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트윈 트랜스포머 3 - 로레알

[스페셜 리포트-새로운 시대 새로운 전략, 트윈 트랜스포메이션]
[앞서가는 트윈 트랜스포머] 로레알, 뷰티 기업 넘어 그린 디지털 기업으로
100년 역사의 글로벌 뷰티 기업 로레알은 10년 새 완전히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기간 로레알은 뷰티 기업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지속 가능성을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에 두고 변신을 시도했다. 이제 로레알은 글로벌 뷰티 기업을 넘어 디지털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모두 잡은 트윈 트랜스포메이션 기업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랑콤·키엘·비오템·조르지오아르마니뷰티·입생로랑뷰티·어반디케이·로레알파리·메이블린뉴욕….

내로라하는 글로벌 뷰티 브랜드를 대거 보유한 로레알그룹은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의 15% 이상을 점유한 세계 최대의 종합 화장품 기업이다. 1909년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115년간 다른 거대 뷰티 기업들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좌초되거나 위기를 겪을 때도 로레알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우며 성공 신화를 써 왔다.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기업들이 위기를 겪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로레알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그룹 차원에서 10여 년 전 실행한 두 가지의 대전환이 있었다.

[앞서가는 트윈 트랜스포머] 로레알, 뷰티 기업 넘어 그린 디지털 기업으로
BM 대전환 1. 지속 가능성
화장품 탄소 발자국 평가 툴 적용


“우리의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혁명은 새로운 시대의 여명입니다.” 2013년 장 폴 아공 로레알 회장은 그룹의 역사적인 도전을 선언했다.

환경 문제가 사회적 위협이 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지속 가능성과 포용성을 강화하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지속 가능 경영 프로젝트인 ‘미레를 위한 로레알(Loreal for the Futurel)’을 실행하기로 한 것.

이 프로젝트는 2020년까지 로레알그룹의 모든 상품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에 기초해 실천 과제들을 하나둘 실행했다. ‘재생 가능한 물질에서 원료를 얻을 것’,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패키징을 재설계할 것’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 로레알은 업계 최초로 ‘지속 가능한 제품 최적화 툴(SPOT : Sustainable Product Optimization Tool)’을 만들었다. 이 툴은 화장품의 탄소 발자국을 평가하기 위해 로레알이 개발한 고유의 혁신적인 평가 방법으로, 제품의 초기 디자인 단계부터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정량화해 지속 가능성이 핵심 요소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SPOT는 외부 국제 전문가와 파트너십을 맺은 지속가능성팀·패키지팀·연구팀 등 다양한 로레알팀의 협업으로 개발돼 2017년 로레알 브랜드 전체에 적용됐다.

그 결과 로레알에 따르면 2019년 말까지 신제품으로 출시되거나 또는 개선된 제품의 85%는 환경·사회적 측면이 향상됐다. 또 2019년 말 기준 로레알의 14개 생산 시설을 포함한 35개 사업장은 탄소 중립(100%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을 달성했다. 2005년 대비 로레알은 생산 시설과 물류센터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78% 감축해 2020년까지 60%를 줄인다는 초기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2021년 12월 글로벌 지속 가능성 평가 기관인 탄소 정보 공개 프로젝트(CDP)가 평가하는 3개 환경 분야인 ‘기후 변화 대응’, ‘산림 보호’, ‘수자원 보호’에서 6년 연속 모두 A등급을 받은 유일한 기업이 됐다.

사실 화장품업계는 환경과는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장품 성분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등의 화장품 용기로 인한 환경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고 과거엔 그저 산업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어쩔 수 없는 업계의 문제’에 세계 최대의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지속 가능성을 선언한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이 같은 발빠른 변화는 코로나19 사태가 앞당긴 미래에 로레알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줬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가 환경 위기를 직시하면서 소비자 역시 뷰티 업계에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의 변신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10년 전 발빠른 대전환으로 지속 가능성을 준비한 로레알은 다시금 ‘미래를 위한 로레알’을 발표하며 로레알의 둘째 백년을 준비중이다.

