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3억 8000만원 금융 자산이면 노후 준비 가능?
“부부의 경우 4억9000만 원, 혼자(싱글)일 경우 3억8000만 원의 금융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노후 준비는 상당 부분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조승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자산배분팀장은 중장년 재무설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조 팀장은 “금액의 기준은 미국 재무관리사였던 윌리엄 벤젠이 제시한 ‘4% 법칙’을 활용한 것”이라며 “윌리엄 벤젠은 은퇴 시점에서 모인 자산의 4%로 연간 생활비를 충족할 수 있다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물론 보유하고 있는 금융 자산으로 4%이상의 연평균 수익률을 기록해야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1988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연금이 기록한 연평균 운용수익률이 6.27%였다는 점에서 4%의 수익률은 충분히 가능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연구원이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적정 생활비 수준을 설문조사 한 결과 부부 기준으로 256만 원, 개인 기준으로 173만 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공적연금 기준 월평균 연금수령액이 부부는 119만 원, 개인은 67만 원이다. 부부 4억9000만 원, 개인 3억8000만 원의 금융자산으로 연 4%의 수익(금융소득에 대한 세금 15.4% 적용)을 거둘 경우 공적연금으로는 채우지 못한 적정 생활비의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투자 전략에 대해 그는 “현재 금융 자산이 앞서 제시한 금액을 돌파했다면 위 금액까지는 노후자금으로 따로 관리하면서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초과되는 부분은 자산 증대를 위해 좀 더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며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국채만 보유하게 되면 지금과 같은 저금리 환경에서 4% 이상의 수익률을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정성 측면에서도 국채만 보유하는 것보다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최소한 10~20% 편입했을 때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안정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

조 팀장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기 위해서는 주식은 30~40% 수준으로 편입하고, 나머지는 채권 상품으로 구성하는 전략을 추천한다”며 “적정 생활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규모의 자금 수준을 넘어선 투자자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투자 상품으로 구성해보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시장 규모가 장기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2차 전지, 메타버스, 기후변화와 관련된 상품에 관심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여유자금이 많다면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나 사모펀드를 통한 벤처기업 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조 팀장은 “대체투자 상품의 경우 투자자금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반드시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40대와 50대는 은퇴 시점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연령대에 따라 투자 성향을 다르게 가져 가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주식시장 하락 국면에서 주가지수가 고점을 다시 회복하는 데에는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2000년 IT 버블 때는 고점을 회복하는데 5년 8개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5년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로 금융 자산이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한 이후 은퇴를 맞이하게 된다면 투자자금을 다시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은퇴 시점이 임박한 50대는 노후자금을 확보할 때까지 투자자금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