있지만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무게가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 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다.

LFP 배터리는 비싼 니켈·코발트 등을 사용하지 않아 가격이 싸고 화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급 불안정과 전기차 배터리 화재 이슈로 안전성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LFP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삼원계, 3년 내 LFP 가격 따라잡는다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K배터리도 LFP 배터리를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K배터리의 주요 고객사인 포드·폭스바겐·테슬라가 LFP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저가 제품인 LF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에너지 저장 장치(ESS)에 우선 적용하고 향후 차량용 배터리도 개발할 계획이다.

SK온도 LFP 배터리 개발을 공식화했다. 지동섭 SK온 사장은 10월 5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LFP 배터리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온은 기존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빠른 충전 속도를 갖춘 고성능 LFP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LFP 배터리가 재조명 받으면서 한국이 주도하는 삼원계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LFP 배터리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업계의 시각이 엇갈린다.

먼저 LFP 배터리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가격 경쟁력을 NCM과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가 3년 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LFP 배터리 셀 가격은 kWh당 약 85~90달러 수준으로 NCM622 배터리의 kWh당 120달러 대비 약 30% 저렴해 가격 차이가 크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하지만 한국 업체들이 2023~2024년부터 생산 예정인 차세대 하이니켈 NCM·NCA 배터리는 원재료 가격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kWh당 90달러 수준까지 낮아지면서 가격 차가 상당히 좁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업체들이 2024년 양산 적용을 목표로 값비싼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코발트 프리 양극재를 연구·개발(R&D)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의 장점이 사라지는 반면 LFP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소재 특성의 한계로 지금의 kg당 160Wh 수준에서 크게 개선되기 어려워 추가적인 용량당 판가의 하락 가능성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낮아 한정된 공간에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는 전기차의 특성상 주행 거리를 늘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셀투팩(CTP)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LFP 배터리는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 400km 수준을 넘어서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

원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LFP 배터리 수요가 증가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NCM·NCA 배터리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주력이 될 것”이라며 “LFP 배터리는 주행 거리 300~400km 수준에서 무리 없는 일부 중저가 차량 등에서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낮은 에너지 밀도로 성장 가능성 제한적

삼원계 배터리를 채택한 현대차의 코나 EV와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 EV에서 발생한 리콜 사태로 삼원계 배터리 대비 LFP 배터리가 화재 등에서 안전하다는 주장도 업계에서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LFP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 재료에 비해 안전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LFP 배터리가 화재의 위험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LFP 배터리 역시 가연성의 액상 전해액을 가지고 있고 특정 환경에서 양극과 음극이 접촉돼 쇼트가 일어난다면 불이 붙을 수밖에 없다. LFP 배터리를 탑재한 BYD의 차량 화재도 수차례 보고된 바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47kWh의 LFP 배터리를 채용한 중국 BYD의 E5는 충전 중 화재가 있었고 54kWh의 LFP를 채용한 D1은 충돌에 의한 화재 발생 사례도 있었다”면서 “이제까지 중국 내수 시장에서만 판매되다 보니 관련 배터리 사고 보도가 삼원계만큼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 CATL의 LFP 배터리.  사진=한국경제신문
중국 CATL의 LFP 배터리. 사진=한국경제신문
LFP 배터리가 여러 가지 면에서 개선되고는 있지만 뚜렷한 장점만큼 한계도 명확해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장 애널리스트는 “NCM, NCA,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형태의 하이니켈로 가면서 LFP 진영과의 격차는 좁혀지기보다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전고체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LFP 진영이 하이니켈 삼원계를 공격하는 가장 중요한 안정성 면에서 하이니켈 양극재는 언터처블한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