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환 문경시장…수도권 접근성 높아져, 산업·문화 중심 도시로 탈바꿈 청산

[지자체장 24시]
고윤환 문경시장
고윤환 문경시장
고윤환 문경시장이 문경에 새바람을 몰고 오는 중이다. 문화의 가치를 알고 멀리 내다보는 고 시장의 혜안이 과거의 문경을 딛고 미래의 문경을 만드는 동력이자 자산이다.

고 시장은 2012년부터 문경 시장을 지냈다. 3선 시장이다. 행정고시 24회 출신으로 행정안전부 지방행정국 국장을 거쳐 부산광역시 행정부시장을 지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했다.

몇 년 사이 경북 문경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곳이 됐다. 문경이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프로그램 등 드라마 배경지로 자주 등장하면서부터였다. 세계적 인기를 얻은 ‘킹덤’을 비롯해 ‘태종 이방원’, ‘옷소매 붉은 끝동’, ‘연모’ 등 사극 배경의 드라마는 대부분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이 촬영지다. 집계해 보니 2021년 한 해 동안에만 총 18편이 문경을 배경으로 제작됐다. 삼국시대 테마의 가은 오픈 세트장에서도 ‘보쌈’, ‘홍천기’, 현재 방영 중인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등 총 13편을 촬영했다. 문경의 옛 시멘트 공장(쌍용양회)에도 영화·드라마 촬영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문경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 촬영의 메카가 됐다.

문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오히려 관광객이 늘었다. 단체 관광객은 줄었지만 삼삼오오 찾아드는 개별 여행객이 많아지며 2019년 대비 2021년 방문객이 40만 명 이상 증가했다. 모 조사 기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여름휴가 최고 여행지로 전년 대비 31계단 상승하며 전국 9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21년 중부내륙선 고속철도 개통을 계기로 수도권과의 접근성을 높이는 문경은 문경 역세권 도시 개발 사업 추진으로 문경을 수도권에 버금가는 산업과 문화 중심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고 시장은 관광 자원이라곤 문경새재뿐이고 지역 경제 중심이던 쌍용양회가 문을 닫으며 특별히 내세울 미래 산업 인프라도 마땅하지 않았던 문경은 옛말이라고 했다. 지금은 사람이 모여들고 기업이나 공공 기관의 주목을 받는 소위 뜨는 도시가 됐다. 물론 저절로 된 일은 하나도 없다.

- 문경이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트장 주변 경관도 뛰어나지만 촬영장 인근에 아스팔트 도로와 지상으로 올라온 전선이 없다는 것이 촬영 스태프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아요. 사극을 찍는 데 그만한 장점이 없죠. 그래서 홍보비를 내고 드라마를 찍으려는 지자체도 많지만 문경은 오히려 대여료를 받으면서 공간을 빌려주고 있어요. 물론 저절로 된 것은 아니죠. 촬영 세트장만 해도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들에게 어떤 것을 지원하고 무엇이 촬영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인지 분석해 주변 여건과 정책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옛 쌍용향회 시멘트 공장. 새롭게 변모 중으로 향후 기대되는 문경 산업과 관광자원 중 하나다
옛 쌍용향회 시멘트 공장. 새롭게 변모 중으로 향후 기대되는 문경 산업과 관광자원 중 하나다
-지역 경제를 살리는 문경의 미래 산업은 무엇인가요.

“지금도 국립산림레포츠진흥센터 조성 관련 사업을 처리하고 오는 길입니다. 지난해 12월 7일 결정됐는데 진흥센터는 산림레포츠의 시설 규격 인증, 안전 점검, 전문 인력 양성 등을 담당하는 기관입니다. 문경은 센터를 조성하며 산림 레포츠의 일자리를 확대할 수 있고 산림 관광의 중심지로 부상할 기회도 얻었습니다. 진흥센터는 산림청 산하 기관으로 사업비 357억원을 투입해 문경시 마성면 국유림 82ha에 센터 본원과 교육연수원, 레포츠단지(산악마라톤·집라인·에코어드벤처·오리엔티어링 등)를 조성합니다. 올해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2023년 실시 설계를 거쳐 2025년 완공할 예정입니다. 산림 레포츠 시설 155곳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육성하는 중심이 문경이니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고속철 개통과 함께 공공 기관 유치에도 적극적이라 들었습니다.

“지난 연말에도 수도권의 수십 개 공공 기관을 방문해 문경의 지리적·문화적 장점을 설명하느라 동분서주했습니다. 문경에 중부내륙선 고속철도가 일부 개통됐습니다.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높아진 거죠. 경기 이천~충북 충주~경북 문경을 잇는 중부내륙선 고속철도 개통은 문경 발전에 한 획을 긋는 중대 사업입니다. 서울에서 문경까지 1시간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니 수도권 기능을 하기에도 적합하죠. 문경역 주변에 공공 기관은 물론 광장과 백화점도 들어서고 은퇴 이후 지방 정착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전원주택 단지도 조성할 예정입니다. 일산이나 분당 같은 수도권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는 얘기죠.”

