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걸음은 ESG 공시부터
이해관계자 소통 중요

한정원 마크스폰 대표.사진 제공=마크스폰
한정원 마크스폰 대표.사진 제공=마크스폰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캐나다 등은 2000년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했다. EU는 2024년까지 250명 이상 기업과 상장 중소기업, EU 자회사 등 거의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ESG 공시 의무를 확대한다. 한국도 코스피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2030년부터는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상장사들의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둔 상황이다.

지난해 엔비디아,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데라, 마이크로소프트, 아카마이, arm 등 세계적 ICT 기업들이 100% 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지속가능성을 목표하는 ESG 전략을 쏟아냈다. ESG의 모든 분야에 걸쳐 환경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공급망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이들의 공통된 ESG 가치와 목표는 환경을 우선시한 비즈니스 접근방식, 기업의 명성관리, 비용 절감, 협력사의 관계 강화, 제품 품질 향상, 그리고 고객의 요구사항 충족 등으로 모아진다.

특히, AWS는 클라우드 전환을 통한 탄소 감축 기회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으며 아카마이는 전사적 환경 지속가능성 교육 프로그램을 출시해 지속가능성 개선을 위한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 증권가로부터 ESG 목표에 부합하는 기술 기업으로 선정, 올해 지속가능한 투자 등급으로 매겨졌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클라우데라는 ESG 목표를 지향하는 솔루션을 발표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이렇듯 ESG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ESG 관점의 경영전략체계 재편, 친환경 제품 및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 등 사업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문제점은 중견, 중소 등 대기업의 1·2차 공급망에 있는 소규모 기업에서 발생한다. 별도 전담팀을 보유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다수 기업들은 전담 임원과 조직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며 이들에게 2030년으로 예정된 상장사 ESG 공시 의무는 큰 부담이다.

전세계적 추세를 볼 때 결국 이 의무는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모든 기업의 몫이 될 전망이다.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대기업과 달리 시간과 자원의 부족을 겪는 중소기업들에게도 ESG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의무라는 것이다. 첫 걸음은 공시가 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공시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기업에 대한 투자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높임으로써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실제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arvard Business School)의 조사에 따르면 ESG 지표를 공시하는 소규모 기업이 최대 4.8%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ESG 공시를 통해 기업이 자본을 유치하고 리스크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 성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더불어, 기업의 ESG 현황을 진단해 이를 활용할 경우 경영의 효율을 높이고, 다양한 전략을 실행할 때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직원의 생산성역시 제고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ESG 공시를 통해 지속가능한 기업 이미지를 확립,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파트너와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때문에 중소기업은 ESG 공시를 단순한 의무를 넘어서 기업을 보다 성장시키기 위한 토대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ESG 공시가 첫 발

하지만 중소기업의 성공적인 ESG를 공시를 위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들이 있다. 먼저, 이해관계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ESG 이슈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소비자, 파트너사, 임직원 및 투자자들과 소통하며 이들의 관심 주제를 공시에 반영할 경우, 기업은 이들 사이의 만족도와 기업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기존 ESG 성공사례를 분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직 중소기업에 대해 ESG 공시 의무가 없는 현 상황에서 산업군의 최신 ESG 이슈 또는 경쟁사의 ESG 성공사례를 자발적으로 분석해 공시 및 경영활동에 반영하면, 후발 주자들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ESG 경영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더불어, 공시된 ESG 지표를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각 ESG 지표가 어떤 관련 활동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됐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비로소 성공적인 ESG 공시라고 할 수 있다.

공시에 소요되는 비용과 자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 역시 고민거리다. ESG의 모든 영역에 걸친 수많은 활동과 데이터를 수동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 정확도 측면에서 모두 비효율적이다. 기업이 공시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이나 보고서 발행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등을 활용하면 비교적 적은 자원으로 ESG를 공시할 수 있으며, 이해관계자들도 기업의 ESG 공시 내용을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중소기업형 ESG 공시 플랫폼은 별도의 ESG 컨설팅이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에 대한 비용부담 없이 기업이 스스로 ESG 데이터를 쉽고 편리하게 관리하도록 한다.

ESG 경영이란 우리 기업의 ESG 지표와 관련 데이터를 제대로 관리해 공시하고, 그 과정에서 경영 리스크를 줄이며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과정인 것이다. 적은 자원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ESG 경영은 소규모 기업들이 대외적인 신뢰도를 강화하고 빠른 성장을 달성하게 해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한정원 마크스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