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미 GS리테일 음용기획팀 매니저

[유통업계 와인 전쟁, 와인 MD에게 묻다]
[와인 전쟁, 와인 MD에게 묻다] “인식, 가격, 채널 삼박자 맞았죠”
최근 와인 시장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홈술 문화로 와인이 수입주류의 대세로 부상하면서 유통업계는 홈술족을 잡기 위해 전국 각지에 와인 전문점을 개설하며 손님 모시기에 나섰다. MZ세대를 겨냥해 복합 문화공간으로 공간 변화를 시도하거나 와이너리를 인수하며 와인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와인 저변 확대에 큰 공을 세운 편의점도 이번 경쟁의 한 축이다. GS리테일, CU, 세븐일레븐 등 주요 편의점이 자체 특화 매장을 확대하며 와인 고객 잡기에 혈안이다. 이중 GS25는 고급 와인부터 지역 명주까지 1000여 종의 주류를 준비한 주류 특화 매장을 전북 전주에 최근 개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김유미 GS리테일 음용기획팀 매니저는 “기존 와인은 프리미엄 인식이 강했는데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회식 문화의 변화, 홈술·혼술 트렌드 그리고 최근 MZ 세대의 술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큰 몫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와인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코로나19 직전 매출과 비교해 2022년 3월 기준 와인 판매 증가율은 550%로 매우 높습니다.”

-매출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크게는 와인에 대한 인식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기존에 와인 하면 특정한 사람들이 즐기는 술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이를 바꿔 놓았죠. 회식 문화의 변화, 홈술·혼술 트렌드 그리고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술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크게 작용했어요. 맛있고 즐겁게 마시는 술 그리고 한 잔을 마셔도 분위기 있게 마시고 싶은 심리가 확산되며 와인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된 것 같아요. 또한 최근에는 와인 가격대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초저가 와인과 가성비 와인 등도 많아져 고객 선택의 폭이 확장됐죠. 그렇게 유독 다른 주류보다 ‘와인’에 특히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GS25처럼 편의점에서도 판매하며 저변이 확대됐어요.

“예전에는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이 백화점과 마트 등 한정적이었던 반면 최근에는 편의점이 새로운 구매 채널로 급부상하고 있어요. 특히 2020년 4월 3일부터 정부 규제가 완화돼 주류의 스마트 오더가 허용됨에 따라 전국 어디서든 5000여 종의 와인을 포함한 다양한 주류를 구매할 수 있게 됐죠. 더군다나 편의점은 전국 오지에도 점포가 있어 전국 물류망을 통해 다양한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 생긴 겁니다. 현재 와인25플러스는 5000여 종의 와인 외 주류가 있고 제주·울릉도·땅끝마을 해남까지 원하는 상품을 수령할 수 있어요. 코로나19 사태와 MZ세대 소비 문화의 변화, 술에 대한 인식과 정부의 스마트 오더 허용 등 복합적인 원인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봅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반응은 어떤가요.

“제가 처음 와인 상품 기획(MD)을 맡았을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듭니다. 당시 와인의 대중화를 위해 ‘이달의 와인’ 행사 등을 기획해 편의점 와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었죠. 하지만 당시 와인은 프리미엄 인식이 강했어요. 특히 점포에는 부담스러운 재고일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최근은 영업 일선에서 움직임이 달라졌다는 것을 확연히 느낍니다. 오히려 점포에서 더 열심히 와인 진열을 꾸미고 판매를 적극 권장하고 있어요. GS25에서는 소믈리에 자격증을 가진 경영주도 있고 직접 와인과 주류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번 특화 매장을 전주에 열었습니다.

“플래그십 스토어 입지와 관련해 여러 지역에서 요청이 있었습니다. 점포 면적·상권·고객층 그리고 무엇보다 콘셉트별 테마 점포의 매출 잠재력을 가진 점포 선정이 우선돼야 했습니다.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와인이나 위스키를 구매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와인25플러스를 최초 오픈할 때 서울에서 주문이 제일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서울 외 지역이 70%로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했어요. 그런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MZ세대들의 핫 플레이스인 전주로 정했고 향후 지방 거점 도시에 전주본점 같은 점포를 지속 늘려 나갈 예정입니다.”

-주요 고객층은 누구인가요.

“20대부터 60대까지 고루 찾습니다. 30~50대가 각각 21.0%로 가장 많고 20대 8.30%, 60대 7.60% 순입니다. 성비는 비슷하지만 남성(58.5%)이 여성(41.4%)보다 17.%포인트 높았습니다.”

-엔데믹(주기적 유행) 시대에도 와인 열풍이 계속될까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주류 열풍은 계속될 것 같아요. 특히 최근에는 싱글 몰트위스키 등이 품절·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고 칵테일 문화가 확대되며 더 다양한 카테고리의 주류 트렌드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