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당장 시작되는 청문회는 물론이고 방향 수정이 불가피한 경제 정책 법안 통과에 다수 야당의 횡포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출범하는 새 정부의 험난한 노정이 예견된다.
지난 5년 동안 현 정부는 오래전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정책들을 포장만 다시 해 시도하는 아집으로 인해 경제를 정상적인 궤도에서 이탈시켰다.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은 포스트 케인지언의 임금 주도 성장론을 재포장한 소득 주도 성장은 이미 작동하지 않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됐다. 분배와 복지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결국 정부가 재정을 퍼붓거나 혹은 노동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레토릭에 불과한 것이다.
그 결과 일자리는 줄어들고 시장 경제의 발전을 주도해야 하는 기업을 범죄 집단 취급하면서 민간 부문은 경쟁력을 상실해 위축되고 비효율적인 정부 부문의 비대화가 진행된 것이다. 반시장적 규제 남발과 친노조 정책으로 성장 잠재력은 꾸준히 추락하고 있다.
집값 폭등을 불러왔던 노무현 정부의 공급 억제와 가격 통제 정책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는 대신 그대로 답습함으로써 다시 한 번 주택 가격의 유례없는 상승을 가져 왔다.
시장 원리를 도외시하고 이념 논리에 함몰된 경제 정책이 방향을 잃으면서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가 심화됐다. 정부의 무분별한 재정 지출로 인해 5년 전 36%였던 국가 채무 비율이 올해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의 미래까지 불투명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난제가 산적한 가운데 출범하게 되는 새 정부의 경제 청사진은 정부 주도로 경도돼 있는 경제를 민간 주도로 방향 전환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기업의 생산 활동, 노동 시장,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에 걸쳐 도가 넘은 정부 개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자유 시장 경제에서 소득과 일자리 창출의 주 담당자인 기업이 경제 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모든 정부가 규제 완화를 외치면서 시작했지만 피로도만 높아졌을 뿐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옥상옥처럼 규제를 위한 규제만 더 만들어졌다. 규제를 줄이는 것은 공무원 수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가격 통제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피해야 하는 정책 수단이다. 공급과 수요의 조정을 통해 긴 호흡으로 대처해야 한다.
일방적인 정부의 가격 개입은 장기적으로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초래하게 된다. 주택 가격은 공급과 수요의 상호 작용에 의해 결정돼야 하고 임금은 생산성에 의해 책정되는 것이 정상적인 메커니즘이다.
궤도 정상화에는 저항과 시간이 걸린다. 주택 공급이 증가하는 데는 기간이 소요되고 재정에 의존했던 고용의 감소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 소득이 하락하면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
세금이 감소하는 것은 반갑지만 복지 지출이 줄어드는 것은 반갑지 않다. 우선 스스로가 남발했던 선거 공약부터 구조 조정함으로써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새 정부가 갖는 차별성은 전문성과 정교함이 돼야 한다. 정치 경험이 부족할지 모르지만 빚진 사람도 없으므로 실용의 묘를 활용하기에 최적이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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