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영구적인 복지성 지출 커
재정 건전성 빨간불…국가 신인도 하락
외국 투자자도 외면

[경제 돋보기]
2022년도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기 위한 예산결산위원회 전체 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2022년도 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기 위한 예산결산위원회 전체 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국가 부채의 증가 속도를 보면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재정 정책에도 준칙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정부는 608조원에 달하는 올해 슈퍼 예산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추경안을 편성하고 2월 21일 16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월 추경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것이 6·25전쟁이 발발했던 1951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추경의 재원으로 작년 초과 세수를 활용한다고 하지만 법률상 전년도 초과 세수는 4월 2021 회계연도 국가 결산이 끝난 이후에야 사용할 수 있어 추경을 바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관리 재정 수지 적자가 126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고 올해도 적자 추정치가 10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3년 연속 100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관리 재정 수지는 재정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통합 재정 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국민연금기금·사학연금기금·산재보험기금·고용보험기금)을 제외한 것으로 정부의 순 재정 상황을 보여준다. 지난해 주택 가격 폭등에 따라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이 61조4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재정 적자의 심각성이 배가된다.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국가 채무는 1064조4000억원이고 국가 채무 비율은 50%에 달하게 된다. 적자 국채가 추가적으로 발행되면 국가 채무 비율은 50%를 훌쩍 넘어서게 된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국가 채무는 660조2000억원이고 국가 채무 비율은 36% 수준이었지만 금년도 추경까지 고려하면 400조원 이상 늘었고 국가 채무 비율도 14%포인트 증가했다.

작년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재정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한국의 국가 채무 비율이 현재보다 15%포인트 이상 증가한 66.7%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경제 규모 대비 부채 증가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에서 가장 빠르고 향후 5년간 다른 국가들의 부채 비율이 감소하는 트렌드로 돌아서는 반면 한국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진국들의 재정 지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정책에 초점이 맞춰진 일시적인 지출인 반면 한국은 대부분 영구적인 복지성 지출이라는 점에서 쉽게 감소하기 어려운 구조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면 국가 신인도가 하락하게 된다. 외국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국가의 재정 건전성이다. 기축 통화국인 미국의 국가 부채 비율과 한국의 국가 부채 비율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의 부채 비율이 가파르게 높아지면 과연 국제 금융 시장에서 한국의 국채를 구입할 투자자가 있을까. 국채 가격의 하락은 2020년 기준 국고채 잔액의 약 40%를 보유하고 있고 자산의 10%를 국채에 투자한 국내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위협하게 돼 경제 전반에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금융 시장에서는 이미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다른 금리 인상을 부추기면서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필요한 곳에 재정을 지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만 국가 채무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낮추기 어렵다면 만성 재정 적자를 면하지 못하게 된다. 추경을 남발하지 말고 지출 구조를 효율화해야 한다. 동시에 증세를 통한 재원 확보를 고민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은 아랑곳하지 않고 현금성 복지 공약을 쏟아내는 대선 후보들을 보고 있자니 부담을 떠안을 미래 세대가 걱정스럽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포퓰리즘에 밀린 재정 준칙 [차은영의 경제 돋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