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바이오사이언스 마이크로바이옴·바타비아 CDMO 양손에 들고 레드바이오 사업 공략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CJ제일제당 바이오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사진=CJ제일제당 바이오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398,000 +0.51%)이 레드바이오(제약·헬스케어)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운다. 자회사 CJ바이오사이언스(구 천랩)와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이하 바타비아)를 통해서다. CJ제일제당은 이들 회사를 앞세워 마이크로바이옴(인체에 존재하는 미생물과 유전자) 기반의 신약 개발과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 개발 생산(CGT CDMO) 사업에서 성과를 낸다는 목표다. 바타비아의 CGT CDMO 수익을 바탕으로 CJ바이오사이언스의 원천 기술 확보와 신약 개발에 힘을 싣는 구조다.

네덜란드 CDMO 바타비아 인수 완료

CJ제일제당은 최근 해외 바이오 테크놀로지 기업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며 CGT CDMO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12월 초 바타비아 지분 75.8%를 2630억원에 인수하며 최대 주주가 됐다.

바타비아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차세대 바이오 CDMO다. CGT와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 등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는 기업에서 일감을 받아 원료 의약품과 임상 시험용 시료, 상업용 의약품 등을 생산하는 회사다.

유전자 치료제 CDMO 시장은 단순 화합물을 다루는 합성 의약품이나 이미 제조법이 확립된 항체 치료제 중심의 바이오 의약품 CDMO에 비해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다. 시장 자체가 초기 단계인 만큼 아직도 표준이 확립되는 중이다. 기존 대형 CDMO는 물론 기술력을 가진 강소 기업에도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는 SK가 프랑스 CGT CDMO 이포스케시를 인수한 이후 사업을 키우고 있다. 헬릭스미스와 차바이오텍 등의 바이오 기업들도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관련 글로벌 시장은 연평균 25% 이상 성장해 2030년 140억~160억 달러(약 16조6800억~19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바타비아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의 주요 경영진이 2010년 설립했다. 바이러스 백신과 벡터(유전자 등을 체내 또는 세포 내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의 효율적 제조 공정을 개발하는 독자 역량을 지닌 곳으로 꼽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 유전자 치료제와 백신 제조 산업이 급부상하면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바타비아의 기술과 공정 개발 최적화 플랫폼 등을 활용하면 상업화 단계에서 기존 대비 의약품 생산 비용의 50%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 제품 안전성 향상은 물론 개발 기간도 6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다는 게 CJ제일제당의 설명이다.

바타비아는 유럽에서 연구·개발(R&D) 관련 투자가 활발한 과학 단지 중 하나인 네덜란드 레이던에 본사와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GMP) 시설을 갖췄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세포·유전자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관련 제형·제조 공정 기술과 생산 인프라까지 갖춘 곳은 드물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설비 확장 등의 투자를 통해 바타비아를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라며 “CGT CDMO 사업이 CJ그룹의 4대 성장 엔진 중 하나인 웰니스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초 웰니스·컬처·플랫폼·서스테이너빌리티 등 4대 분야에 그룹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웰니스 등의 성장 엔진에 2023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재현의 성장 엔진 ‘웰니스’ 키우는 CJ제일제당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포트폴리오 완성
사진=최은석(왼쪽부터) CJ제일제당 대표,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 황윤일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장이 1월 4일 CJ바이오사이언스 출범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사진=최은석(왼쪽부터) CJ제일제당 대표,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 황윤일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문장이 1월 4일 CJ바이오사이언스 출범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최근 CJ바이오사이언스를 공식 출범시키며 레드바이오 사업 경쟁력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CJ제일제당이 지난해 10월 인수한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 천랩과 기존에 보유하던 레드바이오 자원을 통합해 설립한 회사다.

CJ제일제당은 천랩 창업자 천종식 서울대 교수를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에 선임하고 1월 4일 공식 출범식을 열었다. 2025년까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신약 후보 물질(파이프라인)을 10개로 늘리고 기술 수출 2건을 이룬다는 목표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우선 R&D 역량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코호트(비교 대조군 방식 질병 연구) 확대와 글로벌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 확보를 통해 바이오·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바이오·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신약 개발에 드라이브를 건다.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플랫폼을 고도화해 파이프라인 발굴 기간을 단축하고 임상 성공률을 향상시킨다는 목표다.

천종식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2~3년 안에 면역 항암·자가 면역 질환 치료용 파이프라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에 진입하는 한편 글로벌 빅 파마와의 공동 연구를 통한 기술 수출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신약 개발을 뒷받침할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캐시카우 확보에도 공을 들이기로 했다. 차세대 유전체 분석(NGS) 사업을 비롯해 유전체 진단, CDMO,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과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CJ제일제당이 보유한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에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발굴 역량과 빅데이터를 접목해 성과를 거둔다는 목표다.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기존 식품 중심에서 의약품으로 영역이 확대되면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유용성이 소화 질환·비만·당뇨·암을 비롯해 우울증이나 알츠하이머 등의 질환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다.

업계는 이 분야가 2025년 세계적으로 약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의약품 관련 시장 규모만 13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식품 기업 네슬레가 최근 미국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세레스에 두 차례에 걸쳐 약 3억 달러(약 3600억원)를 투자한 이유다. 한국 정부도 최근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향후 10년간 1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는 “CJ바이오사이언스의 정식 출범으로 그룹의 중기 비전인 웰니스를 향한 미래 성장 엔진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됐다”며 “초격차 역량을 확보해 혁신 성장의 기반을 조기에 구축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