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의 유일한 대항마…상장 후 해외 시장 공략

[마켓 인사이트]
원스토어 이용화면. 사진=원스토어 제공
원스토어 이용화면. 사진=원스토어 제공
토종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원스토어가 오는 5월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앱 마켓은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말한다.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한국 시장의 약 80%를 장악한 가운데 원스토어는 애플 앱스토어와 각각 10%의 점유율을 나눠 갖고 있다. 전 세계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 이외에 이 정도의 점유율을 확보한 앱 마켓은 원스토어가 유일하다.
‘스마트폰 속 백화점’ 원스토어, 기업 가치 1兆 도전
최대 주주는 지분 48.41% 보유한 SK스퀘어

앱 마켓은 스마트폰 속 백화점이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특정 앱을 다운받기 위해서는 개발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안드로이드 프로그램 파일(APK)을 받아 설치해야 했다. 하지만 현재는 앱 마켓에 들어가면 전 세계 개발자들이 올려놓은 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클릭 한 번이면 다운로드부터 결제·업데이트·삭제 등을 할 수 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일보다 앱 마켓에서 결제하는 것이 더 많아진 세상이다.

오프라인 마켓은 현지 사정에 밝은 한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앱 마켓 시장은 한국 기업이 설 곳이 없다. 원스토어는 사실상 유일한 한국 앱 마켓이다.

원스토어의 전신은 SK텔레콤의 티스토어다. 과거에는 통신사별로 앱 마켓이 제각각이었다. KT는 올레마켓, LG유플러스는 유플러스 마켓이 있었다. 원스토어는 2016년 이 세 곳의 통신사 앱 마켓을 하나로 통합해 출범했다. 자급제 단말기를 제외한 통신사 3사의 안드로이드 계열 단말기를 구입하면 원스토어 앱이 깔려 있다.

이를 기반으로 원스토어는 지난해 기준 50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 실적을 확보했다. 누적 가입자 수는 5980만 명에 달한다. 21만 개의 게임과 앱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103만 개 이상의 웹툰·웹소설·e북·만화 등의 스토리 콘텐츠가 공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체 매출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분야는 게임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수익의 약 54%가 게임에서 발생했다.

원스토어 플랫폼은 크게 원스토어와 원스토리 두 개로 나뉜다. 이 두 플랫폼의 거래액은 2016년 4890억원에서 지난해 1조1319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수익도 1068억원에서 2142억원으로 늘었다. 연평균 성장률은 14.9%에 이른다.

원스토어가 성장한 배경에는 수수료 인하 정책이 있다. 2018년 7월 앱 마켓 업계 최초로 수수료를 30%에서 20%로 인하했다. 이에 따라 2018년 매출액은 줄었지만 2019년부터 잠재력 높은 게임들이 입점하면서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2019년 매출 증가율은 22.5%였고 지난해에는 38.0%를 기록했다.

원스토어는 앱 마켓 외에 콘텐츠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장르 소설 전문 출판사인 로크미디어를 인수했다. 2003년 설립된 이 회사는 1200종 이상의 콘텐츠 판권과 700명 이상의 계약 작가를 보유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등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은 184억원을 달성했다.

원스토어는 작가를 추가 영입하고 외부 작가와 스튜디오를 관리하기 위한 인력 채용에 나섰다. 이를 통해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인앱 광고 플랫폼’도 출시할 예정이다. 해외 기업들과도 협력해 글로벌 앱 마켓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원스토어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와 도이치텔레콤에서 약 168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2019년 11월 주요 재무적 투자자인 에스케이에스 키움 파이오니어 사모투자 합작회사에서 975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지난해 3월에는 KT와 LG유플러스에서 26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현재 최대 주주는 48.41%를 보유한 SK스퀘어다.
‘스마트폰 속 백화점’ 원스토어, 기업 가치 1兆 도전
대작 게임 유치 여부가 성패 가를 듯

원스토어는 5월 9~10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하고 공모가를 결정한다. 일반 청약은 5월 12~13일이다. 주당 공모 희망가는 3만4300~4만1700원이다. 이번 상장으로 총 666만 주를 공모한다. 공모가 기준 시가 총액은 9100억~1조1100억원이다.

원스토어는 주가매출비율(PSR)을 기준으로 기업 가치를 산정했다. PSR은 주가를 주당 매출로 나눠 계산한다. PSR이 낮을수록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적자를 내고 있지만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성장 기업인 원스토어를 평가하는 데 적합한 방식이라는 게 주간사 회사 측의 설명이다.

원스토어는 최초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비교 기업으로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과 애플·카카오 등을 선정했다. 알파벳·애플·카카오의 PSR은 각각 7.0배, 6.8배, 7.3배로 측정됐다. 이들의 평균 거래 배수인 7.1배를 원스토어 기업 가치 산정에 적용했다. 여기에 39.1~26.0%의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를 도출했다.

하지만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비교 기업을 텐센트·네이버·카카오·넥슨 등으로 변경했다. 구글과 알파벳의 시가 총액 규모와 앱 마켓 사업 부문의 매출 비율 등이 원스토어와 큰 차이가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원스토어는 “투자 위험 요소를 보다 명확하게 공지하기 위한 취지”라며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비교 기업의 적합도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텐센트·네이버·카카오·넥슨의 PSR은 각각 5.3배, 7.6배, 7.1배, 9.4배로 측정됐다. 원스토어는 이들의 평균 거래 배수인 7.3배를 적용했다. 알파벳·애플·카카오와 비교했을 때보다 거래 배수가 커지면서 기업 가치도 오히려 높아졌다. 원스토어는 IPO 기업의 평균 할인 수준보다 높은 최대 41.5%의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를 동일하게 제시했다.

증권가는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서 공모가가 책정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원스토어의 기업 가치는 최대 2조원 수준으로 거론됐지만 공모가 상단이 1조원대라는 점에서 해당 수준에서 기업 가치가 결정됐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원스토어는 앱 마켓이라는 독특한 사업 모델을 가졌고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점에서 투자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반응도 뜨겁다”고 말했다.

원스토어는 공모 자금을 글로벌 앱 마켓 플랫폼 구축에 투자할 계획이다. 크로스 플랫폼 사업 강화와 스토리 콘텐츠 IP 확보, 인앱 광고 사업 등 신규 사업 추진의 재원으로도 투입된다.

대작 게임 앱 유치 여부도 원스토어의 성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은 앱 마켓 매출에서 5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원스토어는 지난해 하반기 ‘오딘 : 발할라 라이징’과 ‘리니지W’ 유치에 실패했다.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등 한국의 유명 게임 회사들이 구글의 압박에 원스토어의 입점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원스토어 패싱’ 현상이다.

원스토어는 게임 사업제휴팀에서 국내외 400여 곳의 게임 개발사들과 입점 유치를 위한 소싱을 관리하고 있지만 블록버스터 게임을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는 구글의 반독점법 통과 여부가 원스토어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구글이 인앱 결제(앱 장터 소유 기업이 개발한 자체 결제 시스템)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개 앱 장터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 법안이 통과되고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앱 마켓 육성 정책이 도입된다면 원스토어에도 희망이 보일 수 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