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부동산 아우르는 밸류체인 구축…하반기 ‘대신글로벌리츠’ 상장 준비
[비즈니스 포커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70.2% 급증한 8855억4889만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318.9% 증가한 6158억2276만원이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사업 다각화로 역대 최대 실적
대신증권의 이번 호실적은 투자은행(IB) 부문의 호조, 기업공개(IPO),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호조 등 사업 다각화 전략의 성과가 가져 온 결과다.
먼저 IB 부문에서 전 사업부문 실적 증가에 따라 4분기에만 전년 대비 85.2% 증가한 400억원을 달성했다. 과거 중견·중소기업에 특화된 틈새시장 공략에서 대기업 계열 기업의 상장까지 외연을 확대하면서 IPO 빅 플레이어로 부상한 점이 주효했다. 대신증권은 지난 하반기 대어급 IPO로 꼽힌 카카오페이 상장에 공동 주간사 회사로 참여했다. 특히 이어룡 회장과 오익근 사장 등 최고경영진이 영업에 직접 참여하며 전폭적인 지원 사격으로 IB에 힘을 실었다.
자회사 대신에프앤아이의 실적도 크게 증가했다. 이 회사가 2016년 서울 한남동 외인 부지를 매입해 시작한 고급 주택 개발 사업 ‘나인원 한남’ 프로젝트가 지난해 상반기 마무리되면서 대신에프앤아이는 지난해 2분기 3673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다. 나인원 한남 프로젝트는 총사업비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어급 프로젝트로, 사업의 분양 전환과 분양 대금 유입이 지난해 5월 끝나면서 2분기에 분양 수익이 반영됐다.
이러한 실적 호조 덕분에 악재로 평가받던 라임 펀드 관련 사모펀드 이슈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지난 2분기까지 충당금 544억원을 쌓고도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
고실적에 이어 주주 가치 제고에도 나섰다. 대신증권은 지난 2월 28일 이사회에서 보통주 기준 1400원의 현금배당과 150만 주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의했다. 배당금은 지난해 1200원보다 16.7%(200원) 늘어난 것으로, 배당 금액은 총 944억원이고 배당 성향은 별도 실적 기준 52.8% 수준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라임펀드 투자자들의 보상 비용을 고려해 배당 가이드라인보다 다소 높은 수준으로 배당금을 책정했다”며 “향후 보통의 경영 환경 아래에서는 별도 기준 30~40% 수준의 배당 정책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가 안정을 위해 장내에서 보통주 150만 주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다. 취득 예정 기간은 3월 2일부터 5월 31일까지, 취득 규모는 244억5000만원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신증권은 금융주 내에서도 대표적인 고배당주이고 많은 투자자들이 대신증권에 대해 안정적인 배당 성장을 기대한다”며 “최근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펀더멘털과 주주 환원 정책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성과에 힘입어 올해에도 공격적인 투자는 계속된다. 대신증권은 올 한 해 ‘리츠 넘버원 전문 하우스’로 도약하기 위해 리츠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리츠와 대체 투자 부문에서 업계 정상이 되는 성과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며 “올해는 금융과 부동산이 함께 어우러져 더 큰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리츠(REITs)는 부동산 투자 회사의 영문 약자를 딴 용어로, 다수의 투자자에게서 모은 자금을 부동산과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투자 운용해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 투자 기구인 주식회사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의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은 리츠는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 정책,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 등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10년간 리츠와 부동산 대체 투자 부문을 저성장·저금리 시대의 성장 동력으로 삼아 금융 투자업 외에도 부동산 신탁업에 진출하는 등 금융과 부동산 전체를 아우르는 밸류 체인 구축에 힘써 왔다. 서로 비슷한 사업 구조를 가진 한국의 증권업계에서 부동산 금융으로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매출 신장은 물론 경쟁력 확보를 꾀한 셈이다.
2019년에는 부동산 신탁 신규 사업자 승인을 받아 대신자산신탁을 출범시켰다. 당시 이 회장은 “대신자산신탁 출범으로 대신금융그룹은 금융과 부동산 부문에 경쟁력을 갖춘 금융부동산그룹의 면모를 갖췄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20년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츠AMC 본인가를 취득하며 리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대신증권은 이러한 리츠 부문 밸류 체인 구축을 통해 리츠 부문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갖출 계획이다. 먼저 대신증권은 에프앤아이·저축은행·자산운용 등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금융과 부동산을 결합한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WM솔루션을 부동산에 특화해 ‘리츠 넘버원 전문 하우스’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에는 리츠 전용 통합 금융 서비스도 오픈했다. 리츠 투자를 처음 접하는 투자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한 서비스로, 리츠의 개념과 특성 등 상품 소개는 물론 국내외 상장 리츠 라인업과 투자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규 상장 리츠의 청약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대신증권에서 진행하는 공모 리츠 청약은 해당 서비스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독작적인 리츠 상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2020년 미국·일본·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국에 상장된 리츠에 투자하는 ‘대신 글로벌 리츠 부동산 펀드’를 선보였고 같은 해 8월 대신자산신탁에서 선보인 제1호 리츠 상품인 ‘대신케이리츠물류 1호’가 청약 경쟁률 14.05 대 1로 흥행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대신만의 리츠 상품을 지속 개발해 민간 임대 주택, 재간접 리츠, 도시 정비 사업 등 다양한 사업에서 공모 리츠 등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대신 글로벌 리츠(가칭)’도 준비 중이다. 일본 도쿄 오피스 빌딩과 유럽 내 아마존 물류센터 등 글로벌 핵심 지역에 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3월 중 양홍석 부회장과 오익근 사장 등의 재선임 여부가 결정된다. 오 사장은 2020년 3월 대표이사 부사장에 오른 뒤 지난해 11월 사장직에 올랐다.
오 사장은 첫 임기에 부동산 금융을 비롯한 투자금융(IB)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연임이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또한 사상 최대 실적 외에도 라임펀드 사태를 수습했다는 점에서 모회사인 대신금융그룹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오 사장은 34년간 대신금융그룹에서 근무한 재무‧금융 전문가다. 오랜 금융 업력을 바탕으로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고 변화와 혁신을 일관되게 이끌어 가는 것이 그의 경영 스타일이다. 오 사장의 재선임 여부는 3월 18일 주총에서 결정된다. 임기는 2년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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