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신 펫프렌즈 대표
‘공동 육아’ 슬로건으로 깐깐한 제품 기준 만들었더니 매출도 따라와

[스페셜 리포트] 2022년 주목해야할 스타트업 30
윤현신 펫프렌즈 대표 약력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석사. 2016년 히어닷컴 대표. 2021년 펫프렌즈 대표이사(현).  사진=펫프렌즈 제공
윤현신 펫프렌즈 대표 약력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석사. 2016년 히어닷컴 대표. 2021년 펫프렌즈 대표이사(현). 사진=펫프렌즈 제공
펫프렌즈의 성장 스토리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지표가 있다. 바로 80%에 달하는 재구매율이다. 쿠팡과 네이버 등 커머스 공룡들의 공세 속에서도 펫프렌즈가 충성도 높은 단골손님을 많이 만들었다는 의미다.

펫프렌즈는 정보기술(IT) 기반의 물류·배송 혁신을 바탕으로 반려동물 용품을 당일 배송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창업자인 김창원 전 대표가 반려동물인 방실이(개)와 몽실이(고양이)를 키우며 경험한 반려인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2016년 위치 기반 O2O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든 것이 펫프렌즈의 시작이었다.

주문한 당일 배송해 주는 ‘심쿵배송’, 수의사와 전문가가 24시간 대기하며 상담 가능한 고객센터, 데이터에 기반한 고객 맞춤형 큐레이션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바탕으로 반려동물 1위 플랫폼으로 발돋움했다. 2020년 매출액은 314억원으로 전년 대비 168% 늘었다. 2021년에도 전년 대비 매출액이 10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펫프렌즈는 단순히 배송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70만 반려동물의 나이·이름·품종·알레르기 정보와 기타 건강 우려 사항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70만 개의 데이터는 경쟁사에는 없는 펫프렌즈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제품을 한 번 사 본 고객이 다시 구매하는 것을 의미하는 재구매율 80%의 비결이다. 2021년 7월 약 15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GS리테일에 공동으로 인수돼 대규모 성장 자금을 확보했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그래픽=박명규 기자
‘반려묘 집사 겸 대표이사’ 1등 펫 플랫폼 자신

“지금까지의 펫 시장은 반려동물이 정말로 원하는 것보다 사람이 원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발전해 왔어요. 향후 펫프렌즈는 70만 개의 차별화된 반려동물 데이터,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의사와의 지속적인 협업, 혁신 IT 활용, 반려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최고급 인재와 함께 반려동물이 원하는 공감과 진정성이 담긴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1등 펫 커머스 회사를 넘어 1등 펫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2021년 8월 부임한 윤현신 펫프렌즈 대표의 포부다. 윤 대표는 쿠팡·존슨앤드존슨·보스턴컨설팅그룹(BCG)·히어닷컴 등을 거쳐 펫프렌즈 대표에 올랐다.

윤 대표는 15년 넘게 반려묘 시루를 키우고 있다. 자신을 ‘시루 집사이자 펫프렌즈 대표’라고 소개한다. 윤 대표는 “펫프렌즈는 펫 시장 1위 커머스 업체로 평소 눈여겨보던 중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며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 중 한 명으로서 반려동물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윤 대표의 말처럼 펫프렌즈는 반려동물에게 ‘진심’인 기업이다. 매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다른 커머스와 달리 판매 실적이 좋더라도 반려동물의 건강에 유해한 물질이 포함된 제품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려동물은 생명을 갖고 고객과 가족처럼 함께하는 존재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요. 반려동물의 건강과 생활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펫프렌즈는 제품 관리와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죠. 펫프렌즈는 ‘30가지 고집’이라는 제품 통과 기준을 세워 70점 이하인 제품은 판매를 중지해요. 입고 후 30일 동안 고객들의 별점 3.0 이하는 바로 판매를 중단하죠. 펫 푸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에 의거해 3년간 리콜 경험이 없는 제품만 판매하고 있어요.”

펫프렌즈는 반려동물 친화적인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다. ‘공동 육아’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고객의 반려동물 육아를 도울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반려동물 육아도 함께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직원이 전체의 60%가 넘는다. 반려동물과 함께 동반 출근해도 된다. 직원들이 집에 혼자 있을 반려동물들을 걱정하지 않고 함께 출퇴근하면서 반려동물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회사 차원에서 반려동물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도 펫프렌즈만이 가진 기업 문화다. 윤 대표는 “반려동물의 입양·생일·장례까지 챙기는 회사는 펫프렌즈가 최초일 것”이라며 “직원도 펫프렌즈의 고객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원 대부분이 반려동물 고관여자이기 때문에 추진하는 프로젝트에도 진정성을 담지 않을 수 없다. 수의사들과의 협업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펫프렌즈는 고양이 행동 전문가이자 인플루언서인 김명철 수의사와 고양이 모래·스크래처·화장실 등을 출시해 호응을 얻었다.

쿠팡·네이버엔 없다…70만여 개 데이터가 강점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여기고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펫코노미 시장이 고속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이미 육아 용품 산업 규모를 넘어섰다.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7년 6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고양이와 함께 사는 반려동물 인구도 1500만 명이 넘는다.

높은 성장 가능성에 펫프렌즈는 그동안 GS리테일·GS홈쇼핑·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대한제분 등 대기업과 대기업 계열 벤처캐피털(VC), IMM프라이빗에쿼티·스틱벤처드 등 투자사에서 투자를 유치해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윤 대표는 “쿠팡·네이버와 달리 70만 개의 반려동물 데이터를 활용해 펫팸족만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를 최적화할 수 있는 펫프렌즈만의 강점이 투자사들의 주목을 받은 주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누적 회원 수가 79만 명에 달하는 만큼 70만여 개에 이르는 반려동물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가 펫프렌즈의 가장 강력한 강점으로 꼽힌다.

“반려동물을 동물이 아닌 가족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미국이나 유럽처럼 저가 중심의 시장에서 고가·프리미엄 시장으로 옮겨 가는 경향이 더욱더 뚜렷해질 겁니다. 펫프렌즈와 같은 펫 전용 커머스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죠.”

펫프렌즈는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반려동물 헬스케어 앱 티티케어와 협업해 만든 반려동물 AI 건강 관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고도화된 AI 진단 솔루션이 반려동물의 눈·피부 사진을 통해 건강 상태를 진단해 준다.

품종·나이·몸무게 등을 고려한 맞춤 케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토털 헬스케어 기능으로 질병·건강·비만·맞춤·행동 케어 등 반려동물의 건강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다.

펫프렌즈는 올해 다양한 신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펫캉스 상품 판매, 펫 전용 건강검진 키트 판매, 펫 커뮤니티 빌딩, 펫 시터 서비스 중개 등 차별화된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를 빠른 속도로 사업 포트폴리오에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