-일자리 확대를 위한 계획도 있나요.

“옛 쌍용양회 문경 공장을 매입하고 그 자리에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유치 등 경제 기반형 도시 재생 뉴딜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경북 문경시 신기동 옛 쌍용양회 문경 공장은 1957년 유엔한국재건단의 전후 원조 사업으로 세워진 한국 최초의 시멘트 공장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 석회석 광산 원자재가 고갈돼 2018년 문을 닫았습니다. 그 대신 그 자리에 미래 에너지인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한쪽에는 우리 역사를 기리는 박물관과 공장 시설을 활용한 스포츠 시설, 다문화커뮤니티센터, 도시 재생 현장지원센터 등 문화 관광 예술 플랫폼도 가꿀 예정입니다. 산업은 물론 문화 선진 도시로 탈바꿈하도록 문경의 새판을 짜겠다는 거죠.”

-문경은 요즘 중부 내륙의 대표 관광지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과거의 문경은 탄광촌이었습니다. 한국의 제2 탄전 지대였죠. 문경의 마지막 탄광인 은성광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한때 16만 명이 넘던 문경 인구가 절반으로 줄었어요. 위기였죠. 그런데 그곳이 지금은 충청 이남 최대 테마파크인 ‘문경 에코랄라’로 탈바꿈했습니다. 다른 도시에서 인기를 끈다는 관광 시설을 따라 하기보다 문경만의 자원과 문화적 가치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활용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했고 그렇게 폐광이 에코랄라 내의 석탄 박물관으로 변신했고 석탄을 실어 나르던 철길은 ‘문경 철로 자전거’로 재탄생했죠. 한국에서 가장 긴(왕복 3.6km) 코스와 최고의 경사도(42도)를 자랑하는 산악형 모노레일인 ‘문경단산모노레일’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문경의 산세를 활용한 관광 자원인데 여름 성수기에는 예약하기 어려울 만큼 찾는 이들이 많아 중부 관광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질공원으로 추진 중인 문경 돌리네 습지 풍경
지질공원으로 추진 중인 문경 돌리네 습지 풍경
-향후 관광 발전 비전을 세웠나요.

“영강체육공원 맞은편 영순면 포내리 일원에 시행 중인 랜드마크를 조성하고 있어요. 송정산 산책로와 사계폭포를 완공했고 주변에 14개의 랜드마크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아열대 식물을 재배하는 곳도 있고 딸기밭 체험이나 문경의 특산물인 오미자, 유명한 삼겹살 구이를 맛볼 수 있는 공간도 조성됩니다. 이 일대는 지질학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곳이에요. 화성암·퇴적암·변성암 등 다양한 암종과 선캄브리아기에서 중생대 백악기까지 다양한 지질 양상이 다 나타납니다. 교과서에 실린 삼엽충 사진이 바로 문경 삼엽충 화석 산지에서 찍은 겁니다. 지금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접근을 막아 놓고 있는데 랜드마크 사업 조성과 함께 일반인 공개를 계획하고 있어요. 수학여행 하면 다들 경주를 떠올리지만 앞으로 농업과 지질학 현장 학습 하면 문경을 찾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한국의 대표 농업 관광 체험 단지가 완성되는 거죠. 문경의 새로운 미래 관광 자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시장 취임 이후 정말 분주히 활동하고 있어요.

“제가 문경에 진 빚을 갚는다고 생각하고 일했습니다. 어릴 때 가난해 학비를 마련하기 어렵던 제가 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문경에서 지원해 준 장학금 덕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돈 내고 공부한 적이 없어요. 그렇게 잘 배워 이만큼 높은 자리에 올랐으니 제가 문경에 진 빚을 갚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취임 당시 본예산의 10%가 넘는 484억원의 채무를 갚기 위해 중앙 부처 공모 사업과 예산 확보에 불철주야 달렸고 지금 남은 빚은 136억원 정도로 줄었습니다. 저처럼 학비가 없어 공부할 기회를 갖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재단도 설립했어요. 관광 도시 문경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올해는 단산모노레일을 무대로 오토 캠핑이나 음악회·영화제 등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관광 상품을 구상 중입니다. 문경의 발전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끝까지 달릴 생각입니다.”

문경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돌리네습지는 물이 고이기 힘든 석회암 지대에 형성된 습지로, 논농사가 가능할 정도로 일정한 수량이 유지되는 한국 유일의 장소다. 이를 보존하고 가치를 높이기 위해 경상북도와 문경은 ‘문경 국가지질공원 지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문경의 가치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 고속철 개통으로 제2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문경의 미래는 힘차게 뻗어나가는 중이다.

이선정 SRT매거진 기자 sjlgh@hankyung.com, 사진 성종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