로레알은 2025년까지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해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2030년까지 제품 포장에 100% 재활용된 자원 또는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 자원을 사용하고 2016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저감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웠다. 알렉산드라 팔트 로레알 최고기업책임담당관은 “2013년 로레알이 처음 지속 가능 경영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세계는 변했다”며 “현재 우리는 전례 없는 규모의 도전에 직면해 있고 로레알의 목표는 이러한 도전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가는 트윈 트랜스포머] 로레알, 뷰티 기업 넘어 그린 디지털 기업으로
BM 대전환 2. 디지털
가상화 서비스 투자로 선제 대응


지속 가능성을 위해 로레알이 선제적으로 시도한 혁신은 또 하나 있다. 디지털로의 대전환이다. 앞서 아공 회장은 2010년을 ‘디지털의 해’로 선포하며 이커머스 시장과 디지털 미디어 등에 집중,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공간에서의 고객과의 소통과 사업 비중이 급속도로 확산될 것을 예견하고 발빠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나선 것이다.

로레알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작으로 전자 상거래 솔루션 세트를 개발했다. 또한 미국의 아마존에서 중국의 알리바바에 이르기까지 전자 상거래 주요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로레알의 선택은 적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공급망이 끊기고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아야 했을 때 로레알은 10년 전부터 준비한 디지털 대전환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20년 화장품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을 때 로레알의 글로벌 전자 상거래 부문은 60% 이상 성장하며 매출의 29%(2021년 기준)를 차지했다. 2015년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에 불과할 만큼 미미한 규모였다.

로레알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 온라인 채널을 확대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2010년 디지털의 해를 선언한 뒤 인공지능(AI)·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기술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예컨대 제품의 빠른 프로토타이핑을 위해 3차원(D) 프린팅을 제조 현장에 구현했다. 그 결과 기존 4시간 이상 걸리던 작업을 20분 이내로 단축했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제품의 개인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소비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와 광고, 맞춤형 파운데이션과 같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가장 큰 변화는 ‘가상화’다. 지난해 로레알은 110개 국가에서 34개 브랜드와 함께 1000여 개의 AR 서비스를 선보였다. 주요 서비스 분야는 피부 진단, 헤어 케어 진단, 메이크업·헤어 컬러 버추얼 트라이온(VTO) 서비스 등이 있다. 특히 피부 진단 솔루션은 로레알이 2018년 인수한 AR 기업인 모디페이스와 함께 협업해 선보인 AI 기반 서비스로 1만5000개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16가지 피부 문제를 분석한다. 피부 노화와 피부 강점, 집중 관리가 필요한 부분을 확인하고 개개인의 성향과 니즈에 맞춘 제품 루틴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로레알은 모디페이스의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가상으로 메이크업과 헤어 컬러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최근 출시했다. 제품을 바르고 지우는 번거로움 없이 로레알의 다양한 메이크업 제품과 염모제를 가상 체험할 수 있게 됐다. 로레알코리아에 따르면 버추얼 트라이온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의 구매 전환율은 반대군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선영 로레알코리아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이러한 결과물들이 우리가 추구하는 뷰티의 디지털화·가상화의 성과”라며 “점차 기술과 데이터가 정교화됨에 따라 버추얼 뷰티 서비스 경험이 오프라인 플랫폼에서의 경험에 견줘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레알은 앞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을 위해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뷰티 기업에서 ‘뷰티 테크’ 기업으로의 변모다. 이선영 CDO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온라인 쇼핑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배송 받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이제 온라인 고객들은 버추얼 체험, 엔터테인먼트, 고퀄리티 있는 브랜드 콘텐츠를 모두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며 “이제는 디지털화에서 가상화로, 디지털 전환에서 데이터 전환으로 시장이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로레알은 뷰티 기업에서 뷰티 테크 기업으로 거듭나 과학과 기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혁신적인 뷰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