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지 않는 적당한 텐션, 내 모습 같다”
에버랜드 유튜브 조회 수 ‘멱살 잡고’ 끌어올려

[비즈니스 포커스]
유튜브 '에버랜드 아마존 N년차의 멘트! 중독성 갑' 영상의 인기로 '아마존 소울리스좌'라는 별명을 얻고 에버랜드 캐스트계 전설이 된 김한나 씨. 사진=한국경제신문
유튜브 '에버랜드 아마존 N년차의 멘트! 중독성 갑' 영상의 인기로 '아마존 소울리스좌'라는 별명을 얻고 에버랜드 캐스트계 전설이 된 김한나 씨. 사진=한국경제신문
“속사포 랩을 하면서도 눈동자는 계속 보트 상황을 살피고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면서 들숨과 날숨에 구사되는 언어들.”

한 번 들으면 하루 종일 생각난다.

아마존 캐스트였던 김한나 씨가 현장 근무 때 부른 ‘에버랜드 아마존 N년차의 멘트! 중독성 갑’ 유튜브 영상 얘기다. 이 영상은 올해 4월 에버랜드 유튜브 티타남(티익스프레스 타주는 남자) 채널에 게시된 이후 한 달여 만에 1000만 조회 수를 찍으며 유튜브를 강타했다. 6월 초 기준 조회 수 1600만 회를 넘어섰다.

유튜브 영상이 일명 ‘아마존 랩’으로 인기를 끌자 김 씨는 ‘소울리스(Soulless)좌’라는 별명과 함께 에버랜드를 대표하는 명물로 스타덤에 올랐다. 김 씨가 영상에 출연하면서 티타남 유튜브 채널 조회 수와 구독자는 수직 상승 중이다. 김 씨는 4월 30일 아마존 익스프레스 캐스트에서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 티타남 콘텐츠를 만드는 마케팅팀으로 보직을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소울리스좌에서 대박의 기운을 느낀 에버랜드는 물 들어오는 때에 맞춰 노를 저었다. 김 씨를 모델로 장미 축제 광고 영상도 찍었다. 5월 13일 올라온 영상은 한 달도 안 돼 조회 수 730만 뷰를 돌파했고 나들이를 계획 중이었던 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에버랜드로 향하게 했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티타남 채널의 조회 수는 소울리스좌 영상이 올라온 4월 초부터 급상승했다.

김 씨는 아마존 랩을 만든 원조는 아니지만 타는 순간 옷·머리·신발·양말이 다 젖는 놀이 시설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가장 널리 알린 사람이다. 아마존 랩은 아마존 익스프레스 탑승 대기 고객들의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해 탑승 시 주의 사항을 빠르고 정확하게 안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족장님’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손영훈 프로 등 역대 캐스트들을 거치면서 구전됐다. 캐스트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조금씩 바꿔 부르면서 여러 가지 버전이 생겨났다. 2019년에는 유튜브 채널 워크맨을 통해 ‘소울 맥스’ 스타일의 ‘윤쭈꾸(윤주현 캐스트)’가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소울리스좌 버전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인기 비결은 이름처럼 ‘영혼 없음’에 있다. 에버랜드 캐스트들은 똑같은 안내 멘트를 방문객들에게 반복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최적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마존 익스프레스는 7분간 물에 젖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다. 캐스트들에 따르면 방수 덮개는 좌석 앞쪽에 있지만 물은 뒤에서 들어오는 최첨단(?) 놀이 시설이라고 한다.

방수 덮개가 있어도 어떻게든 물에 젖기 때문에 캐스트들은 젖었다고 항의하는 고객이 생기지 않도록 ‘젖고 젖고 젖는다’는 주의 사항을 랩으로 만들었다. 매 순간 진상 고객을 대비하는 서비스직의 숙명이 느껴진다는 반응도 많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사람들이 소울리스좌 영상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리하지 않으면서 적당한 텐션으로 업무 수행을 완벽하게 해내기 때문이다. 소울리스좌의 과하지 않은 편안한 음성도 인기 비결이다.

일과를 마친 저녁 잠깐의 휴식이 필요할 때 유튜브에 접속해 듣기에 부담이 없다는 반응이다. 일부 직장인은 소울리스좌에게서 번아웃(심신 탈진)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빅데이터 서비스업체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5월 한달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검색된 ‘소울리스좌’에 대한 연관어 98%가 ‘긍정’으로 나타났고 대표적인 긍정 키워드로는 ‘최고·최선·열정’이 가장 많이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열정적인 모습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능숙하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보니 프로의 경지를 넘어 통달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면서 정보를 전달하고 적당한 텐션까지 유지하는 서비스업계 프로다’ 등의 댓글이 달리는 이유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