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미 잡아라" 은행권, ETF 시장 진출 러시
최근 시중은행들이 퇴직연금 가입자들을 겨냥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출시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ETF 투자는 증권사를 통해서만 가능했지만 은행도 취급할수 있게 되면서 시중은행들이 퇴직연금ETF로 본격적인 몸풀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고객이 상장지수펀드(EFT)을 운용 할 수 있는 퇴직연금 ETF 상품을 출시했다. 기존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에 ETF를 추가한 것이다. 신한은행 퇴직연금 DC·개인형IRP 가입 고객은 신한 쏠(SOL) 퇴직연금 플랫폼인 ‘나의 퇴직연금’을 통해 ETF상품 운용이 가능해진다. 신한은행은 AI(인공지능) 기반 ‘투자고수 따라하기’ 플랫폼에도 ETF 관련 서비스 도 추가할 예정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 있는 '퇴직연금 ETF'를 내놨다. 이 상품은 스마트폰뱅킹 대표 브랜드인 하나원큐 앱을 통해 퇴직연금 자산을 ETF, 예금, 펀드 등으로 손쉽게 리밸런싱 할 수 있다. 증권사와 동일하게 ETF 투자시 발생하는 추가 수수료도 없앴다. 하나은행은 연금자산관리 목표인 장기 수익률 개선을 위해 투자기간과 투자성향을 고려한 유형별 모델 포트폴리오, 타깃데이트펀드(TDF), 로보어드바이저 '하이로보'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이외에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연내 퇴직연금 ETF 출시를 위한 전산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퇴직연금ETF로 시장 진출에 적극 대응하는 배경에는 최근 증권사로의 퇴직연금 쏠림현상이 강해지면서다. 지난해 코스피 3000시대를 열면서 은행에서 퇴직연금을 빼서 증권사 계좌로 옮기는 고객들이 급증했고 올해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내년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가시화도 은행들에겐 고민꺼리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퇴직연금 머니 무브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는 퇴직연금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어 법안 통과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사실상 내년 하반기부터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 기존 은행권내 퇴직연금 이탈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은행권내에서도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실제 은행권에서는 퇴직연금 상품을 주로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하다보니 증권사에 비해 수익률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개인형 퇴직연금(IRP) 평균 수익률은 은행권이 2.50%에 머물러있다. 이는 증권사(6.76%)나 보험사(2.8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퇴직연금 ETF 출시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은행에서 증권사로 갈아타는 고객들을 잡기 위한 돌파구"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ETF가 투자 편의성, 변동성 관리, 자산배분 측면에서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최근 퇴직연금 운용에서 각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ETF 투자액은 올해 1분기 말 1조3000억원으로 2019년(1836억원) 보다 7배나 급성장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ETF가 판매보수가 없는 대신 자산배분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고객 확보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